[의료칼럼] 간호 단독법, ‘의료판 검수완박’
[의료칼럼] 간호 단독법, ‘의료판 검수완박’
  • 승인 2022.12.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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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호 황금빛학문외과 원장
지난 11월 말 의사 등 13개 보건 직역 10만 회원들이 모여서 간호법안(대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였다. 민주당 주도 패스트트랙으로 간호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시도가 있어서다. 간호법안을 왜 13개 보건 직역 단체가 집단으로 반대할까? 간호법안의 의도는 뭐고 문제점은 뭔지 살펴보자.

이 법안의 제정 의도는 현재 3교대제 등 노동 강도보다 급여가 충분치 못한 의료기관 내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 지역사회에서 독자적인 개업이 가능토록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간호법안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첫째, ‘간호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간호사들이 의료기관 내에서 근무를 꺼리는 이유는 3교대 근무 등 노동 강도보다 보상이 낮기 때문이다. 간호관리료의 원가 보전율은 38.4%로 가장 낮다. 그러나 원가 보전 대신에 간호법 제정을 해법으로 선택한다면, 간호사의 지역사회 등으로 전직으로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다. 지금도 간호사 구인난에 허덕이는 지역의 중소병원들의 고충은 더욱 심해져서 ‘간호 붕괴’에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곳 간호 인력 부족으로 의료기관 내 환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지역 사회 통합 돌봄을 간호사 중심으로 시행하면 돌봄서비스의 질 저하와 함께 의료사고 발생이 많아질 수 있다. 간호법은 ‘간호 정의를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수정하였다. 의료기관 내에서는 의료법을 따라서 ‘진료의 보조’의 행위를 하지만, 의료법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사회 간호행위에 대해서는 의사의 지도 또는 지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어서 의사 없이 간호사가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독자적인 지역사회통합 돌봄 기관을 개설하여 간호간병돌봄행위를 수행하다가 필요할 때만 의사의 협진을 하겠다는 의도이다. 협진이란 ‘의사가 자기 전문 영역 밖의 문제가 환자에게 발생 되었거나 의심이 갈 때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하여 다른 과 전문의사에 진료를 의뢰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즉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의사의 영역인 진료를 하겠다는 점에서 간호법안을 두고 ‘의료판 검수완박’이라 할 수 있다. 의료사고의 위험성은 덤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기존 의료법에 있던 간호간병 서비스 조항을 간호법에 이관하여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간호간병 서비스는 간호사의 역할 보다 의료기관의 역할과 준수사항이 훨씬 더 많으며, 근무자도 간호사 이외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간병 지원인력 등 간호사보다 많다. 행위 또한 단순히 간호 서비스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이 아닌 간호법에 명시된 것은 다음에 의료기관과 환자에게 많은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넷째,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서비스가 의료와 돌봄을 나뉘게 되어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 우리보다 초고령사회를 겪은 선진국들은 각각의 의료와 돌봄을 제공하던 방식에서 점차 통합·연계하여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과거 의료가 배제된 돌봄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족으로 의료와 돌봄을 통합하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호법안은 이런 사회적 요구에 역행하는 법안이다.

마지막으로, 간호사의 파업에 대한 적절한 제어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는 대상을 의료인에서 간호사를 제외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로 한정하여 명시한 점이다. 화물연대 파업에서 화물차주와 공공의대 반대 시위에 대하여 전공의에게 내려진 업무개시명령을 정부는 간호사에게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적절한 제어 장치가 빠진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다면 민주노총의 꼭두각시 민주당이란 비아냥을 들을 것이다. 만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동원령이 내린다면 산하 연맹인, 간호사가 구성원의 3분지 2를 차지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도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의 병원들의 기능은 일시 정지하게 되고 국민들이 목숨을 담보로 파업 지속 여부를 정부와 협상하는 날이 올 것이다. 즉 국민 건강권의 목줄을 민주노총이 쥐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국민들은 민주노총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 암담한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국민건강은 뒷전이고 특정 단체와 정당의 이익만 챙기는 민주당의 간호법안 패스트트랙 상정 시도에 필자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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