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생각에 관한 생각
[박명호 경영칼럼] 생각에 관한 생각
  • 승인 2022.12.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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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요즘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 없이 살아가기 때문일까, 사람들의 기억력이나 사고력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굳이 생각하거나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다. 손에 쥔 모바일 기기에서 필요한 정보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책을 뒤적이지 않아도 검색창에 단어 몇 개만 입력하면 구하려는 답을 바로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가족이나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의 집 전화나 아파트 출입구 비밀번호조차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생각하는 뇌가 자꾸 힘을 잃어서다.

많은 이들이 생각 없이 산다고는 말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늘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활동하는 것은 곧 우리가 생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모든 생각이 각자의 현실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낳은 삶을 살려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최우선이다. 생각을 바꾸어야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바뀐다. 더 낳은 삶은 더 낳은 생각에서 나온다. 생각은 생명이고, 새로운 창조의 원천이다. 생각이 있어야 현실을 넘어설 수 있다. 현실을 넘어서야 미래가 열린다.

생각은 마음의 호수와 같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호수가 조용하고, 잔잔하고, 평화로운 상태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변화를 꺼려한다. 그러나 마음의 호수가 잔잔하면 창조에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다.

창조성의 발현은 마음의 호수가 출렁거릴 때 비로소 시작된다. 큰 바람이 호수를 휘저어 공기가 호수 밑바닥까지 도달해야 건강한 호수가 되듯이 마음의 호수도 뒤집혀야 생각의 근력이 강해진다. 힘 있는 생각이 역경을 극복하고, 실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좌절의 시대에 필수인 회복탄력성(resilience)도 바로 건강한 마음의 호수에서 나온다.

우리는 변화는 불가결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변화가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에 과거의 생각과 관습을 고집하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과거에 얽매여서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생각을 바꾸어야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 갈 수 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결국 새로운 습관도 생긴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렸다. 불가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붓다는 “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 자신이다.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과 함께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의 생각이 이 세상을 이룬다”라고 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 경영의 핵심은 혁신과 마케팅이라고 했다. 창조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남들과 다르게 경영해야 기업의 목적이 달성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정해 놓았거나 이루어 놓은 것을 깨지 못하면 혁신은 탄생하지 않는다. 또한 독특하고 탁월한 가치를 제공해서 고객을 감동시켜야 마케팅은 성공한다. 그 원동력은 고객의 마음을 두드려 울림을 주려는 마케터의 진정한 마음과 새로운 생각이다. 결국 생각의 힘이 기업을 성공하게 만든다. 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기업구성원이 끊임없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새롭게 생각하여서 낡은 생각을 벗어버려야 하는 까닭이다.

인류가 나아갈 길을 창조하기 위해서도, 또한 글로벌 경쟁 시대 속에서 개인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안하기 위해서도 생각이란 도구를 갈고 닦아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더 낳은 미래는 생각의 근육에서 나온다. 기구로 운동을 반복해서 근육을 키우듯이, 생각하는 힘 역시 생각 공부와 두뇌 훈련을 통해 강하게 만들 수 있다. 뛰어난 생각 하나가 상상을 초월하는 부(富)를 만들어 낸다. 유대인들은 적극적인 생각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 생각은 사람이나 상황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긍정적인 생각이어야 한다.

비카스 샤는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에서 전 세계 대표 지성들에게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질문하고 그들의 답변을 집대성했다. 이 시대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우리의 생각이라며, 그 생각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세상의 모습이 된다고 주장한다. 철학자 김용규도 ‘생각의 시대’에서 “지식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생각의 시대다!”라고 선언했다. 생각하는 노력 없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어느 누구라도 생각 없이 제대로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숱한 문제들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생각(think)이 깊으면 감사(thank)도 넘친다고 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나태주의 시 ‘기도’를 읽는다. 시인은 “나보다 더 외로운 이들, 더 추운 이들, 더 가난한 이들, 더 비천한 이들을 생각”하기를 소망한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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