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원효의 무애사상(無碍思想)과 스마트폰
[대구논단] 원효의 무애사상(無碍思想)과 스마트폰
  • 승인 2022.12.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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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교수
인류의 발달은 기술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려는 과정이다.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하여 걸어 다니다가, 자동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급기야 인터넷을 타고 다니는 세상으로 발전하였다. 그와 같은 삶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2차, 3차, 4차 산업혁명으로 나타났으며, 제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스마트폰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가능성을 열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에 스마트폰 기술을 적용하여 모바일 시대를 여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으며,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가 불교 신자였으며 명상전문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찾고, 본질만 남기고 모든 것을 버리는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하였으며, 매 순간 틀을 깨는 상식과 관습에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 명상을 통하여 얻은 영감의 기술적 총합이 바로 스마트폰으로 구현되어 전 인류의 물질문명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기술의 발달로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메타버스 등으로 발전하면서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시공을 극복하는 인류발전의 궁극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위성영상, 지리정보시스템, 통계정보가 융합되면 진정한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게 되며, 위성영상과 나노기술이 융합되면서 기술적으로 스마트폰 하나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과 관계없이 어디로나 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진 상태, 즉 어떤 장애도 없는 무애(無碍)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기술의 발달이 과연 인간에게 행복한 세상을 가져다주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의 발달은 빈부의 격차와 국가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지구온난화, 괴질의 대유행 등 인류는 끊임없이 집단 죽음의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오직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기술과 산업의 발달에 온갖 에너지를 쏟았지만 정작 인간 자신의 마음과 몸을 닦는 데는 너무나 소홀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술의 스마트폰을 넘어 마음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지식의 축적을 통하여 기술적으로는 끊임없이 발전했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마음공부를 게을리해서 엄청나게 다양한 지식을 머릿속에 축적하고 있지만 정작 자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체중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미 1,300년 전에 마음을 다스리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사용한 사람이 있다. 그분이 바로 신라 시대의 화엄경을 실천하여 인간 평등을 주장하면서 마음의 무애 사상(無碍思想)을 실현한 원효 스님이다. 그는 왕실에 한정되어 있던 불교를 대중에게 포교하기 위해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일심(一心)으로 정토(淨土)의 세계로 중생을 인도하였다. 화쟁(和諍) 사상으로 특정 종파에 연연하지 않고 전체 불교를 하나의 진리에 귀결시켜 자기분열이 없는 불교의 사상체계를 정립하고자 한 원효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모든 종교를 회통(會通)하여 서로 화합하고 존중하며, 갈등과 전쟁이 없는 행복한 세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몸속에는 '나'가 아닌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우리'의 유전자가 내포되어 있으며, 모든 언어와 문자가 모두 '우리'라는 문화 속에 녹아 있다. 불행하게도 서구화 및 산업화를 위한 지식은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몸과 마음을 닦는 훈련은 거의 포기한 상태에 이르러 엄청난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몸과 마음을 닦는 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음의 수련을 위해서는 명상(참선)훈련이 필수이며, 입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체육교육도 강화하여 몸과 마음이 튼튼한 젊은이를 육성해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자성(自性)을 회복하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지식교육과 함께 몸과 마음을 닦는 정신훈련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세대 간,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을 막고 화합과 공생을 바탕으로 청년들이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어서 21세기 지구촌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손안의 스마트폰과 마음의 스마트폰으로 진정 장벽과 차별이 없는 무애(無碍)의 세상으로 모든 생명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지구에서 인간 존재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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