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꼰대끼’를 뺀 청바지를 입자...닫힌 조직문화 안 바꾸면 미래는 없다
[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꼰대끼’를 뺀 청바지를 입자...닫힌 조직문화 안 바꾸면 미래는 없다
  • 윤덕우
  • 승인 2022.12.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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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이콘이 된 ‘리바이스’
금 캐러 美 찾은 군납업자에
천막 대량주문 받은 ‘리바이’
납품 막히고 빚 떠안았지만
천막으로 바지 제작 큰 인기

 

리바이스상표
인류최초의 청바지를 만든 리바이스상표와 스티븐 잡스가 즐겨입었다는 청바지 501마크.

누구나 태어날 때는 알몸이지만 배냇저고리 같은 아기 옷을 입은 후부터 죽는 날까지 옷은 우리 몸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된다. 그러나 옷은 패션에 민감하고 변덕스러울 만큼 유행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365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아이템인 청바지의 존재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무엇이 청바지를 오랜 역사의 시간 속에서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게 했을까? 청바지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독일계 미국 이민자인 ‘리바이 슈트라우스’(Levi Strauss)이다. 청바지의 탄생 역사를 제대로 알려면 19세기 미국으로 가야만 한다. 1846~48년에 미국과 멕시코는 영토문제로 전쟁을 벌이게 되는데 전쟁의 승리자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전리품으로 그 당시 멕시코 영토의 약 55%를 병합하였는데 이때 미국의 영토가 된 곳 중에 하나가 캘리포니아이다. 그런데 전리품으로 얻은 그 땅에 금이 섞인 모래, 즉 사금이 발견되어 이른바 ‘골드러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황금이 있다는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져나갔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까지도 산 넘고, 바다 건너서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 리스크가 큰 투기보다는 안정적인 투자이윤을 남기고, 일확천금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을 얻어야만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듯이 그 당시 부자가 된 이들 중에는 황금을 캐던 사람보다 그들에게 일용품을 팔았던 상인들이 더 많았다. ‘리바이 슈트라우스’(Levi Strauss)도 그들 중 하나였다. 독일에서 가난한 유대 행상인 부부에게서 태어난 그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직업도 가질 수 없었고, 반대에 부딪혀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도 할 수 없었다. 그에게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금을 캐러 온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머물 곳이 필요했다. 캘리포니아 전 지역이 천막촌으로 변한 것은 당연했다. 또, 이동을 위해 마차가 필요했으며 마차의 화물칸을 덮을 수 있는 천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리바이(Levi)에게도 기회가 왔다. 어느 날 군납 알선업자가 대형 천막 10만 여개 분량의 천을 납품해 달라고 주문하였다. 대량 주문에 신이 난 리바이(Levi)는 빚을 내 공장과 직원을 늘리고 밤낮으로 생산해 3개월 만에 주문량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군납업자는 제품에 퇴짜를 놓아 납품이 막혀버렸다. 목돈을 만질 수 있었던 리바이(Levi)의 꿈은 날아가 버렸고 산더미처럼 쌓여 방치된 천막천만이 그에게 남아버렸다. 그 뿐만 아니라 빚쟁이들의 빚 독촉은 심해지고 직원들은 밀린 월급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헐값에라도 제품을 넘기고 싶었지만 엄청난 양의 천막을 사줄 사람은 만무했다.

빚 독촉에 힘겨워 하던 리바이(Levi)는 어느 날 찢어진 옷을 깁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질긴 천막 천’으로 바지를 만든다면 노동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 후 리바이(Levi)의 청바지는 사금채취업자, 광부, 벌목공, 농부, 철도 노동자 할 것 없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들은 ‘리바이 슈트라우스’(Levi Strauss)가 만든 청바지를 리바이스(Levi’s)라고 줄여서 불렀다. 150년 이상 각종 드레스코드를 무너뜨리고 변덕스러운 패션계를 지배해버린 청바지는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그 역사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먼저, 청바지는 시대정신의 산물이었다.

청바지는 ‘골드러시’가 만든 시대 속에서 천막천이 바지가 되는 ‘혁신’의 산물이자 납품 실패가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을 이루는 드라마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한 ‘리바이’와 재단사 ‘제이콥 데이비스’의 합작으로 만든 ‘웨이스트 오버올(waist overalls)’, 흔히 멜빵바지라고 부르는 제품의 히트는 청바지를 ‘협업’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1950년대 배우 제임스 딘, 말론 브란도를 비롯한 많은 청춘스타들이 청바지를 입음으로써 고단한 노동자의 작업복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젊음의 상징적인 스타일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두 번째로 청바지는 자유와 저항의 아이콘이었다.

한 때 청바지는 반항적이면서도 거친 젊은이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청바지 착용을 금지했었다. 그러나 청바지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또한 1960~70년대 소련에서는 청바지를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여겨 금기시하였고 급기야 소련 당국은 ‘젊은이들이 청바지를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위법행위로 규정하여 일명 ‘청바지 범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케 했다. 그러나 한번 불기 시작한 청바지 열풍은 소련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가라앉지 않았으며 오히려 청바지의 밀수 무역과 암시장 거래는 활성화 되었다. 어쩌면 소련 젊은이들의 청바지에 대한 사랑은 자유에 대한 열망을 더 키워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를 앞당겼는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로 청바지는 지적재산권의 상징이었다.

1873년 5월, 리바이스의 구리 리벳이 박힌 청바지가 마침내 특허를 따내고 독점판매권을 얻었다. 구리 리벳을 덧대고 다중 박음질한 청바지는 도구나 물품을 넣고 청바지를 입어도흘러내리지 않게 만들었다. 이것이 리바이스 성공의 시작이었다. 그 후 광부들을 위해 뒷주머니에 천을 덧붙이는 이중 박음선은 리바이스의 상징을 넘어 청바지 역사상 가장 오래된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레드 탭(Red Tap)’은 옷 바깥에 붙은 최초의 상표가 되었다.

청바지가 가진 이러한 상징성과 역사적 유산 때문에 오늘날 많은 조직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표방하기 위해 리더들이 청바지를 입거나 구성원들에게 청바지 등 자율복장을 하도록 권장한다. 그러나 후진적 조직문화로서 손꼽히는 비효율적 회의, 습관적 야근, 일방통행식 업무 지시, 위계에 의존한 불통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상태에서 보여주기식 혁신으로 ‘청바지를 입는 꼰대’들만 많아지고 있다는 불평들이 나온다.

따라서 조직문화 개선은 조직의 태생과 문화를 고려하고 사례 연구를 통한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케아 코리아의 성공비결은 참고할 만하다. 슈미트 갈 대표는 매장을 오픈하기 전, 직원들의 집부터 시작해 수많은 한국인의 집을 방문하며 한국인들의 주거생활을 연구했다고 한다. 여기서 한국의 욕실이 습식(바닥이 젖어 있는 것)문화인 점, 한국인들은 자녀가 생겼을 때 집을 꾸미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점, 한국의 남성들은 가구조립을 싫어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이케아의 경영방식을 응용하여 조직 문화 개선과 인사배치에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계속 꼰대로 살건가요?
수평적 조직문화 만든답시고
자율복장만 권하는 기업 증가
창의성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
계급장 떼고 후배에 배워야


오늘날 많은 조직들은 조직문화 개선과 혁신적 조직을 설계하기 위해 소통에 기반한 업무프로세스, 자율과 창의에 기반한 재량확대,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훈련 등을 중시한다. 또한 메타버스 등 가상현실이 직원들을 교육하고 AI(인공지능)가 면접으로 직원들을 뽑고 있고 정기공채는 상시채용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ICT 근무환경에 적합한 인재들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는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조직의 생존을 위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꼰대’로 인식되는 비합리적 성과주의와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 피라미드식 직급체계, 연공에 기반한 서열문화 및 폐쇄적인 조직문화 등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아무리 리더가 ‘청바지’를 입어도 소용이 없다. 그저 꼰대가 입은 청바지에 불과하다.

이러한 시대적 환경에는 1999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던 잭 웰치가 실시한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이론의 소환이 필요하다. 리버스 멘토링이란 전통적 멘토링과는 반대로 젊은 직원이나 부하가 멘토가 되어 멘티인 선배나 상관을 코칭하고 가이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명 계급장 떼고 배우는 것이다. 다름과 차이를 경험하게 하고 소통과 공감의 장을 제공하는 ‘리버스 멘토링’은 직급 간, 세대 간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기제가 될 수도 있다.

논어에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글자가 있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혁신과 자유의 상징인 청바지의 진정한 드레스코드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꼰대끼’를 뺀 청바지를 입는 것이 아닐까? ‘꼰대끼’를 뺀 청바지를 입어보자!
 

 
칼럼니스트 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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