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숙 작가, 대구문예회관 전시
박정숙 작가, 대구문예회관 전시
  • 황인옥
  • 승인 2022.12.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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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는 제약 있지만 극복하면 무한자유 선물”
무한과 유한 만날 때 서로 빛나
인간은 죽어 영원한 별로 재탄생
유한성 확장 보다 현실 행복 중요
뼈에 석회 생기는 병 진단 받아
40대 후반 붓 들어 개인전 29회
佛 몽마르트협회 초대전 열기도
박정숙작서곡-Overture
박정숙 작 서곡(Overture)
박정숙 작
박정숙 작

무한(無限)한 존재와 유한(有限)한 존재의 차이를 언급하는 것은 무용하다. 체급이 완전히 달라 비교하는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정숙 작가에게 이 문제는 영원성(永遠性)을 획득했느냐? 획득하지 못했느냐의 단순 차이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유한과 무한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보다 상호보완적인 차원으로 인식한다.

“무한은 유한을 만날 때 찰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고, 유한은 무한을 만날 때 무한한 아름다움의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무한과 유한은 서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한 거울 같은 존재가 된다.

인간의 유한성, 즉 “모든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명제만큼 명징한 진리는 없다. 수많은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들을 감행했지만, 그들 중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모든 도전들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하지도 못하여,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심의 대상을 옮기며 유한성을 확장하고자 시도했다. 그들이 주목한 것이 존재의 근원이었다. 비록 현생은 끝나더라도 영원히 죽지 않는 세계로 회귀한다는 것만큼 위안을 주는 것도 없을 것이며, ‘존재의 근원’에 대한 사유가 태동했다.

그는 시공간을 달리하는 무한과 유한한 존재들을 한 화면에 불러들인다. 그것은 밤하늘과 밤하늘을 수놓은 별이다. 밤은 낮의 죽음이요, 별은 영원한 생명인 근원을 가리킨다. 근원으로 상정한 빛나는 별은 순수의 상징이자 궁극의 아름다움이다. 그는 순수와 궁극의 아름다움의 상징인 별을 다이아몬드로 표현한다. 그에게 별은 근원으로서의 인간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에 동의하는 입장인 것이다.

“별과 사람 인체의 성분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해요. 밤하늘의 별을 보고 가슴이 뛰는 이유도 그런 유사성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별에 대해 인간이 가지는 인상은 따뜻함과 온유함이다. 차가운 밤하늘에 빛과 온기를 퍼트리기 때문이다. 작가는 따뜻하고 온유한 별의 서정을 인간의 본래적인 성품 즉, 근원적인 본질로 이해한다. “죽어서 별이 된 인간에게 더 이상 고통과 고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깨달은 상태이자 구원된 상태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따뜻하고 온유할 밖에요.” 그의 별은 온유한 충만과 위안의 다른 이름이다.

작가의 별은 다양한 형상으로 표현된다. 각기 다른 규격의 다이아몬드를 80여개 그리고 하나의 밤하늘에 유기적으로 연결하기도 하고, 빅뱅을 떠올리는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기도 한다. 인간을 별에 대입하는 대신 직접 표현하기도 한다. 종이로 사람 형상을 만들고 한 공간에 유기적인 연결을 시도한다.

그가 존재의 근원, 순수의 세계를 구현하는 배경에 현실이 자리한다. 그는 현실에서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행복은 스스로 구하는 것이고, 작가는 생멸의 원리를 인정하는 것에서 행복의 단초를 구한다. 어떤 존재든 생멸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는다는 불변의 원리를 받아들일 때 오히려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어차피 모든 존재는 죽는다는 진리를 받아들이면 삶도 조금은 단순해지지 않을까요? 죽지 않으려 애쓰지 말고 일상의 단순한 행복을 누리면 그것이 곧 행복 아닐까 싶어요. 결국 행복은 우리 마음 작용이니까요.”

국내외에서 29회의 개인전을 가진 그이지만 화가로서의 출발은 한참 늦었다.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버킷리스트를 실행하자는 심정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50대 초반에 계명대 미술학과 서양화에 편입한 이후 동예술대학원까지 졸업하며 미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그림은 그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그는 좋은 화가가 되기보다 캔버스가 주는 자유를 즐기는 방향으로 목표를 정했다.

“사각 캔버스는 많은 제약을 주지만, 그것을 잘 극복해가면 무한한 자유도 얻습니다. 저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은 곧 해방이었어요.”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발표한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서울 인사전 개인전에 출품된 그의 작품을 보고 프랑스 몽마르트협회에서 초대 의사를 보내와 몽마르트협회 전시장에서 초대전을 열기도 하며 국내외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별과 우주를 모티브한 캔버스 10호 80점을 이은 대작과 100호 7점을 이은 대작 등 모두 5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그의 전시는 대구문화예술회관 11전시실에서 31일까지 열린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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