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대구 동구 권지현 관광두레 PD “마을관광 활성화 주체는 주민…지역사랑 마음 가져야”
[나는 청년입니다] 대구 동구 권지현 관광두레 PD “마을관광 활성화 주체는 주민…지역사랑 마음 가져야”
  • 윤덕우
  • 승인 2022.12.27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광생태계 조성사업 ‘관광두레’
PD 뽑아 마을사업 지휘권 부여
자원 발굴, 사업 운영전략 수립
관광 사업체 성장·활성화 기여
주민조직 발굴 ‘상생 실현’ 유도
권지현 PD(맨 앞줄 가운데)가 주민들과 동구 한 바퀴의 밤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권지현 PD(맨 앞줄 가운데)가 주민들과 동구 한 바퀴의 밤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가치 결정 알고리즘

우리는 책정된 가격을 토대로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특정 재화나 서비스에 책정된 가격이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에는 투입된 인력과 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더 깊이 있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를 매기는 방식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방식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격의 책정은 생각보다 쉬운 작업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작가 한 사람이 며칠 동안 그린 그림과 여러 사람이 수천 시간 동안 쌓아 올린 건물 중 어떤 것이 더 비쌀까? 이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가격은 나와 타인에게 주는 편익, 희소성, 구매위험도, 미래상황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어 책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재화나 서비스에 가격을 책정할 때 ‘가격 책정 알고리즘’을 활용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개인이 구매한 제품의 이력이나 선호도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느끼기에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될법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에 따라 가격이 더 쌀 수도 더 비쌀 수도 있다. 즉, 현 시대는 합리적 가격이라는 개념이 상황에 따라 모호한 개념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는 가치가 다변화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변화된 내용이 공식이 아니라 변화되고 있는 사회적 현상 그 자체’이다.

◇마을관광자원의 가치를 평가하는 소비자 알고리즘의 핵심

지역성이 깊이 녹아 있는 자원은 생활자원으로서 지역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관광을 경험케 하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관광 만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역자원을 발굴하여 관광상품화 하는 것은 관광객의 방문 증가와 더불어 정주여건 개선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정주인구의 증가를 유발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생활의 혜택과 경제적 소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개발케 하여 지역의 부흥과 발전을 추구하는 시책을 발굴하기에 이르렀다.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팔을 걷어 부쳤으며 다년간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드라마틱 한 성과를 낸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또한 대기업에서 투자한 관광산업의 성과물과 견줄만한 성과 또한 미미하다. 이유는 마을 단위 지역관광에 대한 소비자의 냉정한 평가와 관련이 깊다. 소비자 평가는 평가 기준이 분명치도 않을뿐더러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영역이다. 시대상황이나 트렌드를 분명히 읽지 못한다면 애써 만들어 놓은 관광상품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트렌드에 부합하는 관광객의 요구와 그들의 정보력에 기반한 냉정한 가격 비교 등 현실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마을자원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낸다고 한들 아무런 변화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을관광자원의 가치를 평가하는 소비자 알고리즘의 핵심은 단일한 패턴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트렌드를 적시에 바로 읽어내야 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져야 한다. 그것은 전문가의 손길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영역인 것이다.

◇마을관광 활성화의 미래는 청소년 애향교육에서 부터

이러한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부터 지역 고유의 특색을 지닌 숙박, 음식, 여행, 체험, 레저, 기념품 등을 생산·판매하는 관광사업체(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체)에 대한 육성체계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관광생태계 조성 목적의 ‘관광두레’ 사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지역마다 관광두레PD를 선발하여 주민의 수요를 파악함과 동시에 지역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관광사업체의 성장을 견인케 했다. 관광사업체의 견인은 한 개 업체를 집중 성장시킨다는 개념 보다는 주민조직을 발굴하여 서로 경제적 상생, 감정적 상생 등이 가능하도록 연결시키는 개념에 더 가깝다. 관광두레PD는 지역자원의 발굴, 마을 공동사업의 운영전략 수립, 그 안에서 빚어지는 갈등관계 완충 역할 등 입체적인 관계망 속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야 하는 과업수행이 주요 미션이다. 이러한 특성상 상대적으로 사회경력이 많은 40대 이상의 전문가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특별하게도 대구 동구에는 20대 나이에 관광두레PD로 선정되어 지난 5년간 주민들과 지역사회에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 청년이 있다. 세련미 넘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주민들의 자발적 협업을 이끌어내는 섬세한 리더십으로 무장한 권지현PD(33세)가 그 주인공이다.

권PD는 2018년 관광두레PD로 선정된 이후 행정과 주민, 고객과 주민, 주민과 주민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관계가 될 수 있게 도왔다. 이 역할을 위해 현장 깊숙한 곳까지 직접 들어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을 살피고 여러 관계들이 서로의 지지망으로 다시금 얽힐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리고 최신 관광트랜드를 접목한 관광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실행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작은 변화들을 기록해 나갔다. 기록된 내용들은 즉시 SNS를 통해 전파시키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9년 사업 초기에 5개 팀(금강행복마을협동조합, 화소정, 더휴앤, 모냥, 명품옻골1616협동조합 등)이 주민사업체 공모에 선정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권PD의 활약상은 공모 선정이라는 성과보다도 대구 동구가 소비자(관광객)들에게 선택받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재건했다는 사실과, 지역에서 만들어진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전환했다는 점이다. 권PD는 이러한 성과의 비결을 ‘마을사람들과 합심한 트렌드의 선점’에 이었다고 말한다. 권PD의 활약상은 2018년 ‘대통령직속균형발전위원회 지역혁신가상’을 시작으로 2019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상’,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창업사회적가치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상(창업진흥원)’으로까지 이어졌다.

2018년 권PD가 대구 동구를 자신의 활동영역으로 삼은 배경에는 대구지역을 사랑하는 애향심이 깊게 녹아 있었다고 한다. 대구에서 성장한 이유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지역 안에서 만들어지는 사소한 이벤트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졌고, 그것에 대한 기록이 훗날 지역의 가치를 극대화 하는데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고 했다.

“학창 시절과 대학생 시절을 회상하면 저는 「그냥」 바쁘게 움직였던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이유는 필요 없었어요.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어른들의 정겨움이 좋아 전통시장에 가는 걸 좋아했고, 복지관에서 빚어지는 따뜻한 일상이 좋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복지관에 가는 걸 좋아했어요. 지역(대구)이 그냥 좋았어요. 돌이켜 보면 애향심이 남다른 사람이었던 거죠.”

지역의 가치를 바로 알고 여러 관계망 안에서 그 가치를 연결하는 주체는 결국 지역을 성장배경으로 삼고 있는 청년이었다.

“지역관광(마을관광)의 활성화 주체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지역을 아름답게 가꿔나가기 위해서는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지역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청소년기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교육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을관광 활성화 주체는 마을 주민, 주민들이 관광산업 주요 알고리즘을 이해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

마을관광활성화에 목적을 둔 사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마을공동사업은 많은 사람들이 꺼려하는 ‘동업’이다. 시장경제 안에서 냉혹한 평가도 견뎌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업에 관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견 차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사람들이 동업을 꺼려하는 이유는 그마 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효용가치가 없다고 봐야 해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현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마을주민들이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트렌디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기왕이면 시장에서도 비싼 값에 거래되면 더 좋겠죠”

“마을공동사업은 동업이에요. 동업이 잘 되려면 갈등상황이 만들어졌을 때 해소가 잘 되어야 하죠. 저는 제가 지역사회에서 해야 할 또 다른 역할을 「갈등관계 해소를 위한 안내자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권PD는 지역사회에 흩뿌려져 있는 물적·인적 자원들을 한데 모아 최신 관광소비 트렌드에 맞춰 재조합하고, 그것이 갖는 관계성에 대해 연구하여 경제적 가치로 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온 마음으로 노력하는 지역사회 ‘최고의 플레이어’였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