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임인년의 끝자락에서
[목요칼럼] 임인년의 끝자락에서
  • 승인 2022.12.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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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우리는 매년 한해가 마무리되는 연말이 되면 일상적으로 하는 말이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자'는 것이다. 2022년 임인년 역시 되돌아보면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의 삶을 즐겁게 하는 사건보다 힘들게 하는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난 것 같다.

정치적으로는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경합 끝에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비롯하여, 뒤이어 실시된 제8대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자치단체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났다. 특히 대통령선거에서의 정권교체는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고, 이는 내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우리의 정치문화 수준에서 볼 때 현 정부의 앞날에 큰 어려움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되었으며, 2023년 예산안 결정과정에서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서로 내가 하는 것은 적폐청산이고, 나에게 가해지는 것은 정치탄압'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민생은 뒷전이고 정권을 빼앗긴 야당은 자기 편 보호에만 급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렵게 정권을 되찾아온 여당도 당권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 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으니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이와 같은 정치권의 이전투구로 민심은 극명하게 갈라졌고, 민생은 멍들어가고 있다.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한 사안인지를 정치인은 모르는 것 같다 아닌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경제적으로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펜데믹 상황에 빠짐에 따라 정부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들을 구제하고 국내경제를 부양한다는 명목 하에 막대한 재정확장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국가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초래되었으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탓인지는 모르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도시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였다. 이러한 펜데믹 상황에서의 재정 팽창 정책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적인 문제로 그 잘잘못은 따질 것이 아니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여파로 금년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이 일어났고, 여기에 우리나라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됨에 따라 지난해 연말 기준 1%였던 기준금리가 올해 일곱 번 인상되어 현재 3.25%가 되었으며,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결과 금융권 부채를 가지고 사업을 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고물가 고금리 현상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더욱 비어가게 만드는 등 경제상황은 내년에도 전혀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어려질 것이라고 대부분 경제관련 기관들의 전망하고 있어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즉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 국제통화기금(IMF)은 2.0%, 한국개발연구원은 1.8%, 한국은행은 1.7%로 예측하고 있는 반면 정부에서는 1.6%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외부 경제관련기관보다 더 낮게 예측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인 내년 국내의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지난 정권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현 정권이 들어서자 북한은 연일 핵무장을 주장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되는 미사일 발사를 밥 먹듯이하고, 심지어 지난 월요일에는 수십 대의 무인 정찰기가 우리의 영공을 침범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서는 서로 상대편 탓을 하고, 국민들은 이러한 북으로부터의 위협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도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인식의 변화를 초래하기 시작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특히 모여서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국민들의 기질을 비대면(非對面)의 일상화로 변모시키기 시작하였고, 급격한 출산율의 저하로 인해 국내 인구가 통계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국가존립의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전적으로 앞선 정부들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어떤 정부도 국민을 못살게 하려고 노심초사하는 정부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름 자신의 정권 치적으로 삼기위해 잘하려고 한 정책이 예상하지 못한 시대적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를 제때 판단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어찌되었던 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임인년의 끝자락에서 올해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계묘(癸卯)년을 기다려야 하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계묘년은 음양오행 상으로는 검은 토끼의 해이며, 예로부터 검은색은 지혜를 뜻하고 토끼는 다산이나 안전 · 평화를 의미한다. 토영삼굴(兎營三窟)이라는 말과 같이 토끼는 자기가 위험할 때를 대비하여 굴을 세 개 뚫어놓는다는 영리한 동물이니 만큼 토끼와 같은 지혜로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는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토끼는 조용한 동물로 몸에 비해 귀는 크다. 이는 세상의 소리를 잘 들으라는 뜻일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안락한 삶을 책임져야 하는 정치권은 큰 귀를 기울여 민심의 목소리를 소중히 듣고 협치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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