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온의 민화이야기] 가족을 지켜야 되는 그림 ‘화조도’...화조도 걸어둔다고 가정이 화목해질까
[박승온의 민화이야기] 가족을 지켜야 되는 그림 ‘화조도’...화조도 걸어둔다고 가정이 화목해질까
  • 윤덕우
  • 승인 2022.12.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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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꽃과 다양한 새 주인공
정물화·산수화·풍경화도 아냐
금슬·집안 평화 바라는 관상용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서
사건 암시하는 키워드로 등장
살해 대가로 사용돼 씁쓸
가족 지키는 영화 ‘아바타’
화조도에 아바타 담아야할지도
최근 핫이슈가 된 드라마가 있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데 이름도 약간 촌스러운 듯하면서, 레트로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 경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시작과 전성기 그리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돈에 대한 욕망, 인간에 대한 본능에 관한 이야기인지라 본의 아니게 빠져들게 되었다. 필자는 드라마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민화가 나오는 화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침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회장님 사모님께서 민화를 그리시네…화실도 얼마나 멋지던지. 그 장면을 보려고 TV 앞에 앉아 드라마에 톺아보기 시작했다.

오늘의 주제는 “왜 거기서 화조도가 나오지?” 이다. 드라마의 주된 사건의 키워드에 민화의 의미가 나오면서 화조도가 사건의 암시와 주제가 되는 장치가 되었다.
 

재벌집막내아들에나오는화조도
<그림1>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오는 화조도. JTBC 제공

흔하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화조도가 살인교사 범행을 지시하고 그 대가로 지불된 블랙머니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의문스럽다가도 이 드라마의 작가가 굳이 사건이 단초로 가족의 사랑과 행복을 주제로 하는 화조도(花鳥圖)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어떤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시다시피 화조도(花鳥圖)는 화려한 꽃과 다양한 새의 결합으로 장식성이 뛰어난 그림을 일컫는다. 특별한 정치, 사상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으면서도 채색의 화려해서 보는 즐거움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민화의 한 장르이다. 특히 민화에서의 화조도는 부부간의 금술, 화목, 행복 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그림이다.

화조도(花鳥圖)는 정물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산수화나 풍경화도 아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한 가치가 광범위하게 녹아있는 동양의 독특한 미술 양식이다.

조선시대에는 꽃을 화병에 넣어 방안을 장식하거나 새를 잡아 새장에 가두는 문화는 없었다. 꽃밭을 특별히 가꾸지도 않았다. 그 대신 사상이나 정서를 투영시켜 꽃을 관조하고 멀리서 나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화조도(花鳥圖)’는 그냥 보기 좋고, 편안하며, 장식성이 강한 그림이지만 막상 그리기는 만만치 않다. 꽃과 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상상력을 가지고 대충 그릴 수가 없고,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며 새의 털은 붓끝으로 한 올 한 올 그려야 한다. 또한 꽃의 특성상 다양한 색을 사용해야 하는 채색 기법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꽃과 새의 모습에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담아 넣는 일은 그림에 대한 오랜 경륜을 가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한 예로 최근 발표된 새로운 스타일의 화조도를 소개해 본다. 2018년 갤러리 현대에서 개최되었던 <민화 현대를 만나다>에 선보이면서 민화를 그리는 작가들의 버킷리스트에 꼽히는 작품이다.
 

화조도-이종임작
<그림2> 이종임 작 화조도 2021년 작 지본채색 150×130cm 작가 소장

원본 그림은 19세기말 20세기 초에 그려진 그림으로 청나라의 장식적 길상화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그림으로 20세기 초에 새롭게 시도된 양식의 민화이다.

(사) 한국현대민화협회 이사이며,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임 작가의 화조도이다. 화면의 중앙에서 가지를 뻗은 매화나무의 등걸을 중심으로 시간과 계절을 초월한 꽃과 새가 배치되어 있다. 이 그림은 거대한 병풍을 한 화면으로 하여 사계절 꽃이 한꺼번에 피어난 환상을 만들었으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새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새들의 조화로운 배치로 만상의 새들이 행복을 누리며 영원히 번창하는 꽃동산처럼 가족과 가문이 크게 번창하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실제 이런 화조도를 집안에 걸었다고 원초적 욕망이 구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꿈을 가질 수 있었고, 마음의 위로와 안정을 얻었다면 그것으로 성공적! 일 것이다.

마침 자료를 찾다가 드라마에 나오는 화조도와 비슷한 그림을 발견했다.
 

화조도1-호암미술관
<그림3> 작가미상 화조도 대련 19세기 지본채색 각 132.8×48.0cm 호암미술관 소장

민화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바탕에는 수 천 년의 전통이 압축된 궁중회화가 있었고, 수준이 높고 완성된 원본의 기초 위에 민화가 탄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보여드리는 화조도 대련은 묘사가 세밀하고 채색이 화려하고 보존상태가 좋아서 궁중회화의 원본이 묻어나는 호암미술관의 대표적인 민화 작품이라고 한다.

두 폭이 하나의 장면을 이루고 있는 화조도 대련(對聯)이다. 바위 언덕을 배경으로 각종 새들이 꽃나무와 어우러져 있다. 이 작품에서도 보이듯이 민화 화조화에는 아름다운 꽃나무 사이로 새들이 쌍쌍이 짝지은 정겨운 모습이 묘사된 경우가 많다. 이는 부부간의 좋은 금슬과 집안의 평화를 염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보시다시피 이런 그림들의 메시지는 딱 하나이다. 가족의 사랑과 우애, 화목, 행복.. 그런데 드라마의 스토리나 현실의 가족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 대사 중에 “ 친애하는 우리 가족들이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얼굴들을 보여 줄 겁니다. 우애를 지키기에는 돈이 너무 많자나요. 우리집 사람들…”

그놈의 돈이 문제인 것인가. 드라마 속 화조도는 가족을 지키는 그림의 의미도 내팽겨져 버리고 서로를 죽이는 도구로 사용되어 버렸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 라고 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국가의 성장과 돈이면 다 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 나를 지키고, 내 가족을 지키는 일이 점점 힘들어 지는 것 같다.

지난 주말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새벽 조조 영화를 봤다. ‘아바타: 물의 길’이라는 블록버스터 급 3시간짜리 장편 영화였다. 화려한 영상과 IT기술이 녹아져 있었지만.. 장시간의 스토리 주제는 가족을 지키는 가장의 고군분투였다. “가족을 지키는 것, 그것이 아버지의 존재이유다.” 라는 명대사를 다시 읊조리면서 이제 화조도를 그릴 때 아바타의 캐릭터가 들어가야 하나 자문해본다. 드라마가 끝이 나고, 영화도 다 봤고, 한해의 끝을 마무리 하면서 가족의 사랑과 행복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주는 그림 화조도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이것만은 변치 않아. 우리가 어딜 가든지 가족이 우리의 요새야!”라는 그 영화의 대사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그림에 담아 원래의 의미를 찾아보는 새로운 한 해를 마중해 본다.

박승온ㆍ사단법인 한국현대민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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