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상 속으로] 봉사·취미·여행…함께사는 세상 소중함 깨닫는 시간
[다시 세상 속으로] 봉사·취미·여행…함께사는 세상 소중함 깨닫는 시간
  • 조혁진
  • 승인 2023.01.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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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그래도 콘텍트, 돌고 돌아 만남으로
대구 지역 봉사회 나눔 활발
적십자사 ‘053프로젝트’ 진행
저소득 노인·취약계층 복지 증진
나눔에 긍정·상생의 의지 담겨
재테크·운동·연극 등 취미 공유
러닝 모임서 함께 달리며 즐거움
사람과 교류에 대한 그리움 해소
산·바다·해외 떠나 답답함 날려
같이걸을까_두류공원함께걷는모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대면 모임도 늘어나고 있다. 시민들은 다양한 취미를 공유하고 함께 자기개발을 이뤄가며 사회적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걷기모임을 계기로 모인 대구시민들의 모습. 이번주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수 십년 후의 일로 여겨졌던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활성화는 코로나19가 유도한 언택트 문화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손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돌아온 대면 문화는 다시금 우리 사이 만남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서로를 돕고 무언가를 공유, 지난 3년의 억눌림을 딛고 다양하게 분출하고 있다.

◇1% 저성장 전망에도 사람 먼저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나희덕 시인의 땅끝 시 일부이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1.6%라는 강력한 경제한파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통계 작성 이래 역대 6번째로 낮은 성장에 그치는 전망이다. 자영업자들의 부채 등 위험 신호도 사정없이 깜빡인다. 벼랑끝 각박한 서민경제 상황에 나눔의 가치는 더욱이 그 진가를 발휘한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대구지역민들이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한다.

대한적십자 대구광역시지사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이어 계묘년에도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나선다. 대구적십자사는 지역 내 1억 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클럽(레드아너스)과 함께 탄탄한 봉사회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있다. 레드아너스 클럽 회원들과 지역 각지 봉사회 소속 봉사원들로부터 나눔에 대한 생각과 신년 이어갈 행보에 대해 들여다 봤다.

“절박한 사람이 많잖아요. 기댈 데라곤 없는…. 현실이 고되긴 해도, 우선 그 앞에 제대로 서 있는 것부터 해내기 위해서, 먼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어요. 다들 어렵겠지만 누구 하나 포기할 수가 있나요? 힘들어도 해봐야죠. 같이 살아봐야죠.” 나눔의 기저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긍정’과 ‘상생의 의지’가 깔려있다. 대구적십자사 봉사원들은 고통스러운 현장을 숱하게 마주하며, 흔쾌히 함께 감내하고자 한다.

레드아너스 클럽 회원이자 봉사원들의 정신적 지주라고도 불리는 대구적십자사 박명희 부회장은 매월 50만 원씩 정기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40만 원은 1년에 3번 상품권으로 희망풍차 결연세대인 아동·청소년에게 고루 돌아간다. 아이들은 결코 작지 않은 나눔에 큰 행복을 표하며 고사리손으로 손편지를 써내려가기도 한다. 서부초교 6학년생, 서도초교 3학년생 등 많은 학생들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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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대한적십자 대구광역시지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와 봉사원간 송년행사에서 봉사원을 위한 물품을 지원하고 행운권 추첨을 진행하고 있는 박명희 대구적십자사 부회장. 대구적십자사 제공

박명희 부회장은 “청소년기부터 적십자 활동을 하면서 나눔은 일상과 다름 없었다.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적십자의 역할과 책임은 더 커질 것”이라며 “적십자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에는 시민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대구적십자사와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다른 일례로 지역에서 어렵고 소외된 계층을 위한 헌신적 봉사로 봉사원들 사이에서도 모범이 되고 있는 변금희 봉사원은 저소득 노인 결연활동과 목욕봉사·밑반찬 전달, 차상위계층 발굴·지원 등 지난해 연말 기준 13년 3개월간 8천250여 시간 이상 봉사했다. 현 상중이동민들레 봉사회장으로 지역의 저소득 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복지 증진을 위한 행보는 신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적십자사에서는 신년부터 특히 코로나19로 그간 다소 위축됐던 대면봉사가 활력을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구적십자사 관계자는 “지사에서 진행해오던 ‘든든도시락’, 올해 새롭게 추진동력을 가져갈 ‘053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들이 대면 활성화 전망에 따라 적극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코로나19 시기를 시민들과 극복해나갔던 것처럼 신년에도 대구적십자사는 구호·복지 등 다방면에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053 프로젝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봉사원들과 고독사 위험이 높은 1인 가구의 건강과 정서를 돌보고자 대구지역 번호인 053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0’ 고독한(空) 세대에게, ‘5’ 다섯 가지 활동을, ‘3’ 2명 봉사원이 대상자 1명과 함께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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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대면 모임도 늘어나고 있다. 시민들은 다양한 취미를 공유하고 함께 자기개발을 이뤄가며 사회적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영화만들기 모임을 계기로 모인 대구시민들의 모습. 이번주말 제공

◇대면 모임 활성화·여행 등 회복세

직장인 최모씨는 최근 러닝 모임에 등록했다. 정기적으로 특정 장소에 모여 함께 달리기를 즐기는 모임이다. 평소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홀로 운동장을 달리는 등 혼자 운동하길 즐겼던 최씨지만, 러닝 모임을 시작한 후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많은 이들이 최씨와 같이 대면 모임을 찾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동안 비대면 문화가 각광받았지만, 여전히 한켠에는 사람과 교류하는 데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었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각자의 취향에 맞춘 모임들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대구지역에 기반을 둔 취향 기반 커뮤니티인 ‘이번주말’은 사회적 거리두기 전후로도 많은 사회적 모임을 주선했다. 러닝메이트와 함께 대구 곳곳을 달리는 러닝클럽부터 전문가에게 배우는 취미·재테크·운동·연극 등의 각종 클래스, 취향이 통하는 사람끼리 만나는 소셜 살롱 등 다양하다. 실내외를 떠나 대구 곳곳에서 모임이 이뤄지지만, 대면을 전제로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사적모임 인원제한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거리두기 해제 후 회복새로 돌아섰다.

박수용 이번주말 대표는 “거리두기 전후를 비교하자면 30~40% 정도 참여자가 수가 늘었다”면서도 “만남에 대한 수요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전에는 거리두기로 인한 규제나 코로나19 감염, 회사차원의 제한으로 인해 모임 규모가 줄었을 뿐 수요는 꾸준했다”고 말했다.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 욕구를 실현할 수 없었을 뿐 만남에 대한 갈증은 있어왔다는 설명이다.

여행과 행사·축제 등도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거리두기 해제를 기점으로 국내외 여행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상회복이 이뤄지며 공항 이용객은 물론 관련 교통수단 이용 빈도까지 따라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인천공항 이용객은 코로나19 유입 이후 처음으로 5만명을 기록했다.

해외까지 눈을 돌리지 않더라도 회복된 국민 이동량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의 통신모바일 인구이동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주차의 일평균 인구 이동량은 1만1천613건으로 집계됐다. 1만697건의 이동이 이뤄진 직전년도 같은기간보다 8.6%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19년 보다도 많다. 해당 기간에는 통신 이동 1만1천454건이 기록된 바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족쇄를 벗어던진 시민들은 산과 바다, 여러 축제와 행사의 장으로 향했다. 3년 만에 돌아온 대구 치맥페스티벌은 하루 평균 25만여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며 대성공을 거뒀다. 방문객들은 후덥지근한 날씨와 함께 찾아온 소나기에도 아랑곳 않고 축제를 즐겼다. 100만 인파가 몰렸던 부산 불꽃축제를 비롯해 대구·경북의 여러 지역 축제들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코로나19가 억제시켰던 시민들의 대면·교류 열망은 최근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사회적거리두기 기간은 언택트라는 새로운 문화를 선도시켰지만, 결국 사회적인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한지연·조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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