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타격폼 바꾸는 이정후 "우승이 먼저, MLB는 그다음"
처음 타격폼 바꾸는 이정후 "우승이 먼저, MLB는 그다음"
  • 승인 2023.01.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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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의 2024시즌 빅리그 도전 소식에 벌써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들썩인다.

지난달 이정후가 구단에 공식적으로 해외 진출 의사를 밝혔을 때 MLB닷컴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이 소식을 다뤘다.

그리고 구단이 이정후의 도전을 수락했다는 소식 역시 미국 주요 언론을 통해 야구의 고장 미국에 전달됐다.

정작 이정후는 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와닿지 않는다. 비시즌이라 미국에서도 잠시 화제가 된 거로 생각한다”며 “저라는 선수가 이번 시즌을 마치고 도전한다는 홍보 정도는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시즌 KBO리그 타격 5관왕에 등극해 데뷔 첫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품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정후는 벌써 2023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히어로즈 선배인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함께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오후에는 배팅 연습을 소화한다.

이정후는 “다음 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개인 훈련을 하고, 팀이 2월에 애리조나로 넘어가면 그때 맞춰서 합류한다”면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김하성 선배 소개로 최원제 코치와 배팅 연습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 “도쿄올림픽 끝나고 미국 진출 본격적으로 생각”

2017년 KBO리그 데뷔 시즌부터 천재성을 뽐냈던 이정후는 일찌감치 ‘미래의 빅리거’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처음에는 아버지 이종범(53) LG 트윈스 코치처럼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염두에 뒀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배들처럼 미국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정후의 마음속에 ‘해외 진출’이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게 각인된 계기는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이다.

당시 한국야구는 메달을 따지 못했고, 대표팀 간판타자인 이정후 역시 좌절을 맛봤다.

이정후는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미국에서 한번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운다’는 말대로, 높은 수준의 선수들과 정면으로 대결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자라난 셈이다.

마음속에만 품었던 꿈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배경은 타격 5관왕이다.

이정후는 “솔직히 지난 시즌을 잘 치르지 못했다면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지 못했을 거다. 그래도 좋은 성과를 낸 거 같아서 시즌이 끝나고 확실하게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이번 시즌을 치르고 나면, 이정후는 KBO리그 선수의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해외 진출 요건인 7시즌을 채운다.

도전을 앞둔 이정후에게 아버지는 가장 든든한 존재다.

그는 “부모님은 제게 모든 선택권을 주셨다. ‘너의 인생이다. 하고 싶은 대로, 후회가 안 남게 다 해보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소개했다.

◇ “키움 우승이 먼저…타격폼 수정도 우승을 위해”

지난해 키움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힘겹게 올라가서 한국시리즈에서는 SSG 랜더스와 명승부를 펼친 끝에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팀 창단 첫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이정후는 홀가분하게 미국 진출을 추진하기 위해 다시 우승에 도전장을 낸다.

우승을 위해 타격폼을 수정할 정도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를 염두에 둔 것도 있지만, 올해 팀 우승을 위해 더 잘하고 싶어서 타격폼 수정을 준비 중”이라며 “무조건 팀 우승이 먼저고, 메이저리그는 그다음”이라고 힘줘 말했다.

겸손한 성격인 이정후는 여러 번 키움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특출한 성적을 낸 것도 아닌, 그저 방망이에 공 좀 맞히는 선수였을 뿐인데 잠재력을 좋게 봐주신 덕분에 입단했다”면서 “구단의 육성 플랜 덕분에 지금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자리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구단이 제 덕을 보는 게 아니라, 제가 구단 덕을 본 거다. 포스팅 역시 구단이 허락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한다고 해줘서 정말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구단에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우승 트로피다.

이정후는 “솔직히 올해가 (KBO에서)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구단에 보답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가장 큰 보답은 우승”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겨울 키움은 FA 시장에서 예상을 깨고 지갑을 열었다.

베테랑 강속구 불펜 투수 원종현(36)을 4년 총액 25억원, 외야수 이형종(34)을 4년 총액 20억원에 영입했다.

이정후는 “작년 한국시리즈 경험이 이번 시즌 선수들에게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구단에서도 (FA 선수를 영입하는 등) 의지를 보이니까 선수들도 올해 뭔가 해보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준비한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 “움직임 심한 MLB 패스트볼 치려고 타격폼 수정”

이정후의 타격폼은 교과서와도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준비 자세부터 공을 따라가는 능력, 타격 순간 힘을 싣는 힘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다.

이 타격 자세로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타율 1위(0.342)와 2022시즌 타율(0.349), 출루율(0.421), 장타율(0.575), 안타(193개), 타점(113점)까지 타격 5관왕을 차지했다.

그런데도 타격폼에 손을 대는 이유는 더 잘하기 위해서다.

이정후는 “이렇게 타격폼을 수정하는 건 입단하고 처음”이라며 “몇 번 시도하려다 포기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타석에서 보폭을 크게 벌리고 방망이를 높이 든 채 공을 기다린다.

그는 “이걸 최대한 간결하게 하려고 준비 중이다. 미국 선수들은 준비 자세에서 팔 위치가 거의 어깨까지 내려오는데, 나는 귀까지 올라가 있더라”면서 “테이크 백(스윙에 시동을 걸기 위한 준비 자세)도 방망이 헤드가 깊게 돌아가는 편이다. 위치를 살짝 바꿔서 간결하고 힘있게 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이정후라도 모든 투수의 공을 다 잘 칠 수는 없다.

키움과 상대하는 팀마다 이정후를 상대하기 위한 ‘전문가’는 한 명씩 보유하고 있다.

그는 “퀵모션이 빠른 선수나 인터벌이 긴 투수를 상대할 때 대처가 어려운 게 느껴져서 수정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미국에서는 생존을 위해 타격폼 수정이 필수다.

이정후는 “미국 투수들은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심해서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수가 있다면 올해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한 달은 일찍 시즌을 시작하는 셈이라 준비 시간이 짧다.

이정후는 “원래대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하고 개막하면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새로운 폼이) 정립될 거 같은데, WBC가 있어서 걱정”이라면서도 “반대로 수정한 폼으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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