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동성아트홀 2
[문화칼럼] 동성아트홀 2
  • 승인 2023.01.0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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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시네마 천국’은 우리에게 따뜻한 추억의 영화다.

삶은 팍팍하지만 그래도 거기에 절망만이 지배하지 않고 꿈이 있었던 것은 영화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시칠리아 풍경 속에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우정을 그린 영화, 모두에게 시련과 아픔이 닥치고 마침내 고향을 떠난 토토. 유명 영화감독이 되었지만 고향을 다시 찾지 않다가 알프레도의 부음에 30년 만에 찾은 고향. 그곳에서 다시금 돌아보는 옛날. 자기 인생의 정체성인 ‘영화’가 그곳에서 형성되었고, 그 때 그 사람들과의 인연은 소중한 자산으로 자신을 키워왔음을 확인한다.

우리에게도 그랬지만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 한편의 영화 상영은 모두에게 축제였고 삶의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다. ‘시네마 천국’은 슬픔마저도 여과해서 표현하고, 삶의 고통을 따뜻하게 감싸줘서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 영화다. 블록버스터 영화도 재미있지만 은은한 향기가 가득한 품격 있는 예술영화 한편은 큰 위로와 좋은 자극이 되며 그 여운이 길게 가는 것을 나는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예술영화 전용관 동성아트홀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공간이었다.

함박눈이 모처럼 내린 어느 겨울날, 걷다가 버스를 갈아타며 찾은 그곳에서 본 일본의 노 건축가 부부가 15평 작은집에서 50여 년 동안 살아가며 겪는 삶과 죽음을 고요히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 뉴욕 공공도서관의 모든 것을 모노톤으로 그린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이런 영화와 관련한 추억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아녜스 바르다와 미술가 JR이 프랑스 전역을 누비며 사진으로 환상적 변화를 연출하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이 영화에 대한 깊은 인상은 2021년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아트월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되었다.

나는 동성아트홀에 출입한 처음 한동안은 회원가입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회원으로 가입하면 혜택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매번 갈 때마다 현금으로 티켓을 사는 것이 극장에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어느 날 운영하는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회원이 현재 350명 정도 된다는 말에 바로 가입했다. 월 만원의 회비였기에 매달 입금 되는 350만원은 운영상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부근 식당에서 운영진과 마주치면 식사비도 내주곤 했다. 그래봐야 한두 번 이었지만 동성아트홀은 우리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곳,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 그래서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동성아트홀에 대한 좋은 추억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나의 지인들도 곧잘 만나게 되지만 처음 얼굴을 튼 사람들도 자주 마주치게 될 만큼 오는 사람이 계속 오는 즉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었다.

그리고 연령층도 다양했다. 중년이상 그것도 부부동반 관객이 많았지만 젊은 팬들도 많이 찾는 곳이었다. 영화 상연 전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족들, 친구들 끼리 나누는 이런저런 대화들을 의도치 않게 듣게 되는데 그중 상당수가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예술영화 한편이 우리를 참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공간인 동성아트홀의 역사는 순탄치 못했던 것 같다. 과거에도 폐관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부침 끝에 모 병원에서 인수하여 한 동안 잘 운영되다가 코로나로 인하여 관객이 급감하며 모든 게 나빠졌다.

좋지 않은 일은 연이어 생기는지,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흘러나왔으며 건물주도 비켜 달라고 해서 21년 말 휴관하게 되었다. 그동안 극장 운영진을 비롯한 대구시에서도 재개관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였으나 여의치 않자 결국 문을 닫는 것으로 최근 정리된 모양이다.

정말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인구 240만 거대 도시에 문화예술에 관한한 저변과 뿌리가 넓고도 깊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대구가 예술영화 전용관하나 가지지 못한단 말인가. 복합상영관 일부에서도 예술영화를 다루고 있지만 그 다양성과 횟수에서 전용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정도로는 사람들의 니즈를 채우기 어렵다.

나는 제안을 하고 싶다. 개인의 헌신으로 이어가는 것에서 벗어나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동력으로 동성아트홀 살리기 운동을 펼치는 것을….

뜻있는 동참자들의 갹출로 일정금액을 모으게 되면 운영정상화 방안의 토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돈 몇 푼으로 쉬 풀릴 일은 아니겠지만 지성이면 감천 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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