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도기간, 유통기한 표기 혼재
대대적 홍보활동 요구 목소리
“소비기한이 지정된 게 뭔 말이에요? 아 이게 표시가 바뀐 거구나.”
5일 오전 11시께 대구 달서구 한 마트에서 소비기한이 표시된 음료수를 집어 들던 50대 주부 김모씨는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김씨는 “새해 들어 시장이나 마트는 잘 안 나와서 그런지 소비기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상품을 고를 때 더 자세히 봐야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 홍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발생하는 식품폐기량을 줄이기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했다.
소비기한은 유통 가능 기간을 표시한 기존의 유통기한과는 달리 보관 조건을 준수했을 경우 식품을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다만 정부는 식품업계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올 한 해 간은 계도기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문제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됐음에도 시민들이 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등 현장 홍보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 4~5일 이틀간 대구 달서·중·동구의 대형마트, 편의점 등 13곳을 살핀 결과 매장 내에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거나 홍보 활동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달서구 대곡동의 한 마트 직원은 “소비기한이 찍힌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 (유통기한 표시 제품보다) ‘조금 더 빨리 먹어야 하는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계도기간에 따라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이 표기된 제품이 혼재하면서 현장 혼란은 더해지는 모습이었다. 한 제조사의 동일한 음료수 제품임에도 500ml 제품에는 소비기한이, 1.5L 제품에는 유통기한이 표기돼 있는 등 용량에 따라 표시가 혼재된 경우도 있었다.
시민들은 현장 혼돈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소비기한 표시제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구 신천동 주민 최학범(62)씨는 “표시된 (소비기한) 글자가 크지도 않고 소비기한이 시작된 것도 안내되지 않아 불편하다”며 “노인들은 특히 (식품을) 잘못 먹었다가 큰일 날 수 있다. 대대적인 소비기한 표시제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아직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시는 소비자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소비자용 표시제 홍보 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다각도의 홍보 활동을 꾸준히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