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성장하는 한국의 스토리텔링
[대구논단] 성장하는 한국의 스토리텔링
  • 승인 2023.01.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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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근 외국 영화나 외국 TV드라마 보다도 한국 영화나 한국 TV드라마가 훨씬 더 재밌다는 한국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중에서 한국 영화 비율이 70%나 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한국 콘텐츠의 매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 같다. 흥미롭게도 한국 콘텐츠는 이제는 외국에서도 그 매력을 드러내고 있으며 나아가 한국의 콘텐츠 산업 전반이 경쟁력을 갖추며 영어권이든 비영어권이든 외국에 활발히 진출해서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 문화의 중심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내는 최근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자부심과 기쁨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죠스, 스타워즈, 백투더퓨처, E.T., 사랑과영혼, 터미네이터’...등의 외국 영화를 보며 상상과 꿈을 꾸었던 필자와 같은 올드 제너레이션들은 최근 성공적으로 진화하는 한국 콘텐츠의 변모에 경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놀라움은 외국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덜란드 그로닌겐 대학의 피안졸라(Federico Pianzola)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왓패드(웹소설 플랫폼)’의 이용자 구독여정을 분석해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문화 콘텐츠(특히 K-Pop)가 최근 인기를 끄는 ‘세계문학(world literature)’ 분야에서 중요한 문화적 기반이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왓패드’는 9천만 명의 전 세계 이용자들과 10억 편의 작품을 확보한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이다. 네이버가 한국 웹툰을 넘어서 영어와 스페인 언어로 쓰인 웹소설 콘텐츠를 확보하고자 작년 5월에 7천억 원을 주고 전격 인수한 소셜 미디어다. 피안졸라 교수의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왓패드에 게시되는 웹소설 구성과 독자들의 코멘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서구의 권위있는 문학모델이 아니라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한국의 K-Pop이라는 사실이 놀랍다고 밝히고 있다. 왓패드 이용자(작가와 독자)의 80%가 10대이자 여성이고 주로 로맨스, 서스펜스, 팬픽(좋아하는 연예인과 좋아하는 스토리를 대상으로 한 2차 픽션) 등의 장르가 중심인 것을 보면 왜 한국의 팝음악과 가수들이 그들의 스토리텔링에 중심적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서구권이든 비서구권이든 10대의 여성에게 한국의 팝음악과 캐릭터들은 그들의 세계관을 스토리텔링하는데 문화적으로 가장 많이 레퍼런싱되는 대상인 것이다.

왓패드와 같은 웹소설 디지털소셜플랫폼들의 등장과 함께, 전 세계의 독자와 작가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플롯 전개를 구성하고 접근하는 세계문학의 스토리텔링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으며, 그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중심이 되어있는 흥미로운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 유투브, 웹툰 등 새로운 디지털 매체들의 등장으로 스토리텔링 산업의 생산과 소비 현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런 폭풍의 중심에 한국의 콘텐츠가 위치를 차지한 것이다.

네이버는 최근 웹툰 원작의 ‘지금 우리 학교는’을 넷플릭스에 공개하며 비영어 TV드라마 부문 1위의 성과를 이뤘다. 또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스루 마이 윈도’까지 넷플릭스 공개 후 전 세계 1위에 오르며 네이버는 스토리텔링 크리에이터로서 디지털 전환시대를 선도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스루 마이 윈도’는 한국작가가 쓴 것은 아니지만 웹소설을 영상화하고 해외 각국에서 팬층을 확보하여, 콘텐츠 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려는 네이버의 결실인 것이다. 최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결심’이 75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과 BBC가 선정하는 2022년 최고의 영화 20편에 선정되는 성과를 보이고, ‘이상한변호사우영우, 더글로리’ 등이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면 이제는 외국 콘텐츠는 안보고 한국 콘텐츠만 재밌게 보게 된다는 우리의 반응이 더 이상 놀랍지 않게 된다.

서구인들은 주인공이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찾고 만들어가는 스토리에 관심을 많이 갖는 반면, 아시아인들은 가족이나 유대감을 느끼는 스토리에 더 흥미를 보인다는 스토리 연구 결과가 있다. 문화에 따라 공감하는 스토리가 다를 것이라는 가정을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의 스토리는 문화적으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적 가치관을 모두 잘 반영하고 있기에 지금 이 시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한국 콘텐츠가 크리에이티브의 돌파구로 제시되는 이유를 밝히는 연구들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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