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수요칼럼]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 승인 2023.01.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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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주기적으로 대중이 지도자를 선출해 세부적으로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체제다. 이런 측면에서 민주주의는 국민의 선택과 지지가 없으면 결코 지도자가 될 수 없는 체제라 할 수 있다. 이는 어찌 보면 국민 중심으로 나라를 이끌어간다는 측면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지만, 국민의 선택과 지지를 얻기 위해 많은 정치인들이 포퓰리즘 정책을 주장하고 실행하려는 부작용도 동시에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문제점 또한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포퓰리즘은 보통 기성정치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주로 기성 정치가 간과한 문제를 강조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고 권력을 획득하려는 정치적 전략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포퓰리즘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전략일 수는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쇠퇴를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저출산 정책의 일환으로 출산 시 이자뿐 아니라 원금 일부까지 탕감해주는 방안을 제기해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 부위원장은 헝가리의 경우 아이를 낳으면 초저리로 빌려준 결혼자금의 이자를 탕감해 주고, 둘째를 낳으면 원금의 절반을, 셋째는 전액 탕감하는 정책으로 결혼률이 20% 올랐음을 근거로 해당 정책에 대한 검토를 주장했다.

여기에 많은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기에 해당 정책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포퓰리즘 정책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먼저 해당 정책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원인에 대한 깊은 고민과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서 제대로 된 원인을 찾고 바꾸게 되면 결과 또한 변화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현상의 원인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원인을 바꾸어도 결과는 변화하지 않는다. 얼핏 보면 대한민국의 결혼과 출산의 저조가 경제적 측면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원인이 아니라 생각한다. 과거 대한민국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훨씬 더 윤택해지고 발전해 왔다. 만일 경제적 어려움이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라면,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장과 출산율의 저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대출에 대한 이자를 줄여주고 원금을 탕감해주지 못해서 결혼과 출산이 낮다는 발상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너그럽게 이해하려 해도 대출과 저출산의 관계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다. 대출이 없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출산율이 높다는 통계는 본적 또한 없다. 개인적으로 그럴듯한 원인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현상의 원인이 아닌 정책을 포퓰리즘 정책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포퓰리즘 정책은 당장 실현 가능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실행하기는 어려운 정책이 대부분이다. 정책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정책은 하나의 시스템처럼 체계적으로 굴러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의료보험 체계를 다른 나라에서 부러워하는 이유 또한 과거에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만 실현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란 이야기다. 이런 측면에서 나 부위원장의 저출산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돈을 빚졌으면 돈으로 갚아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지 돈을 빚지고 결혼과 출산으로 갚는다는 것은 도저히 시스템이라 말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가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빚의 탕감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결혼과 출산율이 증가할수록 국민의 고통 또한 커질 수밖에 없으며,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은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경원 부위원장의 의견을 크게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설령 잘못된 의견이라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는 나라가 발전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필터링 기능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시안적으로 국민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이 난무하고, 그러한 정책이 현재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조건 지지하는 생각 속에서는 대한민국의 성장과 도약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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