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 (52)도시공원일몰제와 구수산의 미래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 (52)도시공원일몰제와 구수산의 미래
  • 채영택
  • 승인 2023.01.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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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시설물로 랜드마크 조성?…공원은 놀이동산이 아니다
구수산 공원 2024년 완공 예정
시설물 위주 문화공간 조성 추진
유희만을 위한 공원 조성은
공간의 정체성 담아낼 수 없어
풍요로운 숲 그늘 아래 깃들며
도서관의 지식 함께 향유하는
존엄하고 품격있는 인간 위한
공원 개발은 요원한 것인가
구수팽나무
구수산 팽나무주변은 아파트단지내 보호수 공원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20년간 공원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 결정을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도시계획시설이란 도로·공원·시장·철도 등 도시주민의 생활이나 도시기능의 유지에 필요한 물리적인 요소로,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되어 계획으로 고시된 시설이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토지가 매수될 때까지 시설예정부지의 가치를 상승시키거나 계획된 사업의 시행을 어렵게 하는 변경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가 토지소유자에게 부과되는데, 사유재산 침해와 보상규정이 미비해 1999년 10월 헌법 불합치결정을 내려졌다. 이듬해 2000년 1월 도시계획결정고시일로부터 20년간 사업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그 결정은 효력을 상실한다는 내용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일몰제’이다.

이십년이 되는 해인 2020년 7월에 드디어 별다른 대책 없이 일몰제는 해제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사유지가 대부분인 토지 특성상 공원으로 사용되었던 곳이 난개발이 우려될 수 있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구시의 경우 22개 일몰제에 해당하는 공원 중 대공원이나 구수산공원의 경우 성공적인 모델로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2024년도에 완공 예정인 구수산 공원의 경우 몇 가지 보완할 점에 대해서 논해 본다면 먼저 구수산 내에 있는 도서관에서 보는 조망권, 즉 외부에서 보는 공원 조망에 대한 통경축의 확보에 대해서는 매우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지방에서 향후 지속적으로 개발이 될 일몰제에서 해제된 공원의 개발 방향이나 공원의 명칭 등에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번 구수산 공원의 경우 작고 나지막한 산세와 랜드마크인 구수산 도서관, 그리고 공원 개발로 자리를 옮기게 된 달성 배씨 문중의 서당인 구천서당 내에 자라던 팽나무 보호수에 대한 이야기다.

구수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구수산공원’이라는 명칭은 지명과 관련한 이름이라 다소 평이한 느낌을 준다. 크게 내세울게 없는 공원이라면 수령 300년인 팽나무 보호수와 관련한 공원 이름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가칭 ‘구수산 팽나무공원’이라든지 아니면 후학들에게 글을 가르치던 구천서당의 탄생 배경과 독서와 평생 교육의 산실인 지역 도서관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 ‘구수산 역사문학공원’같은 이름 말이다.

구수산은 약 75미터 정도의 나지막한 언덕 같은 도시산이다. 이 산은 동고 배집 선생이 단종 복위 운동을 꾀하다 유배당하여 이곳 구수산에 은거하게 되는데 이때 구천서원을 세워 후학을 교육하며 말년을 보낸 역사가 존재하는 산이다.

민간개발 당시 공원의 명칭을 공모하였더라면 의미있는 이름의 멋진 공원이 탄생하였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또 우리나라에는 언덕이 아름다운 공원이나 정원이 많이 있다. 바람이 많은 경남 거제의 ‘바람의 언덕’이나 남해 양떼 목장의 ‘양마르뜨 언덕’, 서울 청운공원 내의 ‘윤동주 시인 공원’, 마라도 ‘벤치 언덕’, 그리고 우리 지방에도 공원내에 언덕이 있는 곳은 두류공원, 곽제우공원, 청라언덕과 은혜정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해외 사례에서도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프랑스의 몽마르트 언덕은 순교자의 언덕이자 예술가의 언덕으로 지금도 끊임 없이 전세계의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규모는 작지만 주제와 테마가 있으면서 독특한 문화가 존재하고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생명력을 가진 공원들이다.

한편 구수산 도서관에서 바라보는 공원의 전경은 어떤 모습일까. 구릉을 중심으로 이십여층 높이로 지어지는 아파트로 인해 공원의 전체적인 경관은 아마 조망할 수 없어 보인다. 즉 아파트가 조망권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도서관은 그 지역의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는 문화시설물이다. 도서관 후면에 있는 산의 일부는 조망권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전면에 있는 공간의 조망권은 도서관이라는 문화시설의 특성상 계절별로 시계에 펼쳐지는 색의 변화와 스카이라인은 명상의 공간으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당초 환경영향평가서의 기본계획을 보면 공원개발 면적중 40%가 다양한 시설물을 설치하여 시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한다고 하고 60%는 도시숲으로 재조성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원은 편익시설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공원의 정체성을 모를 때가 많다.

구수산 공원의 정체성은 사업 목적에 잘 나타나 있는데 다채로운 여가 공간을 담아 칠곡지구의 랜드마크가 되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제안한다고 했다. 내용을 곰곰이 따져보면 공원시설물 위주의 공간을 조성한다는 뜻이 큰 것 같다. 유희만을 위한 놀이동산 같은 공원은 지역민들의 시간으로 온전히 녹여낼 수는 없다. 차곡차곡 쌓이는 사람의 시간과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역사의 시간만이 공원의 품격과 존재성을 변함 없이 이어갈수 있을 것이다.

시설물이 지배하는 공원보다 풍요로운 숲의 그늘 아래 깃들며 통경축에 연결된 도서관의 수많은 풍부한 지식의 보고를 함께 향유하는 존엄하고 품격있는 인간을 위한 공원의 개발은 요원한 것인가. 따라서 공원의 시설물은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

공원은 조경의 한 영역으로 결국 도시숲인 공원숲은 대자연의 숲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조경의 본래 목적이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면 아파트도 언젠가는 낡고 볼품 없는 시멘트 덩어리로 전락할 것이다. 하물며 거기에 설치한 시설물이야 말할 것도 없다.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그곳에서 잘 자란 수목들은 또 다시 훼손되고 새로운 인공의 질서 속에서 새로운 운명을 맞겠지만 보존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들은 짧은 역사 속에 묻히고 말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수령 300년된 팽나무 보호수가 구천서당 안에 있었는데 서당만 철거하고 나무는 굴취해가는 대신 공원의 대표 나무로 남겨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보호수는 비공원시설(아파트) 내에 있는데 서당을 철거하기전 한여름에 몇 번 방문했지만 통풍이 잘 되지 않는 관계로 습기가 많아 수피는 항상 푸른 이끼가 무성해 마를 날이 없었고 서당 앞 마당이 좁은 관계로 나무의 수형이 앞으로 굽어 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오히려 나무의 입장에서는 생육에 불리한 환경을 제거해 주는 서당의 철거가 더 반가울 것이다. 또 맞은편 아파트 단지와 산 아래에 위치한 관계로 제대로 햇빛을 받지 못해 빛을 찾아 자라다 보니 더욱 굽어 자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당내 팽나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람하고 늠늠했다. 이제는 주변의 새로운 나무들과 어우러져 이곳의 랜드마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공원이 만들어지면 이곳 팽나무 그늘 아래서 300년을 넘게 살아온 전설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공원은 고정된 장소의 특성상 그곳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역사성이 존재한다. 이 역사성의 범주에 2020년 4월 한국조경학회지에 소개된 ‘영국, 미국, 일본의 역사적 도시공원 보존 전략’ 기고 논문(서울시립대학교 박희성 외1)에 나타난 내용을 소개해 보면 공원의 중요한 보존 요소로서 일본의 경우 공통적으로 공간 구성, 지형, 빛, 환경의 요소들을 계속 전승해야 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판단하였고 영국과 미국에서는 관리 건물 및 시설, 길, 교량, 잔디밭, 수 공간, 수림대, 화단, 바닥 포장등 유형의 물리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도시공원 보존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들 요소는 공원의 역사적 경관을 지속하기 위해 선정된 것으로, 아직은 보존 정책이 물리적 유형적 형태에 한정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는 한걸음 더 나아가 공간 구성 요소뿐 아니라 그 요소를 구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연 환경 요소까지도 망라하고 있음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라 할 수 있다. 나무를 보는 것에서 숲을 바라보는 통합 개념으로 공원의 보존 가치를 규명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 개념은 자연을 바라보는 동양적 요소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2020년 7월 일몰제에서 해제된 공원의 개발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진행중이다. 향후 새롭게 개발되는 공원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해당 지역에서 쌓여온 역사적 상징성과 더불어 지금 이 순간도 훗날 후손들이 바라볼 때는 역사가 되듯 오늘이 쌓여 미래의 역사가 된다는 사명으로 공원을 만들어 간다면 우리가 만드는 모든 공원은 품격있고 역사와 문화의 옷을 입은 자랑스러운 공원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임종택<생태환경작가·다숲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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