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기도의 힘
[치유의 인문학] 기도의 힘
  • 승인 2023.01.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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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외팔로 세계에 우뚝 선 화가가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호령하는 위대한 화가다. 전 세계 명사들이 이분의 작업실을 찾는다. 78세 소산 박대성 화백이야기다. 경주 삼능에 자리를 잡은 지 20년 그 구석진 곳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전 박병석 국회의장 등 쟁쟁한 정치인들이 찾았다. 메르겔 전 독일총리 등 외국 사절들이 한국에 오시면 꼭 만나고 싶어 하시는 대한민국의 대표명인이다. 작고하신 삼성 이건희 회장께서 평소에 가장 존경한다고 면전에 대고 이야기까지 하신 인물이다. 삼성의 보물 창고에 선생의 작품이 많은 이유가 그래서이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은 나의 스승이자 구루다. 가끔 필자에게 말씀하신다.

"김선생! 나는 운명을 믿지 않습니다. 그 대신 기도의 힘을 믿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토록 강렬한 어록을 들어보지 못했다.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께서 행동으로 보여주신 강렬한 기도의 모습 이후 처음이다. 스승의 말씀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초등학교 때 필자는 78명의 학생들 중 78등을 2년 동안 했다. 꼴찌를 무려 2년간 했으면 어머니의 인내도 한계를 넘었을텐데 어머니는 단 한 번도 필자를 야단치지 않았다. 오히려 너는 늦머리가 트이는 아이라며 나의 장점과 강점에 더욱 집중해주셨다. 덕분에 지금도 인문학 교수와 화가의 직업을 동시에 갖고 있다. 또 강사로 새로운 삶도 멋지게 살고 있는 건 오직 어머니의 믿음 덕분이다. 돌이켜보니 어머니의 간절한 믿음은 간절한 기도였다. 그리고 현실을 극복하는 유일한 직면의 힘이었다. 강한 직면은 믿음과 기도의 힘이다. 기도는 강한 믿음을 만들고 현실과 당당히 마주하는 힘을 기르는 강력한 무기였다.

김한민 감독의 영화 <최종병기 활>의 엔딩장면은 직면의 힘을 날것으로 보여준다. 조선의 국경선 들판에 조선 최고의 명궁사 남이와 청나라 최고의 전사 쥬신타가 서로 활과 활을 겨누고 있다. 마지막 한발을 놓치면 서로 죽음이다. 모두에게 마지막 화살인 까닭이다. 주인공 남이가 날린 화살의 첫발이 쥬신타의 얼굴을 간발의 차이로 스치고 지나갔다. 여동생이 볼모로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순간 불덩이 같은 뜨거운 화살이 남이의 어깨를 박혔다. 동생을 살려야 하는 간절한 마음의 순간 바람이 바뀐다. 바람이 남이를 직면시켰다. 남이는 자신의 왼쪽 어깨에 박힌 쥬신타의 화살을 빼서 마지막 시위를 당긴다. 바람을 읽은 활시위는 직면과 기도의 힘으로 날아 적장의 목을 곡사로 그대로 관통한다.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 뿐,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회피가 아니다. 강한 믿음과 기도라는 직면 힘은 가장 강력한 긍정의 힘이고 성공의 힘이다. 영화 <미션>을 보면 가브리엘 신부가 보여준 모습도 기도의 힘이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인생영화다. 선교를 위해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종교는 위대하고 위험하다. 이과수폭포 원주민인 과라니족을 상대로 선교 활동을 벌이던 예수회 신부들이 연이은 죽음을 당한다. 모두가 죽는 사지에 다른 신부를 대신해 가브리에 신부가 들어간다. 이과수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신부의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다. 상류에 도달하는 순간 침입을 눈치 챈 원주민들이 숲에서 독화살을 겨누고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 가브리엘은 천천히 오보에를 꺼낸다. 그리고 그 살기 넘치는 아름다운 숲에서 천상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죽음의 순간에 할 수 있는 행동은 분명 아니었지만 그에게 삶과 죽음은 의미가 없었다. 오직 음악으로 기도를 드릴 뿐이었다. 계곡 사이사이 울려 퍼진 가브리엘 오보에의 선율은 천상의 화음이었고 하나님의 복음이었다. 야만과 죽음을 잠재우고 인성과 감성을 일깨우는 진리의 소리였다.

그 순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신부를 죽이려 다가온 원주민들이 그가 연주한 오보에 소리를 듣고 활과 창을 내려놓았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직면하는 순간 죽음의 공포에서 희망의 햇살을 보았던 것이다. 가브리엘 신부도 이런 반전이 일어날 줄 몰랐을 것이다. 운명보다 기도를 선택한 가브리엘 신부의 선택은 옳았다. 그의 간절한 기도를 하늘이 응답한 것이다. 이 영화는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은 모두가 죽는다. 하지만 필자는 그들은 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산자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직시하자! 그리고 23년은 운명보다 기도의 힘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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