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3만원과 해임
[생활법률] 3만원과 해임
  • 승인 2023.01.12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진 변호사

환경미화원이 무단으로 버려진 폐기물을 수거해주고 대가로 3만원을 받았다가 해고된 후 실업급여를 달라고 소송을 내었으나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판결의 정당성 및 형평성을 문제 삼으면서 분개하였다.

댓글 민심은 아래와 같다. '3만원 받은 것도 배임이니까 이 판결 자체는 문제가 없지. 문제는,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식의 판결이 허다하다는 점이다', '잘못했으면 죄를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니들 판사들이 부자들 기득권들한테는 너무 관대한 것이 문제다', ' 잘한 일은 아니지만 밥그릇까지 뺏을 일인지 의문이고, 동일한 잣대를 더 큰 도둑에게도 재단해야 한다', '800원 횡령으로 해임한 대법관 후보자가 생각난다', '검새는 99만원도 되고~ 환경 미화원은 3만2천원에 신세 쪽박'이라는 내용이다.

위 판결은 실업급여청구를 기각한 내용이지만 시민들이 분노한 것은 미화원이 3만원을 받고 폐기물을 처리한 것이 직장에서 짤릴 만큼 그렇게 큰 죄인가, 지위 높은 공직자들에게도 이렇게 엄격한 기준으로 처리하는가 라는 것으로 주로 해고는 과잉징계이고, 과잉이 아니라도 동일한 기준으로 모든 공직자를 징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해고가 과잉징계인지 살펴보자. 공무원징계규칙을 살펴보면 직무와 관련하여 단순히 돈을 받은 경우 100만원 미만은 '정직~해임', 100만원 이상은 '해임, 파면'이다. 돈만 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돈을 받고 그로 인하여 위법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100만원 미만은 '강등~파면'이고, 100만원 이상인 경우 파면이다. 이 건의 경우 3만원을 받고 폐기물을 부당처리한 경우여서 '부정수령 + 위법한 행위'가 동시에 발생한 것이므로 '강등~파면'이 가능하다.

환경미화원이 돈을 받고 폐기물 수거 딱지를 붙이지 않은 폐기물을 처리하여준 것이므로 결국 국가 등이 받아야 할 폐기물 비용(폐기물 수거 스티커 가격)을 중간에서 환경미화원이 착복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금품 부정 수령과 동시에 사실상의 횡령행위를 한 것이 된다. 만일 환경미화원이 근무시간 중 돈을 받고 개인업소를 청소하여주었다면 단순히 금품 부정수령에는 해당하지만 횡령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를 방치한다면 국가 등이 개인에게 받아야 할 청소비를 환경미화원이 중간에 가로채는 꼴이 되므로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손실을 가져오는 행위이다. 따라서 같은 '부정수령 + 위법한 행위'가 동시에 발생한 사안이라도 이 건이 예시 사안보다 선처의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특히 이와 같은 행위는 환경미화원들의 양심에 맡겨서 진행되는 것으로 만일 이를 방치한다면 많은 시민들이 정해진 폐기물납부 비용을 국가에 내지 않고 환경미화원에게 적당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 건 해고를 한 행정청도 추측컨대 발각된 것만 3만원이지 실제로는 훨씬 더 자주 일어났을 것으로 보았고, 다른 미화원들도 그렇게 하는 것으로 보아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한 징계를 한 것이고, 다만 금액이 낮으므로 파면이 아닌 해임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모 대법관 후보자가 과거 재판에서 버스 요금 중 현금 800원으로 자판기 커피를 사 먹은 버스 기사를 해임시킨 사건에서도 이 건과 유사한 이유로 판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점을 종합하면 해임이 과하다고 할 여지는 많지 않다.

다음으로 더 고위직 공무원 또는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환경미화원, 버스 기사에게 적용한 것과 같은 엄격한 법의 기준을 적용하였는지를 살펴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다. 일반직 공무원, 고위직 공무원에게는 행정청, 법원이 훨씬 더 관용적이고 이 점에서 법조인으로 할 말이 없다. 그 이면에는 환경미화원, 버스 기사라는 직업을 낮추어 보고 임용시험, 행정고시를 거친 공무원, 고위직 공무원의 직업을 더 우대하여 '어렵게 공무원이 되었는데 이 사람들이 이런 일로 해임, 파면되면 너무 피해가 크고 가혹하다'는 인식이 큰 것 같다. 검사, 판사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는 법이 정한 기준이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작은 법이든 큰 법이든 사회적 지위, 권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누구나 지키고 적용되어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