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지나친 무관심도 조급함도 경계해야
[의료칼럼] 지나친 무관심도 조급함도 경계해야
  • 승인 2023.01.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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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대구시의사회 논설위원

요즈음 키와 몸무게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신나는 방학이지만, 부모들은 걱정이 부쩍 늘어난 모양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성장클리닉을 찾는 이들이 많다.

방학은 아이의 건강 상태를 찬찬히 점검해봐야 할 때다. 같은 성별 또래 아이들의 성장 속도와 비교해 잘 크고 있는지 점검하여 키가 잘 안 자랄 때는 저신장을 걱정하며 성장호르몬 치료를 생각하기도 하고, 반대로 비만하거나 성장 속도가 또래와 비교해 너무 빠를 경우 성조숙증을 우려한다.

6개월 또는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키 성장을 점검해보자. 성장판을 찍어서 비교하는 골 연령이 또래와 비교해 너무 늦거나 빠르지는 않은지를.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면 괜찮지만, 성장이 늦다든가 체중이 잘 불어나지 않거나 너무 많이 살이 찌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최근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부쩍 늘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인 이차 성징이 또래 아이들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단순히 사춘기가 빨리 온 조기 사춘기와는 구분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가는 사춘기에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여 이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경우인 성조숙증의 아이는 성장 속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하지만, 뼈 성장이 빨라지고 결국엔 골단의 융합이 조기에 이루어진다.

요즘 아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사춘기가 빨리 오는 편이라 성조숙증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성장판이 빨리 닫혀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는 데다 여아의 경우 성인이 됐을 때 유방암이나 조기폐경이 나타날 확률도 높다. 이런 결과가 예측되면 성조숙증 환아에게 성장호르몬 치료와 성조숙증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큰 키로 자라길 원하는 아이들에게 성조숙증은 반드시 피해야 할 병이다.

성조숙증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영향, 소아비만, 영양과잉, 환경호르몬,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을 든다. 그중에서도 폭발적으로 급증한 원인은 소아비만을 꼽는다. 체내에 축적된 지방에서 분비되는 지방세포 호르몬인 렙틴은 성호르몬을 자극하는 만큼 소아비만은 피해야 한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이도 있지만, 칼로리 조절이 비만 탈출과 성조숙증 예방의 첫 단계다.

성조숙증은 여아의 경우 만 8세 이전에 젖가슴이 발달하고,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경우에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면 연간 7cm 이상 자라는 성장기가 빨리 찾아오고, 성장판이 조기에 닫혀 최종 성인 신장은 작아진다.

치료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여자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생일 전인 9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보험도 적용되고 키 손실도 줄일 수 있어 초등학교 입학 이후 저학년일 때도 아이의 몸 상태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남자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생일 전인 만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치료 목표는 사춘기 전의 성장 속도로 오래도록 자랄 수 있게 하여 키 손실을 막고 또래의 사춘기와 맞추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의 미래의 꿈과 성장을 위해 꼭 잘 살펴서 제때 이상징후를 알아채고 고쳐주는 것이 부모와 어른들의 할 일이지 않겠는가.

그렇더라도 지나친 관심은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한다. 여아는 성조숙증 예방을 위해 콩이나 두부를 먹이면 안 된다는 속설, 우유를 먹이면 안 된다, 계란을 먹이면 성조숙증에 걸린다는 낭설을 듣고 이런저런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다 제한하면 키 성장이 저해된다. 밝혀지지 않은 떠도는 이야기에 현혹되어 따라가다 보면 자녀의 건강을 도리어 해칠 수 있다. 그러니 정확하게 진단받고 제때 치료를 시작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그런 때, 때,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유명 소프라노 가수가 남긴 말이 생각난다. '웨이스트 (허리)보다는 웨이스트 바스켓(쓰레기통)으로', 과잉영양이 허리에 쌓여 비만이 되는 것보다는 음식을 덜어내어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리라.

무슨 병이든 그리하지 않겠는가만, 특히 성조숙증과 비만은 미리 대비하고 제때 치료하면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날마다 편안한 마음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자.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서. 때때로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땀 흘려 운동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지 않겠는가. 지나친 무관심도 피해야 할 사항이지만, 너무 조급함도 경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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