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의 마지막 수업을 준비하면서
영호의 마지막 수업을 준비하면서
  • 여인호
  • 승인 2023.01.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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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감사장. 김영호 교장 선생님. 우리 교장 선생님은 2022학년도에도 전학년, 전학급 학생에게 역지사지, 감사, 열정, 책임감이라는 주제로 72시간의 영호와 함께하는 배움활동으로 가르침을 주셨기에 우리들의 마음을 담아 감사장을 드립니다. 2022년 12월 20일.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육가족 일동.”

책임감이라는 주제로 1학년 3반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순간에 아이들이 영호를 에워싸고 준 감사장입니다. 정유건이 영호에게 상장 내용을 읽고 배수현이 꽃다발을 건냈습니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붉어져서 잠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렇게 2022학년도의 마지막 수업을 마쳤습니다.

‘예존겸기’는 2023학년도에 영호가 교대부초 아이들과 함께 나눌 배움문제(수업주제)입니다. 예는 ‘예의’의 첫 번째 글자이고, 존은 ‘존중’의 첫 번째 글자입니다. 겸은 ‘겸손’의 첫 번째 글자, 기는 ‘끈기’의 두 번째 글자입니다. 예존겸기는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며, 언제나 겸손하게 기(끈기, 氣)를 살려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대구교대부설 어린이’라는 함축의 의미도 있습니다. 이것은 대구동천초등학교 구본주 교감 선생님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작명을 해주셨습니다.

수업주제를 정하기 위해 ‘2022 학교 평가 및 2023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설문지’를 통해 ‘영호와 함께하는 행복수업을 진행할 때 어떤 배움문제로 하면 좋겠습니까?’라는 설문을 했습니다. 학생, 학부모, 교원이 각각 4가지씩을 선택했습니다. 교대부초 교육공동체 설문의 평균이 20퍼센트 이상인 것에서 네 가지를 정했습니다. 2021학년도의 수업주제인 용행칭사(용기+행복+칭찬+사랑)와 2022학년도의 수업주제인 역사정감(역지사지+감사+열정+책임감)의 8가지는 설문에서 제외했습니다.

예의는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과 의리입니다. 예절은 예의에 관한 모든 절차나 질서입니다. 흔히 사용하는, ‘일상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모든 예의와 절차’의 의미인 ‘예의범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대구교대부설초 모든 교육가족이 예의범절이 바른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존중은 높이어 귀중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귀중은 귀하고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존중받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합니다. 사람은 남녀노소 누구나, 어떤 일을 하거나 귀하고 중요한 존재입니다. 선생님은 학생을 학생은 선생님을 존중하면 좋겠습니다.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존중하는 우리면 좋겠습니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입니다. 즉 겸손은 다른 사람에게 나를 낮추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겸손한 것입니다. 지금 내가 실력이 좋더라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것이 자신에 대한 겸손입니다. 그런 겸손은 열정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겸손과 열정으로 하루하루 새로워지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면 좋겠습니다.

끈기는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는 기운입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하다는말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끈기가 부족한 것입니다. 한번 시작한 것은 마무리를 지을 때까지 해나가는 끈기가 충만한 교대부초 학생이면 좋겠습니다.

영호는 2021학년도에는 용행칭사로 학반마다 네 시간씩, 모두 72시간의 수업을 했습니다. 2022학년도에는 역사정감으로 학반마다 네 시간의 수업, 모두 72시간의 수업을 했습니다. 이제 예존겸기로 네 시간씩, 72시간의 수업을 준비합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영호의 마지막수업입니다.



김영호<대구교대부설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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