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기다림도 정치다
[수요칼럼] 기다림도 정치다
  • 승인 2023.01.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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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장·경제학 박사
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끊임없이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갈망하는 연예인의 운명처럼 정치인들도 연예인 못지않게 대중들의 사랑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 나도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면 선출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원천 봉쇄당한다.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이나 살아왔던 삶이 얼마만큼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냐가 관건이므로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그런 유혹 때문에 인기영합주의에 빠지는 정치인들이 많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는 3월 8일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말이 많다. 어떻게 보면 선거라는 장마당이 벌어졌는데 조용한 것이 비정상적이고, 시끌벅적한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이번에 치러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원들 모두에게 중요하다. 당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에서 승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이해관계는 같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뽑힌 당대표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후보들을 공천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공천 유불리 측면에서 보면 누가 당대표가 되는냐는 또 다른 문제다.

지난 대선에서 큰 지지기반이 없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번 당대표 선거는 큰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비협조는 차치하고 이준석 당대표와의 끝임 없는 불협화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매우 낮았으며, 또한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윤대통령은 자신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이 당대표가 되어 공천파동을 사전에 방지하여 제1당이 됨으로써 당이 국정운영의 진원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사전 정지작업으로 당대표 선거를 위한 당헌·당규도 개정하였다, 기존 당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의 유효투표 70%, 여론조사 결과 30% 반영에서 100% 당원으로 바꿨다.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재투표하는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였다. 당 대표를 뽑으면서 역선택에 의해 당원들의 지지가 낮은 인물이나 경쟁력이 없는 인물이 경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반면 여론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승민 전의원을 의식한 당헌 개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개정 이후 국민의힘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나경원 전의원이 1위로 등장했다.

나경원 전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1위로 나타나자 고무되어 당대표 출마를 위해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사표내었다. 이러한 나경원 전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온 것이 출마의 동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나경원 전의원 입장에서 보면 여론조사 1위를 기반으로 정치적 재기를 위한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윤대통령 입장에서는 여론 조사 1위를 이유로 중요한 국정 현안을 팽게치고 출마하는 것을 용인 할 수 있을까? 여당에서 대통령의 뜻에 거슬리면서까지 출마해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윤대통령이 불쾌감의 표시로 나경원 부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기 보다는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에 해당하는 해임을 선택한 이후 여론조사의 향방도 많이 바뀌었다. 지난 12~13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김기현 의원이 32.5%로 1위에 올랐으며, 뒤를 이어 나경원 의원 26.9%, 안철수 18.5%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14~15일 에브리씨앤알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기현 의원이 29.2%, 나경원 전의원이 23.5%, 안철수 의원이 22.6%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인의 권력의지를 나무라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나경원 전의원이 여론조사를 빌미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은 십분 이해된다. 그러나 정치인 나경원은 지난 국회의원 선거, 서울시장 경선, 당대표 선거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나 전의원이 정치권에서 한발 비켜난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에서 성과를 내고, 정치 환경이 변화되면 분명 기회가 찾아올 것인데, 그 기다림을 참지 못했다. 국민들로부터 잊혀지는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하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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