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성&배재혁 듀오 콘서트’ 내달 18일 대덕문화전당
‘허만성&배재혁 듀오 콘서트’ 내달 18일 대덕문화전당
  • 황인옥
  • 승인 2023.01.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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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는 자기 음악 색 반영해 새 하모니로 거듭나는 것”
◇허만성
대구 등 연간 5회이상 단독 공연
40여년 동안 방송도 100회 출연
공연장 대중가수에도 개방되길
◇배재혁
라이브 카페 전성시대 만든 주역
SNS 등 온라인 전국적 팬층 확보
뻔하지 않은 새로운 공연 위해 고심
포크뮤지션허만성과배재혁
포크 뮤지션 허만성(왼쪽)과 배재혁.

평생 대중음악에 매달려온 허만성과 배재혁을 동질감으로 엮어주는 결정적인 단서는 포크 음악이다. 이들은 대구경북에서 포크 음악으로 잔뼈가 굵었고, 때때로 지역 위주의 제한적인 활동이 주는 무명의 설움과 상대적 박탈감에 가슴이 가슴이 서늘하기도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크 음악을 인생의 동반자로 삼아왔다. 계묘년 새해, 이들 두 뮤지션이 의기투합해 여는 듀오 콘서트에 가열 찬 응원을 보내게 되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포크 음악에 얼마만큼의 진심을 담아왔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2월 18일 대덕문화전당 드림홀에서 열리는 ‘허만성 & 배재혁 두 남자의 통기타 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두 뮤지션에게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감정을 감지했다. 배재혁은 선배인 허만성을 “롤 모델”이라 치켜세웠고, 허만성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통기타 장르에서 충분히 자기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뛰어난 뮤지션”이라며 후배 배재혁의 음악성을 높이 샀다.

배재혁은 대구를, 허만성은 안동을 근거지로 전국적으로 활동무대를 넓혀왔지만 두 뮤지션은 이미 한 무대에서 노래한 경험의 소유자들이다. 지난해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3명의 뮤지션이 뭉쳐 3인 3색 공연을 펼쳤다. 당시 배재혁과 허만성은 함께 공연하며 서로의 음악을 공유했다. 그때 맺어진 서로의 음악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올해 듀오콘서트로 연결됐다.

듀오콘서트 제안은 후배인 배재혁이 먼저 했지만 선배인 허만성은 “음악적인 색깔이 다른 두 뮤지션의 음악을 잘 버무려 관객들에게 또 다른 음악을 선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수락했다. 허만성이 “서로에 대한 인정과 믿음이 이번 듀오 콘서트 성사의 일등공신”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는 이날 공연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배재혁, 2부는 허만성의 단독콘서트로 꾸민다. 듀오무대는 공연 1부 단독 공연 전과 2부 단독 공연 직후에 펼쳐진다. 두 뮤지션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공연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토크 콘서트와 영상 상영도 함께 곁들여진다.

이날 듀오 무대에선 △If I Needed You △웨딩 케익 △아침 이슬 등의 귀에 익은 팝송과 가요를 노래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독 무대에서 허만성은 △떠나라 사랑아 △우리 사랑 기억하겠네 △그대가 날 등 8곡을, 배재혁은 △그리움 △봄 △숨결(반려견을 위한 노래) 등 8곡을 각각 노래한다.

이번 공연에서 두 뮤지션이 가장 역점을 두는 가치는 ‘신선함’이다. 레퍼토리 선곡에서부터 공연 진행 방식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음악적인 색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최상의 지점을 찾고, 각자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만나 새로운 하모니로 거듭나는데 역점을 둔다. 배재혁이 “뻔하지 않은 새로운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더하고 있다”고 했다.

공연이 열리는 대덕문화전당 드림홀은 50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사실 지역 뮤지션에게 500개의 객석을 채우는 것은 벅차다. 주로 라이브 카페나 지역 축제, 버스킹, 소극장 등의 소규모 공연을 위주로 하는 이유 또한 객석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문제는 대중적인 인지도. 허만성이 “지역 가수이긴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아, 500~1000석 이상의 객석을 채우는 일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먼저 도전장을 내민 인물은 배재혁이었다. 그는 “지역 가수도 관객과 온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큰 무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15년에 450석 규모인 대구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첫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주위의 만류에도 감행한 도전이었지만 걱정은 기우로 변했다. 결과는 만석이었다.

첫 대공연장 단독콘서트의 성과는 초대권을 과감하게 없앤 기록이여서 의미는 더 컸다. 그는 여세를 몰아 지금까지 3회의 단독콘서트를 열었고, 만석도 모자라 관객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사태까지 발생하며 지역 뮤지션 단독콘서트 개최 가능성을 증명했다.

배재혁의 대공연장 단독콘서트 성공 비결은 90년대 팔공산 라이브 카페 전성시대를 연 주역다운 곰삭은 음악성과 노련한 무대 운영 능력이었다. 여기에 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에서의 전국적인 팬층 확보도 한몫했다. 그의 음악은 통기타 동호회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7~80년대 포크송의 분위기에 심플한 음률로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한 점과 자작곡이 기타동호회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인 결과가 단독콘서트 결과에 반영됐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배재혁은 “큰 공연장에서의 무대는 소규모 무대에 비해 다양한 지점에서 완성도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무대”라며 대공연장 공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배재혁과 허만성은 작사와 작곡, 노래까지 아우르는 싱어송라이터다. 하지만 두 뮤지션의 행보는 각자의 취향만큼이나 개성이 강하다. 먼저 음악적 선호가 갈린다. 두 뮤지션 모두 포크 음악을 기반으로 하지만 애잔한 미성의 허만성은 포크 발라드를, 탁성의 허스키로 폭발하는 가운데 절제미가 돋보이는 배재혁은 포크 락(음악의 저항적인 가사에 락의 리듬을 더한 음악)을 구사한다. 허만성이 청초한 봄날의 수선화라면, 배재혁은 농익은 가을의 들국화다.

활동 속도도 서로 다르다. 배재혁이 포크 그룹 ‘뿌꾸아빠(BGpapa)’ 1집 ‘그리움’, 리메이크 앨범 ‘가슴에 내려 앉은 노래’, 솔로 싱글 음반 ‘봄’ 등 3개의 앨범을 발매했다면, 허만성은 총 6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무대 선호도도 각기 다르다. 허만성이 다작형이라면 배재혁은 신중형이다. 1984년 데뷔한 허만성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구미 등에서 년간 5회 이상의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40여년간 100회 이상의 방송에 출연하고, 대구포크페스티벌과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등에서 1000회 이상의 공연했다. 이에 반해 배재혁은 중·대형 공연장에서의 단독공연의 문을 계속 두드리면서 지역의 소규모 공연 참여에도 적극적이었다.

듀오 콘서트는 혼자만 빛나서는 성공할 수 없다. 상대 뮤지션을 받쳐주는 반사체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 빛나는 발광체이기를 갈망하는 음악인에게 동료는 동반자이면서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구성에서부터 무대 입장 순서에 이르기까지 공연 전반에 걸쳐 의식을 날카롭게 세우는 배경에 동료이자 경쟁자라는 이율배반적인 감정들이 숨어있다. 허만성과 배재혁은 이번 공연에서 경쟁보다 하모니를 먼저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를 추켜세우고 양보하는 모습이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났다.

“배재혁 후배는 음악적으로 대구 뿐만 아니라 전국의 통키타신에서 충분히 자기 자리 매김 할 수 훌륭한 뮤지션이다. 자신만의 감성과 음악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어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허만성)

“허만성 선배는 열곡 이상을 수록하는 정규앨범을 6집까지 발매한 가수다. 자작곡으로만 6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한 가수는 전국에서도 몇 명 안 된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40여년을 묵묵하게 자신의 음악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뮤지션이다.”(배재혁)

허만성과 배재혁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가수 박창근을 떠올리게 된다. 박창근 역시 대구에서 그들과 같은 행보를 걸었다. 대구에서 오랫동안 무명가수로 활동하다 서울로 근거지를 옮겼고, 지난해 TV조선 경연 프로그램에 우승하면서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때 동료였던 박창근의 성공을 두고 허만성과 배재혁은 “격하게 응원하다”고 했다. 그의 성공에 “상대적인 박탈감”은 전혀 없다고 했다. “우리도 우리의 음악을 하고 있어 박창근만큼 행복하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특히 허만성은 “‘유명해진다’는 것과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다르다”는 측면에서 행복의 기준을 언급했다. 그는 “대중의 취향을 따라가며 인기가수가 되는 것은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내 음악을 추구하고, 그 음악이 대중이나 후배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나는 후자를 택할 것”이라며 자신의 음악 부심을 드러냈다.

배재혁도 “선배의 길을 따라 가겠다”며 허만성의 의사를 존중했다. 그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다는 것도 목적을 성취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이번 공연은 완주를 위한 또 하나의 발자국이 될 것”이라며 이번 공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할 땐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허만성이나 배재혁의 음악을 듣기 위해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계셔서 완주할 용기를 낼 수 있고, 그분들이 계시기에 행복하다.”

허만성과 배재혁은 지역 공연장에 대한 쓴소리도 빠트리지 않았다. 각 공연장마다 지역 음악인 지원을 위한 무대들이 기획되고 있지만 클래식 위주여서 정작 대중가수들은 배제된다는 것. “공연장은 대구시민인 대중들의 문화공간인데 정작 대중가수는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중가수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주면 어렵게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 뮤지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허만성)

이번 콘서트 이후 허만성과 배재혁은 각자 새로운 음반 발매를 계획하고, 앨범 발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는 것이 꿈“이라는 허만성의 말처럼 이들 두 뮤지션의 음악적인 완주를 위한 행보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계속되고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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