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로컬 크리에이티브의 세계
[목요칼럼] 로컬 크리에이티브의 세계
  • 승인 2023.01.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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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한 청년이 소리 한 자락을 하듯이 자랑질(?)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그 말본새가 제법 찰지다. 자랑질이 상스럽지 않게 몸에 짝짝 붙는다. 서울서 살다가 목포의 어느 식당 주인장 딸과 천생연분을 맺게 되면서 목포살이를 하게 된 젊은이다. 단순히 짝을 찾아 남녘땅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목포에서 큰 가능성을 보고 눌러앉았다. 목포 원도심을 무대로 장·단기 체류 형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지역의 매력 소개와 더불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어지는 다양한 체험문화를 만들어간다니 며칠짜리 프로그램이라도 가져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최근 울산에서 ‘로컬’에 관한 담론이 활발히 펼쳐졌다. 작년 10월에 열린 ‘울산 국제임팩트컨퍼런스’에 이어 지난 달 중순에 ‘로컬다이브@울산’이 열렸다. 로컬다이브의 핵심 행사가 바로 ‘자랑대회’이었다. 그러니 젊은이들의 짧고 긴 자랑질들이 눈살을 찌푸릴 일이 아니라 아주 재미난 사건이 되었다. 사흘간 열린 행사에 전국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모였고 각 지역별로 활동을 자랑하는 시간을 통하여 서로의 세계를 알아가며 네트워킹을 구축해 나갔다. 나의 지인이 이 두 행사의 감독을 맡은 관계로 지난달에 잠깐 둘러보게 되었다.

여러해 전부터 자주 회자되는 로컬에 대한 개념이 나에게는 다소 모호하게 다가 왔었는데, 이번에 짧은 만남을 통해 로컬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이해를 조금은 하게 되었다. 자랑대회를 지켜보는 동안 ‘테트리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금도 이 게임이 존재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옛날에 내가 즐기던 게임이었다. 빈칸들을 채우면 블록이 줄어들게 되는데 나하고는 궁합이 맞아 아주 재미났다. 우리 사회의 주류(?) 인프라가 펼쳐져 있고 이렇게 굵직굵직한 것들 사이사이 틈새를 메워 주는 게 로컬 크리에이티브가 아닌가? 그렇게 우리 사회의 다양한 합이 이들에 의해 만들어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컬 크리에이티브의 세계는 정말 다양했다. 아무래도 문화예술이 중심에 있는 것 같고, 앞서 얘기한 여행을 비롯해 환경, 천연제품, 음식, 교육 등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협동조합이나 주식회사 또는 개인의 운영 형태 등 다양한 접근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있어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자본은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용기가 아닐까 한다. 내 나이 스물여섯, 망해봐야 서른인데 라는 어느 참석자의 독백과 같은 단순명료한 결기도 때로는 긍정적 역할을 하리라 본다. 그러나 로컬의 세계에서 청춘을 불태우는 이들이 용기만 가지고 시작할 만큼 절대 무모하지만은 않다. 이미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한번 비틀어서 바라본다. 즉 자신이 가진 것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서 로컬의 바다에 뛰어 들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거시적 인프라 구축에 미시적 해석이 더불어 어우러지는 세상은 재미나고 살만한 곳이 아니겠는가.

최근 스스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칭하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들의 역할은 자신의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쪽과 저쪽의 접점을 찾아내 그 공간에 창의적 재해석을 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이들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철학자 김정운이 이미 10년 가까운 시간 전에 ‘에디톨로지’라는 책을 통해 잘 설명한 바가 있다. 그 행위를 편집이라는 단어로 풀었지만 작금의 이들의 역할이 바로 그러한 것 같다. 뛰어난 디렉터를 만나게 되면 그곳이 기업이든 공공의 영역이든 건강하고 신선한 가치 창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쪽을 들여다볼수록 이러한 많은 사례를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일가를 이룬 디렉터들의 공통점은 평소 대단한 호기심을 장착하고 늘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주저함이나 그것을 위한 투자에 머뭇거림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컬’은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지는 하지만,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하고 있는 ‘로컬’이라고 부르는 그곳. 한 마디로 ‘그 동네’에 대한 애정과 깊은 이해가 바탕에 깔려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창의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긍정적 변화가 이루어진다. 거기 그곳 ‘로컬’에 살다보니 이곳에 필요한 것이 뭘까?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것들의 합에 의해 이들이 탄생한다.

보통 사람이 추구하는 성공의 길, 그 흐름과 다소 다르더라도, 그리하여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이 한 몸 기꺼이 불살라 보겠다. 내가 보기에는 뭐 이런 흐름들인 것 같다.

상의하달식의 거대자본의 흐름은 세상의 큰 틀을 구축하지만 빛이 큰 만큼 그림자도 크게 드리울 수 있다. 이러한 곳을 밝혀 주는 이들이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의상달이 이들의 정체성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로컬이 조화롭게 빛나려면 이들 크리에이터가 필요하고 그래서 또한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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