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온의 민화이야기]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죽은 자를 지키던 열두 수호신, 언제 산 자 곁으로 왔을까
[박승온의 민화이야기]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죽은 자를 지키던 열두 수호신, 언제 산 자 곁으로 왔을까
  • 윤덕우
  • 승인 2023.01.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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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때 십이지는 묘주와 함께 묻는 기물에 불과했으나
신라에 유입되면서 무덤을 나와 수호하는 형식으로 변화
고려시대 이후 사찰 장식 회화로 활용되면서 서민 곁으로
춤추는 도상은 중국서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순수 창작물’
설날도 이제 지났고. 본격적인 토끼해에 들어섰다. 2023년을 계묘년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명칭은 십간과 십이지를 합쳐 부른 것인데, 오늘은 이러한 명칭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인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래를 향한 호기심은 예나 지금이나 대단하다. 이러한 호기심은 모든 자연 현상부터 우주의 운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의 연구나 상상으로 이어졌다. 아라비아, 바빌로니아, 인도 등지에서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별에게 신비한 힘이 있다고 하여 존숭하는 신앙과 의례가 행하여졌다. 서양에서는 일찍이 천구를 여러 개의 구역으로 구분해놓고 여기에 신, 동물, 또는 어떤 사물 등을 대치시켜 미래를 점치는 점성술이 생겨났다. 이러한 점성술로부터 갈라티아(Galatia)의 전설이라든가 그리스 로마신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 동양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고대로부터 십이지라 하여 각종 동물을 상징화, 신격화하였다. 십이지를 알기에 앞서 십간에 대해 알아보아야 한다.

십간의 유래는 옛날 중국에서는 태양이 10개가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떠오르는 해가 하나씩 바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것을 ‘십간’이라고 부르고 모든 태양이 한 번씩 다 떠오르는 기간을 ‘순’이라고 불렀다. 그것이 오늘날 1일부터 10일을 초순, 11일부터 20일을 중순, 21일부터 말일까지를 하순이라 부르는 근거가 되었다.

이 십간의 이름을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신(辛), 임(壬), 계(癸)’라고 하였는데, 이 10간을 두 개씩 묶어 푸른색, 붉은색, 황색, 백색, 흑색을 의미한다고 한다. 자! 이제 올해를 계묘년이라고 했을 때 계(癸)가 검은색을 하는 이유를 알았다.

이제 십이지에 대해 알아보자. 십이지에 대한 얘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소개하자면 어느 날 옥황상제가 동물들에게 시간을 정해주며 달리기 경주를 시켰다.

“너희들의 순서를 정해줄 터이니 새해 날 아침까지 나에게 오너라.”

이야기를 들은 여러 동물들이 가기로 마을을 먹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부지런했던 소는 일찍 일어나 길을 떠났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쥐가 소의 등 뒤에 올라타고 소가 거의 도착했을 즈음에 쥐가 폴짝 뛰어내려 먼저 결승선에 도착해 버렸다. 그리하여 쥐가 1등, 소가 2등, 그 뒤로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순으로 순서가 정해졌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십이지를 처음 정리한 사람은 중국의 황제 때 대요라고 하는데, 그 순서를 한자로 정리해 보면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이라... 이렇게 완성된 올해의 이름이 계묘년(癸卯年)이 되었다.

십이지에 대한 개념은 이집트, 그리스,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지만, 처음 동물의 형상으로 나타난 것은 중국 한 나라 대(漢代)이다. 전한(前漢)시대 회남자(淮南子)라는 백과서전에 보면 “중국 당나라의 문헌에는 십이지가 이미 시간의 신(神)으로 서술되어 있으나, 당나라 중기에 이르러 방위신인 사신(四神:청룡, 백호, 주작, 현무)과 관련되면서 명기(明器)로 제작되거나 또는 능묘를 지키는 수호신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십이지 동물과 시간을 연결 짓게 하는 것은 각 동물의 시간대별 생태적 특성을 고려했다는 설과 동물의 외형적 특징을 음수와 양수로 구별하였다는 설이 있다. 전자는 십이지가 시간에 관여하고 있으며 후자는 오행, 즉 방위에 관여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십이지는 시간과 공간을 구체화 하는 상징으로 우주의 질서를 구체화 해준다고 볼 수 있다.

주술은 신화와 종교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조형예술은 이러한 주술적이미지를 통해 그것들을 실재(實在)화 한다. 그 구체적인 형상으로 인류는 오래전부터 동물 도상(圖像)을 사용했다. 토템신앙에서 동물은 인간과 자연을 소통시키는 매개로 합당했다. 동물은 인간과 같은 비슷한 영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보다 자연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우주와 소통하는데 더 용이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 십이지신상을 무덤의 호석에 배치한 것은 통일신라시대의 독특한 형식이다. 불교에서는 사천왕상을 불탑에 넣어 사리를 수호하는 의미를 지녔는데, 통일신라시대 무덤을 수호하는 십이지신상 역시 같은 의미로 존재했던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십이지신상은 동물의 형상을 한 무인상(武人像)으로 표현되다가 고려시대에는 머리에 동물의 관을 쓰고 사람의 몸을 한 형태로 표현되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그 이후 십이지신은 부조로, 환조로, 점차 사찰을 장식하는 회화로 발전하면서 열 두 동물의 이미지는 죽은 자의 공간이 아닌 산 자의 공간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십이지신도-국립중앙박물관
<그림1> 십이지신도 (十二支神圖) 작가미상, 조선시대 후기, 견본채색, 144.2×77.6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위 그림에서처럼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머리는 동물이고, 몸은 사람의 형태 수두인신(獸頭人身)으로 표현된 것은 당대(唐代)에 이르러서이다. 당대 십이지는 묘주(墓主)에게 배례하는 모습으로 묘주와 함께 부장(副葬)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이러한 문화가 신라에 유입되면서 처음에는 무덤 안쪽을 장식했는데 점차 무덤 밖으로 나오면서 무덤을 수호하는 형식으로 변화되었다.

본래 십이지상은 중국에서 유래된 도교사상에서 나타났지만, 한국 십이지상은 중국의 명기(明器, 무덤에 부장되었던 기물) 등의 부장 제도에서 영향을 받았으나 갑옷을 입은 신장상이나 춤을 추는 십이지상 도상은 신라의 순수 창작물이라 하겠다. 그 영향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십이지신상도 다양한 무기를 들고 마치 날렵한 춤을 추는 듯 그려져 있다. 마치 우주(宇宙)와의 소통을 기원했던 당시 사람들의 갈망의 표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주(宇宙)는 단어 그 자체가 이미 말해주고 있듯이 시간과 공간의 융복합체다. 공간은 상하와 사방위로 인지되고, 시간은 현상의 변화상으로 파악된다. 인간과 신의 매개물로 여겼던 동물을 의인화하여 자연에 좀 더 가까워 지려했던 것은 자연스러운 의례였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에 이르러 십이지신도의 의인화는 길상의 무늬를 입혀 새롭게 현대화 시켜 보았다.
 

김동란작십이지신도
<그림2> 십이지신도 김동란 작 지본채색 각 20×20cm 2022년 작 작가소장

(사)한국현대민화협회 이사로 활동하는 김동란 작가의 십이지신도이다.

전통 민화에서 볼 수 있는 무서운 모습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물의 얼굴에 사람의 포즈도 아닌 현대적으로 캐릭터 화 한 동물의 이미지에 민화에서 길상의 상징으로 활용되는 다양한 도상을 삽입시켜 새로운 십이지신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매년 1월에서 2월에는 (사) 한국현대민화협회 회원들은 자신의 가족의 띠에 맞는 그림을 그리느라... 새해맞이가 분주하다. 또 선물용으로도 아주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이야말로 산 자들의 공간에 들어온 십이지신의 현대적인 모습이 아닐까?

자신의 가족의 띠에 맞는 십이지신을 그리면서 가족의 건강과 행복, 안녕을 바라는 주술적인 의미와 그림을 통해 가족 간의 소통을 이을 수 있는 매개체로서 오늘날의 십이지신도는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현대민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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