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정년퇴직과 호봉승급
[생활법률] 정년퇴직과 호봉승급
  • 승인 2023.01.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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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A버스회사는 58세가 정년이고, 정년에 도달한 버스기사들에게 촉탁직이라는 명목으로 3년 정도 더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2017. 12. 정년에 도달한 직원들은 2018. 1.촉탁직으로 재입사하여 이후 3년간 더 근무하였으며, 종전에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어 재입사 후에도 여전히 노동조합원으로 인정받았다.

한편 회사는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에 따라 근무연한에 따른 호봉승급제도를 도입하여 1년에 1호봉씩 승급하고 그에 따라 임금이 자연스럽게 인상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회사는 정년 후 재입사한 직원들은 호봉승급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호봉승급을 적용하지 않은 임금을 3년 동안 지급하였고, 이에 2022. 1. 재입사한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호봉승급 미적용에 따른 임금 미달분 및 이를 반영한 퇴직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건에서 회사는 ① 통상적으로 호봉승급제도는 정년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근무를 장려하기 위하여 호봉승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임금이 인상되도록 하는 제도인 점, ② 촉탁직 근무는 회사가 정년퇴직자에게 추가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실상의 은혜적인 조치인 점, ③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년퇴직자에게 호봉승급을 적용하는 회사가 없는 점을 주장하면서 호봉승급에 따른 추가적인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우선 현재 다른 회사들이 정년퇴직자에게 호봉승급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일견 회사의 주장이 맞는 듯하다. 다만 대부분의 회사는 촉탁직 근로자에 대하여 1년 근무 후 퇴사처리하고 약 보름 정도 후에 재입사하는 것으로 처리하여 법률상 3년 연속근무가 아닌 1년 단위로 퇴사 및 재입사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노무관리를 하여 ‘1년 이상의 연속 근무에 따른 호봉승급 주장’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A회사의 경우는 1년 후 퇴직 절차를 취하지 않고 계속하여 3년을 근무하도록 하여 호봉승급의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으로 노무관리를 하였다.

정년퇴직 후 촉탁직 재취업이 근로자에게 은혜적인 성격이라는 주장은 물론 회사가 근로자에게 베푸는 혜택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회사는 정년 직전의 고임금 숙련 버스기사를 1호봉의 낮은 임금으로 채용할 수 있어 상호 이익이 되는 것이므로 어느 일방에게 이익이 되고 타방에게는 불이익이 발생하는 제도는 전혀 아니다.

근본적으로 호봉승급은 정년을 전제로 하는 제도인지에 대하여 살펴보자. 호봉승급의 단계와 정년이 일치하지 않고 늦게 입사하여 정년에 도달한 사람의 호봉이 일찍 입사하여 정년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의 호봉보다 낮은 경우가 많으므로 호봉승급과 정년은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또한 호봉승급제도가 회사와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이라면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라면 일반 근로자이거나 정년퇴직 후 재입사자이거나를 구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단체협약에 ‘호봉승급은 촉탁직에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없다면 정년 퇴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법원도 위와 같은 입장에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어 호봉승급 미적용에 따른 임금 미달분 및 이를 반영한 퇴직금과여 미지급한 날부터 연 20%를 가산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근로기준법에는 임금지급을 독촉하기 위하여 고율의 지연이자를 정하였다).

한편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인바, 2022. 1.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2019. 1. 이전의 임금 미지급분은 시효소멸되어 청구할 수 없었다. 다만 임금미지급을 이유로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임금미지급행위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이므로 ‘임금미지급이라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임금만큼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으로 소송을 하면 승소할 수 있어 사실상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급적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현재의 법원 판결 추세이므로 경영자들은 변화된 노동법리에 따라 회사를 운영하여야 불측의 손해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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