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글로벌 공급망(GVC)의 변화와 대응방안 (2)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글로벌 공급망(GVC)의 변화와 대응방안 (2)
  • 승인 2023.02.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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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일본의 수출규제는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 부품 및 장비(소부장)가 국가의 전략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의 충격은 전 산업부문에 걸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로를 거쳐 단기간에 우리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리고 탄소중립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도 글로벌 산업 지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의 산업 및 무역 구조가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그 주된 이유는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현재 중국은 한국산 첨단 소재 및 부품의 최대 수요처임과 동시에 우리나라에 주요 중간재를 공급하는 핵심 국가로 부상하였다는 사실이다.

즉, 한국과 중국은 중간재 중심의 교역 구조와 상호보완적인 국제분업 관계가 형성되어 왔으며, 최근 들어 우리의 중국산 중간재 수입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중간재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공급망 리스크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의 공급망 취약 품목은 대부분 중간재이며, 비금속광물, 석유화학, 정밀화학, 철강 및 비철금속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공급망 취약 품목의 대부분은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공급망 취약 품목 중에 對일본 수입비중이 높은 품목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산업이며, 디스플레이는 장비, 반도체는 장비 및 소재 품목이 취약하다.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탄소중립이나 미-중 간 패권 경쟁 등과 같은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요인들은 앞으로 상당한 기간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산업 질서의 재편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는 아직도 제조와 물류 부문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정세 불안도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만일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가 단기적인 충격에 그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기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란이 해소되고 균형이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가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장기화, 핵심 공급망에 대한 각국의 의도적이고 경쟁적인 공급망 전략의 자산화 내지는 무기화 등에 따른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충격을 준다면, 단순히 시장의 원리를 벗어나서 ‘경제 안보적 시각’에서 대비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공급망 교란에 대한 기본적 관리는 개별기업의 몫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때 정부가 산업이나 품목별로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개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전개되고 있는 공급망 변화의 충격들은 이미 대부분이 개별기업이나 정부가 독자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민·관 합동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전 세계적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 동향과 위기 요인들을 심층 분석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는 이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소부장경쟁력강화위원회’ 산하에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 대응 특별위원회’를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말고, 핵심 품목이나 산업별 공급망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단기 및 중장기 정책 추진 로드맵을 마련하고, 대응 체계의 예측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그리고 첨단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 및 입지 경쟁력을 계속 유지·강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국내 산업부문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급망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까지 바이오·배터리·반도체(BBC) 분야에서 구축해 놓은 우리의 기술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경쟁국과의 격차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이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전략적 자산이자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미국, 일본 등 특정 국가에 집중된 우리 기업들의 품목별 공급망을 여러 나라로 분산하거나, 인도, ASEAN 등 남방지역이나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으로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우리가 59개 주요 통상국들과 체결한 21개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핵심자원 보유국들과 ‘공급망 동맹’을 결성하고, 우선적인 자원 접근권을 확보하는 등의 형태로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고 리스크를 감소시켜 나가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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