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심금을 울리다
[문화칼럼] 심금을 울리다
  • 승인 2023.02.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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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요즘에는 심금을 울리는 장면을 목격하기 힘들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나의 오감이 무뎌져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그런 톡 쏘는 청량감을 보기 힘든 세상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최근 참으로 오랜만에 ‘아! 심금을 울리는 구나’ 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노래를 들었다.

음악회에 임하는 나의 경우, 보통은 이렇다. 멋진 판소리 한 대목을 듣노라면 거의 매번 가슴에 울림이 있다.

그다음,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공연에 가게 되면 대부분 만족하지만 큰 감동은 두 번에 한번 꼴이다. 그런데 노래를 들으면 대체로 분석하며 듣다보니 좋게 듣게 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이것은 주로 성악가가 부르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대중가요도 별반 차이 없다.

그런데 이번 미스터트롯2 아나운서 출신 김용필의 ‘당신’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흔들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3년 전 코로나의 창궐로 온 세상이 엄혹하던 시절, 특히 당시 나 같은 공공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없이 엄중한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는 건 언감생심, 그저 집에서 가끔 즐기는 혼술에 만족하던 때였다. 그런 시절에 큰 위로가 되던 프로그램이 미스터트롯이었다.

다들 사연이 많은 출연진들이라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이 프로그램을 볼 때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아무튼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던 방송이었다. 그 후 비슷한 이름의 유사 콘셉트 방송이 봇물 터지는 현상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나오는 대사 “작작들 하시오, 작작!”이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이번 시즌2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어느 날 우연히 튼 방송에서 그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와! 정말 깜짝 놀랐다. 이미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단정하고 깔끔한 외모와 무대 매너, 매우 안정된 발성이 받쳐주는 멋진 목소리 그리고 완벽한 표현력, 어디하나 흠 잡을 데 없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감성 앞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가눌 길 없다. 더욱 더 놀라운 건 그가 전업 가수가 아니라 방송에서 앵커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다들 노래 하나에 평생을 바쳐도 일가를 이루기 어려운데 본업 아닌 일에 이런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는 건 정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최근 최정상의 바리톤 토마스 햄슨의 내한 공연 후 가진 그의 마스터클래스에서 한 이야기에 참 많은 반성을 했다.

그는 자신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성악가들이 가사의 뜻과 조금이라도 다른 컬러의 소리가 나면 즉시 멈추게 하고는 일일이 그 가사의 내용이 뭐냐고 물었다 한다. 그리고는 노랫말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하지 못하면 그 노래를 부르면 안 된다고 했다.

매우 따끔한, 그리고 너무 중요한 가르침을 주었다. 나를 돌아보면 늘 머릿속에는 첫째도 소리, 둘째도---,셋째도--- 그랬다. 그 노래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 소리만 잘 나면 매우 행복해 했다.

그러고 보니 토마스 햄슨 뿐만 아니라 한때 쓰리테너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세 카레라스도 같은 말을 한 기억이 떠오른다. 뿐만 아니라 무대를 통하여 만난 많은 지휘자들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소리가 아니라 첫째도 음악, 둘째도---셋째도---잊고 있던 기억들이 이번에 이 방송을 보고 되살아났다.

김용필이 이런 정도의 노래를 할 수 있는 것은 한마디로 타고난 좋은 목소리와 노래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특히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진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흔히들 착각하기 쉽다. 열심히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간절하다는 것, 이것들과 진심이 담겨 있는 것을 같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일의 결과 보다는 그것 자체에 순수한 열정을 쏟는 것 이것이 선행되어야 거기에 진심이 담기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어느 정도는 타고난 그 사람만의 독특한 느낌, 특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명할 수 없는 그만의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이게 아니면 일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큰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당신에게만 있는 특별한 느낌’이라는 평이다. 이것은 탄탄한 기본기에다 진심이 담겨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결국 타고난 무엇이 있어야 되는 것 같다.

김용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가수다.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최고의 노래를 들었다. 이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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