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붓글씨 영인 수록
“하늘 천 따 지 가마솥에 누룽지”, 누구나 천자문을 외웠지만, 끝까지 읽어 본 적이 없는 천자문. 제비도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논어를 외우고, 개구리도 ‘독악락여중악락(獨樂樂與衆樂樂)’ 맹자를 외우니, 맹꽁이도 ‘득능막망망담피단(得能莫忘罔談彼短)’ 천자문을 외운다.
동아시아는 한자 문화권이다. 한ㆍ중ㆍ일 3국이 공통으로 쓰는 한자 1천개를 고른 후 서로 소통한다면 웬만한 의사전달에는 문제가 없다. ‘열하일기’를 지은 박지원이나, 천애지기(天涯知己, 만 리 떨어져 있어도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이룬 홍대용은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인과 필담(筆談, 문자로 대화를 나눔)으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저자는 인문, 경제, 과학, 기술 등의 지식을 망라한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지식을 현대에 알맞게 적용)으로 천자문을 재해석해 책을 썼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등의 책과 평생 직업으로 살아왔던 디지털 관련 첨단기술 경험이 뒷받침된다. 옛글이라 하여 모두 진리인 것처럼 미화하지도 않고, 저자의 해석이 무조건 맞는다고 합리화하지도 않는다.
책에 수록된 천자문은 사언절구 2개씩, 총 125문장이다. 저자는 도리, 변론, 설명, 칭송, 사랑 등 천자문의 다양한 사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냈다. 또한 수록된 천자문은 해서체(楷書體)로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캘리그래피 서체가 아닌 전통 붓글씨체. 저자의 부친이 작고하시기 5년 전 당시 6살이던 외손자에게 직접 써서 건낸 친필을 영인(影印)해낸 것. 저자는 부친이 손수 쓴 글을 해석하고 발간해내며 시대를 초월하여 희미해져 가는 효(孝)를 현대적 의미에 맞게 재해석해 의미를 더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