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챗GPT와 인간의 관계
[대구논단]챗GPT와 인간의 관계
  • 승인 2023.02.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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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인 ‘챗GPT’가 놀라움을 주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챗GPT가 미치는 파장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에서 광고학, 홍보학 강의를 하는 필자도 당장 다음 학기 수업에서 챗GPT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챗GPT는 광고카피와 같은 창의적 글을 순식간에 작성해 준다. 고등학생을 타깃으로 필자가 재직하는 영남대학교를 알리는 광고 문안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곧바로 다음과 같은 광고를 만들었다.

“영남대학교는 고등학생들에게 이상적인 대학입니다. 다양한 전공, 최신 시설, 교수진을 갖추고 있어 학생들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교육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친절한 분위기로 새로운 학생들이 쉽게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영남대학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광고 슬로건도 요구했더니, “Discover your potential, shape your future at Yeung-Nam University”라고 영어로 대답한다. 감성적이고 짧은 슬로건으로 바꿔보라고 했더니, ”Future awaits at Yeung-Nam University“라고 답변한다.

챗GPT는 영어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인지 한글로 질문하면 한글로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영어로 대답하곤 한다. 하지만 번역해달라고 하면 바로 한글로 번역을 해주니 사용하는 데 언어적으로 불편한 점은 크게 없었다. 무료 프로그램이라서 접근이 용이하니 당장 다음 봄학기 광고제작 수업부터 학생들이 이 챗GPT를 어떻게 수업에 활용하게 할지 궁리하고 있다.

챗GPT가 앞에서 보여준 영남대학교 광고카피가 창의적이거나 놀라움을 줄 정도의 글 수준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조건을 구체화하면 그에 반응하는 새로운 광고카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볼 때, 카피라이터나 광고전공 학생들에게 광고카피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지금 상태에서 상상되는 것은 챗GPT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멋있는 광고카피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 글쓰기란 무엇인가’, ‘창의적 글쓰기의 과정은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도 다소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은 많은 정보검색과 입력, 다양한 실험, 그리고 숙성의 시간을 거쳐 나온다는 광고업계의 기존 관점과 달리 이제 창의성이란 챗GPT에게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와 좋은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선택은 인간에게 있다는 점에서 창의성의 주권이 그나마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챗GPT가 작년 11월 무료 공개된 이후 5일 만에 이용자가 1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호주 대학의 ‘학(Mubin UI Haque)’ 교수와 동료들이 트위터 분석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밝힌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챗GPT 이용자 대부분은 챗GPT를 ‘소프트웨어 개발, 엔터테인먼트, 창의활동’ 영역에서 압도적으로 혁신적인 기술인 것으로 생각하고 매우 호감을 갖고 있음을 밝히고 있으며, 단지 일부 이용자들만 교육영역에서 챗GPT의 오용(학생들의 표절 문제 등)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챗GPT와 어느 정도 수준의 대화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어 다양한 시도를 해 봤다. 사실관계를 묻고 답하는 측면에서는 지적으로 놀랍기도 하지만 가끔 틀리거나 이상한 답변(한국의 유명한 라면 3개를 물었더니, 신라면, 농심라면, 아모레퍼시픽라면이라고 대답)을 하는 것을 보면 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 상담과 같은 질문(예를 들어, 화나고 슬픈데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들은 대화 중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측면도 있어서 비교적 오랫동안 챗GPT와 대화가 지속되는 흥미로운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이 챗봇(챗GPT 같은)과 대화할 때 직관적으로 남성 챗봇보다는 여성 챗봇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이유는 여성 챗봇이 더 따뜻하고 감정 교환에 우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쉽게도 챗GPT는 이름에서부터 성별 구분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자신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대화 중에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이용자들로 하여금 혼선이 없도록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이 설명하듯 지능을 가진 상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그것이 동물이든 기계든 상관없이 우리 인간은 그 상대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감성의 대상으로 친밀감과 유대감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챗GPT는 사용자를 개인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용 시간 중에는 내 이름을 알려주면 로그아웃 전까진 기억하고 질문의 내용도 기억해서 맥락에 맞게 대화에 적용하기도 한다. 조만간 현재 챗GPT보다도 50배나 더 뛰어난 챗GPT 버전이 출시된다니 앞으로 인간들이 챗GPT를 갖고 무엇을 할지, 그리고 챗GPT와 관계가 어떻게 진화할지 흥미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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