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칠한 벽지 마주 들고
주름질까 찢어질세라
균형의 접점을 찾고 있는 부부
며느릿감 인사 온다는 소식에
맞추는 합이
감나무 위에 둥지 만드는 까치 닮았다
벽과 벽이 마주 보는 공간에 창하나 내듯
건네는 말에도 간간이 창을 둔다
함께한 삼십여 년 흔적 위에
붙이는 꽃무늬가 꽃그물 되어
두 사람은 서로 잡고 잡혔다
금 간 유리 창문에
코스모스 붙이던 손길로
등에 파스 붙여주며 맞춰가는 아귀
한때 너무 맞지 않는다며
돌아눕던 틈새까지 메운다
◇함종대= 1965년 경북 문경 출생.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등단
<해설> 따듯하다. 시인은 조금은 늦은 그러나 결코 늦지 않는 나이에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올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당선 소감에서도 시를 놓지 않고 쓰게 해 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한 그 말의 진정성을 이 부부라는 시로 한 번 더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따뜻함과 함께 시인은 대상을 보는 눈이 예리하다. 이 시인은 겨울 산비탈에 뚫린 구멍의 입구에 낀 성에를 보고도 땅 속에 몇 마리의 뱀이 겨울잠에 들었는지를 직감으로 안다고 한다. 결국 그런 예리한 관찰력에 따듯한 심성이 균형과 접점을 이루어 부부로 도배되고 있다. 남은 겨울이 왠지 훈훈할 것 같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