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허벅지가
물날린 청바짓단에 끼여
물구나무로 서 있다
훅훅 봄날 입김으로 보아
폐활량이 무척 센 사내인가 보다
팔에 현수막 걸고
엉덩짝 흔드는 이벤트의 간격
사람들 눈길에
땅에 꽂힌 머리는
쏠리는 피 참지 못한 것일까
드디어 온몸에 돋는 정맥
들릴 듯, 말 듯
신열의 틈새로 다가온 봄은
살비듬 떨어진 자리에
낮달을 밀어 넣는다
머지않아
가려움 가려줄 잎들
◇권분자= 월간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너는 시원하지만 나는 불쾌해’ ‘수다의 정석’ ‘엘피판 뒤집기’ 소설집 ‘출소를 꿈꾸다’가 있음.
<해설> 한 여름 그늘을 주던 플라터너스 가로수들이 겨울에 들어 잎을 다 내려놓았다. 쓸쓸한 도심 가로수 풍경이 시인의 심정과 어떤 일치를 이루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 가려워지는 살갗이 어쩌면 훌훌 껍질 벗는, 또 다른 나무의 이름 ‘버즘나무’라 불리기도 하는 것처럼 플라타너스를 시인은 엉뚱하게도 거꾸로 빨아 널은 물 날린 청바지로 보다니! 그것도 큰 폐활량의 사내로 보다니, 시인에게 겨울은 물구나무의 시간이면서 봄다운 봄을 기다리는 또 다른 인내 시간인 것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