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백조의 기분
[좋은시를 찾아서] 백조의 기분
  • 승인 2023.02.0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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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수
원용수

할아비 백조가 가족 십여 명을 데리고 봉무공원 동화천에 내려앉으려다 냇물이 얼어서 그만 앉지 못하고 어기적 어기적 기어 나왔다. 지난겨울에 와서 먹었던 붕어를 먹으러 가족들 데리고 왔다가 제명이 말이 아니구나!

낭패를 맛본 할아비가 내처지 같구나. 애비 없는 손자가 반지하방을 비워주어야 할 판이라 잠이 오지 않는다

시베리아 추위를 피해 한반도 대구에 왔다가, 강물이 얼어서 낭패를 당하다니, 그들은 낙동강 쪽으로 갔으니 겨우내 살 수 는 있겠지. 흰옷을 입었던 가난했던 옛 우리 민족을 닮은 그들이 무탈하기를 빈다

조류 인플루엔자 조심하고 잘 지내길 곱은 손 모아 빌고 또 빌어본다

◇원용수= 한맥문학 수필등단 , 문학예술 시 등단. 매월당 문학상, 영호남 수필 문학상 수상. 한국문협, 대구문협, 대구수필가협회 회원. 수필집 : 『능수벌들』, 시집 : 『무지개 여행』이 있음.

<해설> 책상머리에 앉아서 머리에 입력된 지식을 엮어 시를 쓰는 시인들이 문학상을 받고 추앙받는 시대에 만만찮은 나이에도 발품으로 시를 쓰는 시인의 시를 나는 지금 읽고 있다. 팔순의 중반에 접어들었어도 언제 어디가면 무슨 꽃이 피는지, 바람은 어느 쪽에서 어느 쪽으로 불어 가는지, 체험을 통해 훤히 알고 있는 시인은 아마도 뉴스에 난 철새를 보러 가셨던 모양이다. 가족을 이루고 찾아온 백조를 만나고 있으면서도 오르는 집세가 걱정인 손자를 떠올리는 시인의 문체는 만연하면서 우리 사회의 암울함에도 눅진한 정서로 걱정을 보태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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