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의사 선생님
[대구논단] 의사 선생님
  • 승인 2023.02.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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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의과 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약학대학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 대학생들이 재학 중에 의과 계통 대학으로 편입학하여 정원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일반대학교는 물론 SKY대학교도 예외 없다. 이들이 편입학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의과 계통 대학에 가면 수입 좋고, 취직과 신분보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편입학은 학기와 나이가 필요 없다. 나이 40세 전후에만 합격하면 일반대학에 가서 군대 가고, 취직 시험에 매달리는 것을 계산하면 늦은 것이 아니다. 일류대학이거나 입학 점수가 높은 대학일수록 많은 학생이 예고 없이 수십 명씩 빠져나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상위 10% 안에 들어가는 우수한 머리와 실력을 갖춘 엘리트들은 의사 선생님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럼 의사 집단은 진정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엘리트들이 모인 곳일까?

K는 어깨 통증을 앓고 있었다. 동네 정형외과에 갔다. X-레이를 찍었다. 의사 선생님은 한 참 사진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뼈가 엉망이네요. 직업이 무엇입니까? 노동일을 하셨습니까? 노동은 안 하였습니다. 그래요, 뼈가 매우 험합니다. 오십견도 있고, 석회도 있고, 노화현상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주사를 한꺼번에 여섯 대를 놓았다. 보름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치료비가 좀 비쌌다.

보름이 되어도 어깨는 계속 아팠다. 의사는 아무 말 없이 같은 처방을 했다. 똑같은 치료는 석 달 넘게 반복되었다. 효과가 없었다. 다른 정형외과로 옮겼다. 그곳에서도 같은 치료 행위가 반복되었다. 그럭저럭 일 년이 되어갔다 통증이 더 심해졌다.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MRI를 찍었다. ‘어깨 회전근 인대 파열’ 진단이 나왔다. 이웃에 사는 지인과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K의 이야기를 듣고 흥분했다. 인대 파열은 간단히 ‘자기진단’으로 알 수 있는 병이다. 정형외과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그렇게 쉬운 방법이….’ K는 반신반의했다. 그리고 이틀 후 우연히 모 아침 방송 프로에 ‘어깨회전근 인대 파열’에 관한 방송을 했다. 문제의 ‘자기진단’이 시연되었다. 아주 간단했다. 아픈 팔을 수평으로 오래 들고 있지 못하면 인대 파열이라 했다.

수술하러 가는 길에 K는 동승 한 후배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의사가 원망스럽다. 정형외과 의사 자격증이 있으면 ‘자기진단’ 방법은 알고 있지 않은가? 왜 그렇게 긴 기간에 주사만 놓았나.” 후배가 과하게 받아넘겼다 ‘그것도 모르는 교, 다른 병원에 보내면 환자가 줄어드는데, 다 돈 아닌 교?’ 얼핏 들으니 후배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K는 의사에게 꼭 듣고 싶은 말은 있었다 ‘우리병원에는 기계가 없으니 큰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으세요’

골절 수술로 유명한 병원에서 수술했다. 문제가 생겼다. 전신 마취를 했는데 수술 후 소변이 불통이다. 비몽사몽 상태에서 인공적으로 소변을 배출했다. 그 후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왔다. 약을 처방했다. 그런데 큰일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침대가 듬뿍 젖었다. 소변이 대중없이 많이 나왔다, 의사에게 처방을 다시 받았다. 아! 이제는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할 말을 잊었다. 간호사가 의사 선생님에게 처방을 다시 해달라고 한단다. K는 버럭 화를 내었다. ‘누구 잡을 일이 있나?’ 이튿날 퇴원을 하고 동네 비뇨기과로 직행하였다. 그 후 K는 50여 일 동안 비뇨기과에서 제공한 소변 통을 차고 있었다. 대학병원으로 옮겨 정밀 진단을 했다. 관계자가 슬며시 귀띔했다 ‘전신 마취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기가 막혔다.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

‘어깨 회전근 인대 파열’ 수술 후속 조치로 동네 정형외과에서 물리 치료를 했다. 문제가 생겼다. 전기 자극치료를 하다 과열을 했다. 어깨 부위에 물집이 생기고 부풀어 올랐다. 담당 과장들이 사과를 했다. 그러나 여기 까지다. K는 수술한 회전근 부분이 걱정되어 사진을 찍고 싶다 했다. 의사가 사진값은 환자 부담이라 했다. 원인제공은 누가 했는데? 주위에서 말들이 많았다. ‘관계되는 병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다. 그 병원이나 이 병원이나 병원은 다 XXX이다’

K는 너무 과한 것은 요구하지 않는다. 중국 신의(神醫) 화타 같은 고도의 의술을 요구하지도 않고, 석가모니께서 말씀하신 무재칠시(無財七施)의 나눔도 원하지 않는다. 굳이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아니더라도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가져, 극히 일부의 소리이지만 의사는 환자를 무엇으로 본다는 수치스러운 말을 경계하여야 한다. 우리 국민의 엘리트로서, 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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