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전통시장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박명호 경영칼럼] 전통시장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 승인 2023.02.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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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오늘부터 대구지역 대형마트는 월요일에 격주휴무를 실시한다. 의무휴무일이 일요일에서 매월 월요일 둘째, 넷째로 변경됐다. 전국의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처음이다.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가운데 대구가 과감히 스타트를 끊었다. 시민단체의 비판에 이어 대형마트 노조원들이 반대하고, 전국소상공인연합회와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에서도 반발한다. 대구시장은 강요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등의 협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우리 고장이 마치 실험의 대상이 된 듯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은 뜨거운 감자다. 찬·반 여론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의무휴업일 제도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신설되었다.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고 월 2회 강제 휴무했다. 10년 이상 규제가 유지되면서 대형마트는 제도의 폐지와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영업권을 과다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다. 반면 소상공인과 노동자 및 시민단체들은 규제 해제를 강하게 반대한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점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상인들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다. 근로자의 건강과 휴식권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통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온라인 쇼핑과 대형 식자재마트, 중형 슈퍼마켓과 편의점으로 넘어갔다. 대형마트는 온라인에 매출을 빼앗기고, 중형 슈퍼마켓과 식자재 마트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누르고 급성장했다. 대형마트와 중소상인들 모두가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그래서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골목상권의 보호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소비자의 불만만 키웠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무휴무일의 평일 변경은 “달라진 쇼핑문화와 소비행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대·중소유통업체 간 상생발전을 꾀하고, 시민의 쇼핑 편익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한 대구시장의 말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규제의 변경 자체는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들의 입장에 따라 이해득실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책당국이 전통시장을 보는 시각이다. 시장의 주체인 상인들은 누구며, 고객은 왜 전통시장을 이용하며, 장사는 어떻게 하고, 우리 경제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통시장의 존재 방식과 존재 이유를 알아야 대형마트와의 상생 방안도 나온다. 그런데도 여태껏 각종 규제로 보호하고, 시설을 현대화하고, 선진 장사기술과 최신 경영지식을 전수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 해 왔다.

뜬구름 잡는 소리다. 생계형 영세 상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현대적 시설과 최신 경영능력을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무기한 규제와 지원으로 그들을 무작정 보호할 수도 없다. 정부가 무한정 지원할 여력도 없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이것들이 결코 경쟁력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경쟁력을 갖춘 상인으로 거듭나야만 살아날 수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시장의 미래와 희망은 전적으로 상인들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대형마트나 여타 업태와 확연히 구별되는 장사 철학과 점포경영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장사의 차별화다. 다른 업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다름’을 구현해야 한다. 장사는 역시 상인이라는 ‘사람’이 고객이라는 ‘사람’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의 눈’으로 보고 ‘고객의 마음’으로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을 단지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인 사람’으로 여겨야 한다. 강소상인들은 고객을 가장 잘 알고, 고객이 진정 바라는 가치를 잘 충족시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고객과 밀착하고 고객가치에 집착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처럼, 고객밀착은 중소상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다. 고객의 변화하는 요구를 재빠르게 반영해서,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을 고객이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장사다. ‘사람’인 고객에게 집중하고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집착한다면 왜 단골고객, 충성고객이 되지 않겠는가. 장사의 기본인 ‘진정성’과 ‘다름’으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사업의 규모나 시설, 장사의 기술과 경영지식 등은 그다지 문제가 될 수 없다.

상인이 변해야 시장이 바뀐다. 규제는 전통시장의 보호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독이 될지도 모른다. 소비자의 동정심이나 행·재정 지원에 기대는 것은 장사가 아니다. ‘서민갑부’처럼 중소상인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객들에게 당당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터에서 정당하게 싸워서 이겨내는 것이 최고가 되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대형마트도 전통시장의 사업영역을 존중하고 상생의 사업방식을 견지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유통민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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