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 두 손 사이, 이 많은 비명을
따로 놀던 오른손과 왼손을, 가슴께로 불러 모아
피뢰침을 만들자, 지붕의 평화를 위해
가물거리는 영혼 꺼지지 않게
날아다니는 가시, 악몽이 다정해질 때까지
그물을 던지자.
마음 지그시 눌러, 높이 올라가자, 구름처럼 가벼워질 때까지.
무릎이 없어지네, 이제야 비명이 녹스네.
두 손이 시뻘겋게, 수박색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네.
불쑥 일요일이 생기고, 기도는 한없이 길어지지.
◇지정애= 경북 안동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과, 계명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9년 ‘서정시학’ 등단. 시가마 동인. 시집 ‘속삭이는 바나나’가 있음.
<해설> 사람의 몸이 하는 행위 중에 손으로 하는 행위들은 다양하고 순간의 감정 또한 그러한 행위를 통해 표출되기도 한다. 시인은 여러 행위 중에 두 손을 모으는 행위를 두고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지붕의 평화를 위해 / 가물거리는 영혼 꺼지지 않게”비명의 삶을 하나로 다소곳이 모으는 저 기도의 손은 자시 자신의 영욕을 비는 손에서 피뢰침처럼 하늘의 평화에 까지 닿고 있음은 놀라운 상상력이 아닌가. 비명이 녹슬고, 꼭 쥔 영손의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고 나면 불쑥 없던 일요일이 생겨나길 바라는….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