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에서 내린 펑퍼짐한 아주머니
누군가 향해 절실하게
손 흔들고 있었다 살펴보니
한 넉넉한 아저씨가 개찰구 밖에 서 있었다
비닐봉지를 들고
뒷모습만으로 그녀의
표정을 짐작하겠다
손을 흔든다는 것
그것도 아주 반갑게 큰 동작으로 흔든다는 것
울컥 아름답게 느껴졌다
온 몸으로 하는 말
‘여기를 봐! 나 여기 있어!’
너를 보면 나도 팔을 뻗어
크게 크게 기쁨으로
손 흔들어야 겠다
◇김상윤= 2002년 [문학세계]등단. 2012년 시집[슈뢰딩거의 고양이] 출간.
<해설>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분이나 감정을 안으로 감출 때가 많다. 특히나 어떤 격식이나 품위 때문이기도 하고 유교의 정신과 오랜 관습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렇듯이 감정을 몸으로 표출하는 일에 왠지 어색함을 느끼던 몸은 어느 한 순간 색다른 장소와 시간 속에서 마구 폭발하듯 풀릴 때가 있다. 시인의 시 제목 “온몸으로 말 할 때” 또한 어쩌면 갇힌 자신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아방가르드 형식의 시로 풀어낸 산물로 보인다. 바로 이 장면, 절실하게 달려가고 있는 그는 아주머니가 아니고 시인 자신은 아닐까? 내내 비닐봉지는 궁금함이기도 하고.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