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희토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상과 향후 전망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희토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상과 향후 전망
  • 승인 2023.02.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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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희토류(rare earth element)’는 촉매, 연마제, 유리, 형광체, 배터리, 레이저, 영구자석 등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전기차, 휴대폰, 신재생에너지, 석유화학, 스마트폰, 미사일과 레이더, 전투기 등 다양한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어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열풍까지 더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희토류는 희소금속의 한 종류로서 유사한 화학적 특성을 지닌 17개 원소를 합쳐서 부르는 용어다. 희토류는 철과 금속에 소량만 추가하여 합금하면 소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타 원소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가령, 희토류 원소인 네오디뮴(Nd)을 소량 첨가하면 10배 이상의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영구자석을 모터에 사용할 경우, ‘더 작은 크기’로도 충분한 출력을 얻을 수 있어, 전기차, 휴대폰 등 각종 첨단제품의 소형화와 경량화가 가능하다.

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흙’이라는 의미이며, 희귀하다고 해서 희토류 원소 자체가 귀한 것은 아니다. 사실 매장량은 많지만 1t의 희토류를 생산하기 위해 2천t의 희토류 광석이 필요할 정도로 채굴 및 추출이 어렵다. 그래서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정련 과정에서 염산과 황산 등의 독극물을 사용하다 보니 환경오염과 인체 유해성 등의 문제가 있어 선진국들은 희토류 정련을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개도국에 맡기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은 약 1억 2천만t이며, 이 중 중국의 추정 매장량은 4천400만t으로 세계 1위(36.7%)이다. 그다음 베트남, 브라질, 러시아, 인도, 호주, 미국 등의 순이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일본 동쪽 해저와 북한 등에서 인류가 수백 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매장이 확인되고 있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환경 이슈의 부상, 중국의 저가 공세 등에 밀려 2003년부터 미국의 희토류 생산은 완전히 중단되어, 자국의 희토류 수요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해 왔다.

반면, 중국은 1980년대 이후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인식하고 집중적으로 개발하여, 2010년에는 세계 희토류 총생산량의 98%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었다. 중국은 이러한 위상을 활용하여, 2010년 9월 7일에 발생한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분쟁에서 대일본 ‘희토류 수출 중단’이라는 경제 보복을 단행하였다. 드디어 2020년 12월 1일에는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수출통제법’을 발효시켜 희토류를 ‘자원 무기화’하고,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대응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실제로 2010년 센카쿠열도 사건 이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자 희토류의 국제거래 가격이 10배 이상 상승하는 등 희토류의 ‘자원 무기화’ 가능성이 현실화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 이외의 희토류 주요 수요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역내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먼저, 일본은 2010년 11월 호주의 희토류 생산기업 라이너스(Lynas)에 투자하여, 10년간 매년 일본 수요의 30%에 해당하는 8천500t씩 공급받기로 계약하였다. 이 밖에도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모터 개발, 희토류 사용량을 절감시킨 영구자석의 개발 등에도 성공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일본의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는 2008년의 90.6%에서 2020년엔 57.5%까지 하락하여 희토류 수입 다변화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도 한동안 중단되었던 캘리포니아 Mountain Pass 광산의 희토류 생산을 2018년부터 재개하여, 2020년에는 3만 8천t을 채굴하였다. 그러나 환경오염 우려와 분리 공정 미비 등으로 인해 원료를 전량 중국으로 수출하여, 가공한 후 산화물 형태로 역수입하고 있다. 2021년 2월 호주기업 라이너스(Lynas)가 텍사스에 추진 중인 희토류 가공시설이 완공되면 전 세계 희토류 수요의 25%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대중국 희토류 의존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2022년 5월 12일 충북 오창에 호주 희토류 가공기업(AMS)과 협력하여, 우리 기업이 개발한 친환경적인 생산기술을 활용하여, 연간 5천200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금속공장을 준공하였다. 당분간 베트남에서 희토류 원료를 수입하게 되고, 그 후 호주에서 생산된 원료를 사용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유럽 등 제3국으로 공급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2011년부터 호주가 희토류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2018년부터는 미국이 생산을 재개하면서 한 때 98%나 되던 중국의 생산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중국 첨단산업의 성장에 따라 전 세계 희토류의 약 70%를 소비하는 최대 소비국으로 부상하면서 2018년부터 희토류의 수입량이 수출량을 초과하는 순 수입국으로 전락하였다. 따라서 그동안 희토류의 글로벌 공급망 상에서 중국의 위상은 상당히 약화되었다. 그리고 중국 이외 국가들의 대체 공급망 개발·확보, 대체재 및 절감 기술의 개발, 친환경적인 정련 기술의 개발, 새로운 희토류 매장지 탐사 노력 등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면서 중국의 ‘전략적 지렛대’ 내지는 ‘무기화’로서 희토류의 기능이 향후에도 더욱 무뎌져 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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