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혁의 시대
[문화칼럼] 변혁의 시대
  • 승인 2023.02.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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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챗GPT가 일으킨 AI의 바람이 대단히 거세다. ‘얼리 어답터’의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실감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정도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해가 바뀌자 연일 관련 보도와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것들만 읽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대충 감이 온다.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생성AI가 예술의 영역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록을 찾아보니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의 등장과, 이세돌과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2016년 이 둘 간의 승부는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평소 ‘돌바둑’ 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으로 무장한 세계최강 이세돌이 이길 것으로 전망 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4대1로 알파고의 승리여서 다들 인공지능에 대한 존재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날수록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너도나도 공·사석에서 이 단어를 피력했지만 뭔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모호한 개념 때문에 내용은 알고 말하는지 하는 의구심도 들었고, 점차 식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요소인 빅데이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 분야 국내 권위자이신 모 교수님으로부터 자신에게 박사과정으로 배워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그러나 그분이 보내준 입시 요강을 받아보곤 내 능력으로는 일하면서 공부하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에 곧 포기했지만 늘 관심을 두는 분야였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기며 지내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 눈앞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새 이것은 말 그대로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발전된 AI가 요즘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 관련 내용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정말 놀랄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에서 로봇이 설치하고 나르고 마지막에 공중제비로 착지하는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TV를 보니 로봇이 골프채를 휘두르자 홀인원 된다. 이건 그럴 수도 있겠다. 즉 기계니까 의례 그렇게 정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어쨌든 음---이라며 감탄하며 그 장면을 보게 된다. 대규모 물류회사에서 AI가 어떤 놀라운 역할을 하는지도 알려진다. 그러고 보니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넷플릭스에서 끊임없이 나의 취향이라며 새 작품들을 들이댔다. 스마트 폰으로 어떤 상품을 한번이라도 검색하면 그때부터 관련 상품광고가 시시때때로 뜨는 것을 무심히 지나쳤는데, 인공지능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 우리 발밑에서 엄청나게 움직였다는 반증이다.

특히 그동안 인간의 창의성만큼은 인공지능(AI)이 넘볼 수 없으리라는 ‘근자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네이버에서 추진한 온라인 쇼핑의 특별 할인 행사를 AI가 처음부터 기획, 상품과 출연진선정 그리고 홍보까지 다 했단다. 카카오에서는 잡지 표지 디자인, AI가 쓴 시집 출간 등을 해냈다. 이런 종류의 다수 국내사례 외에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더 엄청나다.

챗GPT같은 텍스트 중심의 AI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작곡까지 해내는 AI들의 성능은 과연 그게 가능할까 라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곧 대본만 입력하면 영화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특히 원하는 정보를 나열만 해주는 게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듯이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매우 겸손하게 전달하는 챗GPT의 놀라운 활약상은 우리의 근간을 흔들어 댄다.

지금도 놀랍지만 이보다 차원이 다르게 매우 업그레이드 된 오픈AI 챗GPT의 새로운 버전, 구글의 20여 종의 생성AI, 국내 기업의 한국형 제품 등 엄청난 모델들이 곧 쏟아진다고 한다. 1~2년의 대 혼전 후에는 이들 중 가장 우수한 모델 몇 가지로 정리 될 것으로 보인다.

교사, 금융 애널리스트, 낮은 수준의 코딩을 하는 엔지니어, 기자를 포함한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리고 그래픽 디자이너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으로 뽑힌다고 한다. 이제 이런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존재의 증명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아무튼 대 변혁의 시대가 왔다. 생성AI에 의한 순기능·역기능이 공존하겠지만 이것 이전과 이후는 분명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보이지 않던 영역에서 우리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이제 모두가 개인적 일이든, 공적인 영역이든 이것과 함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질문과 선택은 인간의 몫이므로 결국 누가 뛰어난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리라 본다. 나는 탁월한 질문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질문을 위해서는 읽기, 쓰기 그리고 분석하기가 더 중요해졌다. 그리고 새로운 문물을 공부하지 않으면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라는 말을 진짜로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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