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밤낮없이
얼고 또 얼어도
그 속은 얼음이 아니라 물이더라
결국 세월 속으로
흐르고 마는
천 개의 하늘 천 개의 강물이더라
마냥 그 푸름이
말 못 하는 냉가슴인 줄 알았더니
단 한 번의 눈길에
그냥 퍽 쏟아지고 말더라
못내 울다가
순간에 미치고 마는 사랑이더라
◇박태진= 경주 출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창과 석사 졸업. 『문장』신인상,『시와시학』으로 등단. 2008『문장』신인상,『시와시학』으로 등단. 대구예술상 수상. 시집『물의 무늬가 바람이다』,『히스테리시스』가 있음
<해설> 시인에게 빙하는 빙하가 아니다. 빙하는 그 무엇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하나가 호모사피엔스의 상상력을 물고 몸 안에서는 핏줄을 타고 몸 밖에서는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발견한다. 또한 시인은 물의 상상력을 통해 빙하를 녹이고 녹은 빙하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 순환의 과정을 눈물로 응축시켜 놓았다. 그러니까 사랑은 시인의 말을 빌리면 “못내 울다가/ 순간 미치고 마는” 고여 있지 않고 퍽 쏟아지고 마는 그런 사랑이어야 한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