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AI 표절의 해결은 어디에 있나
[교육논단] AI 표절의 해결은 어디에 있나
  • 승인 2023.02.1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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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지난달 국내 한 국제학교에서 챗GPT로 작성한 에세이를 제출한 학생 7명이 전원 0점 처리된 사건이 있었다. 흥미가 생겨서 앱을 설치해 보았다. 기후 변화에 따른 대책에 대한 에세이를 써 보라는 예문을 입력하자, 몇 초 만에 문제 제기, 본론, 결론까지 멀끔한 글을 내어놓는다. 교육 특정 주제에 대한 기획안도 그럴싸하게 제시하는 것도 보았다. 앞으로 정말 사람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문득 이런 고민까지 들었다. AI 챗봇이라고 해 봤자 단순히 같이 어색한 대화나 하는 수준이 아니었나, 생각해 왔다가 뒤통수를 크게 맞은 기분이다.

AI가 내놓는 글 역시 결국 사람들이 작성한 엄청난 양의 글을 학습한 결과다. 그렇기에 AI 표절에 대한 검증은 갈수록 어려워질 거란 전문가의 의견이 많다. 현재 논문 등에서 카피를 잡아내는 수준의 프로그램으로는 이 정도 수준의 표절은 판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표절과 관련해서 당연하겠지만 교육계는 사실상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이렇게까지 완벽할 줄 몰랐다는 업무 담당자의 말이 아주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AI 표절 문제는 사실 국내에서 개발된 AI 챗봇인 ‘이루다’가 서비스 공개 시작과 거의 동시에 폐기되었던 이유와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해 본다. 결국은 도덕성의 문제라는 거다. 그 당시 이루다에게 혐오와 비난을 학습시킨 사람들로 인해 챗봇은 잘못된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고, 기술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절차를 밟게 되었다. 챗GPT 역시 이에 대한 그릇된 사용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질적 고민보다 이에 대한 올바른 사용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야기다.

AI의 발달에 따라 우리는 AI 사용자의 성숙도도 발달시킬 필요가 분명하다. 성숙하지 못한 AI 사용자는 결국 AI를 활용한 무엇도 성공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것이, 과학기술의 발달과 윤리성의 지난한 논의와도 같은 목소리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교육의 역할이 막중하다. 인성교육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의식이 분명하게 정립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책무성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AI 윤리의 지침 역시 분명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인성교육의 영역은 아주 넓어질 수밖에 없다.

‘학업 정직성(Academic honesty)’이란 학문에 있어서 표절, 담합, 복제하지 않는 등의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것을 뜻한다. 사실 학업 정직성은 가르침 일부분이 될 만큼 중요하다. 기술혁신을 통하여 정보에 접근하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학업 윤리에 대한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꼭 지금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학업 정직성은 학생들에게 체화되어야 하고, 학업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학업 정직성에 대한 지도는 사실 AI, 온라인,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학습의 전반에서 지도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어떠한 물건을 만들었을 때, 어떠한 글을 작성하였을 때, 그것이 온전히 자신이 생각하고 창조한 것인지 등은 확인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인용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저작권 침해 기준 등에 대하여 배우는 것 등은 학생들이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 때 그 자체의 학습 외에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컴퓨터실, 도서관 등의 비롯한 모든 교과에서 철저히 감독이 되어야 하고, 철저히 걸러져야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교사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 역시 철저히 이 부분의 지도를 담당해야 한다. 그렇게 하였을 때만이 미래 기술의 정직하고 바른 사용이 이루어질 수 있지, 베낀 부분을 잡아내는 기술만 발전시켜서는 근본적인 해결을 볼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학업 정직성에 대한 지도는 주로 정보화교육과 관련해서, 혹은 포괄적으로 통합교과나 도덕 과에서 중점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아니면 그냥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법과 같이 여겨질 뿐이다. 사실 학업에 대한 정직은 비단 단순한 정직한 마음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표절이나 저작권 등의 정보통신기술과 관련한 지엽적인 문제만을 지칭하는 내용도 아니다. 인성교육 전반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능동적으로 그 교육의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 챗GPT 표절 사건을 정보통신기술 문제, AI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미래가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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