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이재명의 바다
[대구논단] 이재명의 바다
  • 승인 2023.02.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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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
유영하 변호사

“조국의 강에 빠져 허우적거린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이재명의 바다에 빠졌어… ”

며칠 전에 만났던 후배가 전해 준 야당 인사의 푸념이다.

검찰이 지난 16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최종결재권자로서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초과이익환수조항을 빼도록 결정하여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천895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위례 신도시개발과 관련하여 사업자 공모전 민간업자들에게 측근들을 통해 내부정보를 알려주고 이를 통해 사업자들이 211억 원의 부당 이득을 얻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아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천만 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에 건축인허가나 토지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 대표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3회에 걸쳐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지만, 진술서를 제출하고 이를 원용하였을 뿐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 대표의 진술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소환은 별 의미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검찰로서는 지금까지 수사결과를 토대로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장동 의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 같은 당의 경쟁 후보 진영에서 먼저 제기한 것이고, 그에 대한 수사도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된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권 당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는 ‘늑장수사’, ‘봐주기 수사’, ‘뭉개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수사 도중에 관련 핵심인물들이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제대로 된 수사라고 할 수도 없다.

이 대표에게 제기되고 많은 의혹의 실체에 대해서는 수사와 재판을 거쳐서 훗날 역사 앞에서 다 드러나겠지만, 검찰이 출석을 요청한 날짜를 무시한 채 자신이 일방적으로 정한 날짜에 출석하고, 요청받은 출석 시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은 보통의 국민은 상상조차 어려운 행동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169석의 거대 야당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금 이 대표에 대한 여러 혐의는 지금 민주당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일 윤석열 정부의 민생파탄 검사독재를 규탄한다는 명분으로 많은 소속정당 의원과 함께 장외투쟁에 동참했다.

국회의원 169석의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고, 국회도 회기 중이며, 언론환경도 결코 야당에게 불리하지 않음에도 이 대표의 이러한 장외투쟁은 국민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오히려, 다수 국민은 이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정치탄압’프레임으로 물타기 하겠다는 꼼수로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지만 국회의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는 다수당이다. 따라서 다수당의 책임감으로 어려운 경제위기와 민생 문제 등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는데 야당으로서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함에도, 이재명 대표를 방어하기 위한 사당(私黨)으로 전락하여 스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야당을 무력화하고, 대통령의 정적을 제거하려는 전대미문의 폭거”라고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이 대표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검찰수사를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사유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국민을 배반하고 나라를 망치는 권력에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단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바가 없고, 부정한 돈 단 한 푼도 취한 바가 없다”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고, 추상적인 수사(修辭)가 아닌 검찰 주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증거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의 당부를 다투어야 한다.

상대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범죄의 실체를 밝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것은 수사기관 본연의 임무이며, 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거나, 이념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검찰은 이번 영장의 범죄 동기를 설명하는 부분에 기재한 ‘김만배가 이 대표 측에 천하동인 1호에 숨은 지분 428억 원을 약정했다’는 혐의뿐만 아니라, 쌍방울 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대북 불법 송금 혐의, 그리고 백현동 개발사업, 정자동 관광호텔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재명의 바다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잔잔한 파도가 이는 바다일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집채만 한 파도가 치는 바다일지는 오로지 이 대표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하늘의 그물은 가없이 넓어 성긴 듯 보이지만 그 무엇도 새어나갈 수 없다”라는 옛말은 모두를 영원히 속일 수 있는 거짓말은 없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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