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딸에게…” 중앙로역의 눈물편지
“천국의 딸에게…” 중앙로역의 눈물편지
  • 류예지
  • 승인 2023.02.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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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
기억공간·시민분향소 설치
자녀 사진 닦으며 이내 울음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
시민들 애도 발걸음 이어져
지하철참사20주기기억공간2
18일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 20주기 ‘기억공간’에서 두 청년이 희생자들의 사진 앞에서 손을 꼭 모으고 애도를 하고 있다.

“20년이 지났는데도 어제 일어난 일 같아요. 우리 딸… 미안해.”

지난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20년이 지났다. 참사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유족들에게는 당시 사건이 잊을 수 없이 생생하다.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상처는 회복되지 않은 채 유족들을 20년 전 그날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은 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맞아 ‘기억 공간’이 마련됐다. 희생자들의 사진이 걸린 벽면에는 애도의 마음을 담은 메모지가 함께 붙어 있었고, 사진의 앞쪽으로는 헌화 꽃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기억 공간 내부에는 시민분향소도 설치됐다.

불편한 걸음으로 몸을 옮긴 A(여·70대)씨는 자녀의 이름을 손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았다. 20년 전 당시를 잊을 수 없다는 그는 웃고 있는 자녀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이내 취재진의 손을 꼭 잡고는 고통스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20년이 지났지만, 어제 일어난 일 같다. 우리 딸 그때 29살이었다”며 “평소에 엄마와 시간 많이 보내세요. 엄마 얼굴 많이 보고, 엄마한테 잘해주시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아쉬움을 내포하고 있었다. 덧붙여 A씨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생겨서는 안 된다. 항상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사진 앞 마련된 메모지와 볼펜을 집어 든 A씨는 눈물을 훔치며 딸에게 짧은 편지를 남겼다. 자녀의 사진 아래 붙인 추모글에는 ‘사랑하는 내 딸,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사랑한다. 보고싶은 우리 딸…사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사의 슬픔은 A씨에게 여전한 죄책감으로 남아 있었다.

이날 대구 지하철 참사 20주기 기억공간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시민들의 애도 발길도 이어졌다.

애도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대구 시민들은 국화꽃을 헌화하고, 추모글을 남겼다. 국화꽃을 사 들고 온 청년이 사진 앞에서 한참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참사 당시를 기억하는 시민들은 안타까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대구 중구에 거주하는 B(30대) 씨는 “당시에 중학생이었는데, 다 커서 보니 마음이 더 아프다. 희생자 명단을 보니 또래도 꽤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신 ‘아이고’라며 탄식을 내뱉던 70대 C씨는 “여럿 안타까운 목숨이 하늘로 간 참담한 사건이다. 당시 소식을 접했을 때가 생생해 눈물이 난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한편, 2·18안전문화재단이 설치한 ‘기억공간’은 지난 18일까지 운영됐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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