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학-지역 상호위기’ 해법은…이효수 前 영남대 총장에 듣다
[인터뷰] ‘대학-지역 상호위기’ 해법은…이효수 前 영남대 총장에 듣다
  • 남승현
  • 승인 2023.02.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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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선도대학 육성·창조도시 조성이 살 길
지방대 소멸 위기·지역침체 악순환
단순 투자 확대 방식으론 한계
차원 다른 담대한 비전·변화 필요
일찍부터 글로컬 선도대학 제시
창조경제 시대 新 대학 패러다임
복제형 아닌 창조형 인재 필요
‘Y형인재’ 육성으로 산업 선도
기업·일자리 창출 중요한 역할
대학 첨단지식 생산 전환 강조
이효수전영남대총장인터뷰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이 대구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총장은 지방대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글로컬 선도대학(GIU)과 창조도시가 답이라고 했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상당수 지방대는 머지않아 소멸될 위기에 있고, 대학위기와 지역침체의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찍부터 이런 문제를 제기했고, 그 핵심전략으로 글로컬 선도대학 육성과 창조도시 조성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왔던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을 만나 그 해법을 들어봤다.

“지금과 같은 차원의 지방대학 육성책이나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 단순히 투자규모를 늘인다고 쇠락의 가속화를 멈추게 할 수 없다. 지금과 차원이 다른 담대한 비전과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16일 대구신문에서 ‘대학-지역 상호위기, 극복의 길’에 대한 신년 특별 인터뷰에서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이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창조경제’에서 제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경제에서 창조경제로 경제발전단계가 이행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경제 및 대학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그 방향을 제시했다. 영남대 총장 재임 시절에는 제4차 산업혁명/창조경제 시대의 새로운 대학패러다임으로서 ‘글로컬 선도대학(GIU, Glocal Initiative University)’의 비전을 제시하고 담대한 변화를 추진해 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부가 최근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컬 대학’ 30개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책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단순히 지방대학 육성 차원이 아니라 대학패러다임 대전환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 대학패러다임 차원에서 보면, ‘글로컬 대학’이 아니라, ‘글로컬 선도대학(GIU)’이라고 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글로컬 선도대학(GIU, Glocal Initiative University)은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첨단 지식 생산’과 창의적 혁신역량을 지닌 ‘Y형인재 육성’을 통해 국가 및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을 선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학”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선도(initiative)는 첨단지식과 Y형인재로 새로운 종류의 산업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위한 새싹을 발아시키고, 새싹이 묘목(스타트업)으로 자라고, 묘목이 거목(대기업)으로 성장하고, 나아가 거대한 숲(산업)을 만드는 시발점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글의 사례를 들었다. 구글은 스탠퍼드 대학원 연구실에서 발아하여 2021년 현재 50개국 70개 도시에 지사와 6개의 자회사를 두고 자산총액 약 431조 원, 종업원 수 15만 6천500명에 달하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이 전 총장은 일반적으로 일자리는 대학이 아닌 기업이 만드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글로컬 선도대학(GIU)은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10년간 스탠퍼드 대학원생은 2천808개, 학부생은 1천427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이 과정에서 각각 약 200조. 약85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처럼 글로컬 선도대학(GIU)은 지역 및 국가발전을 선도(initiate)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제4차산업혁명/창조경제 시대에는 사람, 돈, 기업이 글로컬 선도대학(GIU)이 있는 창조도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역과 대학의 위기를 막고 지역과 대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글로컬 선도대학(GIU)과 창조도시를 함께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글로컬 선도대학(GIU)은 새로운 대학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하고,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므로 광역경제권역별로 2~3개 이상 육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것이다.

그래서 그는 글로컬 선도대학, 지역 특화대학, 정리대상 대학 등 3차원으로 나누어 대학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 현재 한국 대학들은 다중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바로 담대한 개혁과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수많은 대학이 몰락하고, 지방도 급속하게 쇠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총장은 대학위기의 본질로 대학패러다임 미스매치와 학령인구 절벽의 가속화를 들고 있다. 한국 대학은 후발산업국가 시대에 성장하였기 때문에 선진국의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고, 이를 암기위주로 습득시키는 X(Xerox)형인재 육성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 선진국에 진입하였고 제4차 산업혁명/창조경제 시대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기업이나 국가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서 선도자(first mover)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4차산업혁명/창조경제 시대에는 ‘창의적 지식’의 생산 및 활용역량이 대학, 기업, 지역, 국가의 경쟁우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의 시대적 소명은 완전히 바뀌었는데, 대부분의 대학들이 여전히 후발산업국가의 대학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대학패러다임의 심각한 미스매치라고 지적하였다.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의 대학에서 첨단 지식을 생산하는 대학, ‘X(Xerox)형인재’에서 ‘Y(Yield)형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상아탑에서 스타트업 및 실사구시의 산학민관 파트십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한 자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지만 패러다임 전환에 실패하면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완전히 멸망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것이 바로 ‘글로컬 선도대학’을 대학 패러다임 전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대학 패러다임 전환은 대학의 목적, 연구 및 교육 방식, 행정 시스템과 대학문화를 근본적으로 개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패러다임 전환은 올바른 비전을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문화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장은 자신이 영남대학교에서 직접 추진했던 사례를 들어 대학패러다임 전환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문제는 지금까지 익숙해진 방식,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면, 고통이 따르고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므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개혁은 실로 어려운 과제이다. 그래서 글로컬 선도대학 패러다임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대학의 비전(Vision)을 제시할 수 있고, 치밀한 전략으로 대학의 전면적 혁신(Innovation)을 이끌고, 목표 실현과 저항 관리를 할 수 있는 열정(Passion)을 겸비한 총장, 즉 VIP 리더십을 지닌 총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융복합 연구 패러다임 및 Y형인재 육성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특화 분야에서는 세계적 석학을 유치할 수 있도록 인사 및 보수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수 및 학생들의 스타트업 환경 조성은 물론 실사구시의 실효성 있는 산학민관협력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장은 또한 글로컬 선도대학과 창조도시의 선순환구조를 들어, 창조도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조도시는 다양성(Variety), 혁신정체성(Innovation Identity), 인재(Talent), 활동성(Activity), 살기 좋은 환경(Livability), 즉 바이탈(VITAL)이 높은 도시라고 했다.

창조도시가 발달해야 창의적 혁신역량을 지닌 ‘Y형인재’들이 머물고, Y형인재들이 많은 곳으로 기업이 이동하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된다고 했다.

이 전 총장은 또한 “대학은 지금 학령인구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23학년도 입학정원은 4년제 대학 약35만 명, 전문대 19만2천명 등 총 54만2천명인데 고교졸업생수는 43만명에 불과하다, 고교 졸업생수는 2034년에 40만 명 선이 붕괴되고, 2040년에는 24만명대로 격감한다. 현재 전문대이상 입학정원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대학의 30%는 문을 닫아야 한다”며 “특히 수도권 블랙홀 현상 심화로 지방대학들은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반 이상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재가 경쟁력인 시대에 지방의 인재는 대학진학 과정, 수도권 대학 편입학, 대학졸업 후 취업 등 3단계로 수도권으로 이탈하고 있고, 이렇게 인재가 없는 곳에 기업이 올 수 없다. 지역과 지방대 몰락의 악순환 고리이다. 이것이 바로 글로컬 선도대학과 창조도시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이고, 글로컬 선도대학이 성공해야 나머지 대학들도 살리는 길이 열리는 이유”라고 했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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