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잘 기능할 수 있도록
[달구벌아침] 잘 기능할 수 있도록
  • 승인 2023.02.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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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BDC심리연구소 소장
사람은 건강할 때와 건강하지 못할 때 기능하는 것이 다르다. 한 마디로 정신적,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할 때는 역기능(逆機能), 즉 자신이 숨기고 있던 가장 안 좋은 모습으로 기능하고, 정신적, 심리적으로 건강할 때는 순기능(順機能), 즉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모습으로 기능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가 잘 기능할 수 있도록 자신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대도 잘 기능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맘껏 뛰어놀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자에게 상담을 받은 부부의 이야기를 예를 들어보려 한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부부의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성격 문제이거나 아니면, 돈 문제, 이성 문제다. 내게 상담했던 부부는 둘의 성격 문제로 다투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이러하고 저러한 문제들을 쉴 새 없이 열거하기 시작했다. 남편도 질세라 아내의 저것이 싫고, 이것도 싫다며 맞받아쳤다. 이제는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것조차 싫다고 했다.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들어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은 기능의 문제였다. 결혼할 때는 가장 기능을 잘할 때의 모습을 보았고, 그래서 상대가 멋있었고, 그 이유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과 아내 모두 기능을 못 할 때, 그 모습에 실망과 헤어질 결심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서로가 상대에게 기능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어 놓고 서로 비판하고, 실망하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으로 바보 같다. 상대방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그 모습을 보고 평가한다. 저 사람은 저것이 못났고, 이것이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넘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고, 왜 넘어졌냐고 탓하고 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것 같으면 돌을 치워줘서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곳곳에 돌을 땅에 박아 놓고 '어디 안 넘어지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상대가 넘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꼴이다. 부부는 한 몸이라 한쪽의 잘됨은 다른 한쪽의 잘됨이 되고, 반대로 한쪽의 못됨은 다른 한쪽의 못됨이 된다는 것을 자주 망각한다. 사람은 한결같지 않아서 잘 기능할 때도 있고, 잘 기능하지 못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잘 기능할 때는 활력이 넘친다. 같은 일을 해도 성과가 더 좋게 난다. 하지만 잘 기능하지 못할 때는 영락없는 바보로 변해버린다. 마치 고장 난 장난감 같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 때 기능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생각해보자. 이것을 제대로 알아야 내 삶에 주인이 될 수 있다. 나를 가장 기능 잘하는 순간으로 데려가서 멋지게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그게 내가 나에게 해야 할 책임이다. 먼저 내가 잘 기능할 때가 언제일까. 생각을 거듭해보니, 나는 사람을 즐겁게 해줄 때 가장 멋지게 기능을 하는 것 같다.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 나를 힘 나게 한다. 그때 나는 기능을 잘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얽매임 없이 자유로울 때 나는 기능을 잘한다. 이때 자유로움은 신체적 자유로움보다는 생각의 자유로움이 더 크다. 반대로 기능을 잘못할 때는 경쟁적인 상황, 틀 안에 가둬서 사고하고, 행동하게 할 때이다.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나는 그것이 너무 싫다. 이때가 되면 나는 바보가 된다.
역할에 따라서도 기능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말단 직원으로 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맡겨진 일은 철저히 잘한다. 하지만 찾아서 하는 일은 부족하다. 누구는 사람 관리를 잘한다. 누구는 사업의 전체적인 기획을 잘한다. 누구는 세밀한 부분을 잘한다. 집중해서 혼자서 일할 때 가장 기능 잘하는 사람이 있다. 공부할 때 이런 사람은 독서실 같은 곳에서 혼자서 해야 공부가 잘된다. 최대한 어떤 것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이때 그는 가장 기능을 잘하게 되어 학습의 효과가 배가 된다. 반면 그렇게 되면 기능을 못 하는 사람이 있다. 본인이 그렇다. 본인은 독서실에서 공부하게 하면 공부가 안된다. 나와 같은 사람은 사람이 많은 개방된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공부가 잘된다. 칼럼도 이동 중에 버스 안에서, 혹은 수업을 하다가 중간에 쉬는 시간에, 사람들이 많은 카페에서 글이 잘 써진다. 조용한 환경보다는 약간은 역동적인 환경 속에서 나 혼자 조용하게 무언가를 집중하기를 좋아한다.
사람마다 기능을 잘하는 환경이 다르다.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 직장동료들이 가장 잘 기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 후 잘 기능하는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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