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지방대학 소멸위기 이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목요칼럼] 지방대학 소멸위기 이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 승인 2023.02.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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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학 박사
이석형 객원논설위원
2023년도 대학 신학기를 불과 열흘 남짓 앞둔 가운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아직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해 이달 28일까지 추가모집을 진행하는 대학이 전국적으로 180개교(수도권 60, 비수도권 11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가입되어 있는 대학 198개교 중 91%에 달하는 것으로 전년도 157개교에 비해 23개교(수도권 7, 비수도권 16)가 늘어난 것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관계없이 이제 대부분의 대학이 수시와 정시에서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비수도권 대학들의 경우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즉 이번 추가모집의 경우에도 집계과정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 추가모집 규모는 1만 7439명이고, 이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이 1만 5579명으로 89.3%를 차지하고 있으며, 추가모집 인원이 80명 이상인 대학도 50개교 중 49개교가 비수도권 대학인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추가 모집 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약 1061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미 전년도에 구조조정을 통해 신입생 규모를 4805명 감축한 것을 감안하면, 이는 착시(錯視)현상으로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지역내 5개 대학이 폐교된 사라진 경험이 있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금년도에도 추가모집 인원이 288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그 심각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오늘날 SKY라고 일컫어지는 대학을 비롯한 서울의 극히 일부 명문 사립대학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최고 명문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을 가지고 있었던 지역으로 한강이남 최대의 교육도시로 명성을 가지고 있던 이 지역이 왜 이렇게 전락하였는지 그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지역민의 한사람으로서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난 90년대 문민정부이후 민주화와 자율화의 바람을 타고 대학졸업장이 신분상승의 지름길로 여기는 국민들의 여망에 편승하여 대학의 수와 규모는 급격히 팽창한 반면,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령인구는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날 때부터 오늘의 이러한 상황은 이미 예견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외부 환경이 점점 나빠지는데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대학들이 과거의 명성에 도취되어 자신들은 예외일 것으로 굳게 믿으며 변화에 제대로 고민하고 대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각 대학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항변하겠지만 나타나고 결과는 그러하다.
이제 비수도권 지방대학의 고사문제는 예견대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현실화되었고, 수도권에서 먼 지역의 대학부터 문을 닫게 된다는 의미에서 벗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는다는 '벚꽃 엔딩'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비록 이러한 사실을 예견한 정부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무기로 입학정원을 감소시키는 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2003년 대비 2021년 입학정원을 총 18만 명 감축(27.7%)시켰지만, 이는 오히려 전체입학정원에서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비중을 더 높이는 결과만을 초래하였다. 즉 수도권 대학은 3만5천 명 감축에 그친 반면 지방대학은 14만6천 명을 감축시켜, 전체 대학 입학정원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2003년 33.7%에서 2021년 39.2%로 5.5%포인트 상승시켰다.
따라서 학령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젊은이들의 취향에 적합한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수도권에서의 대학생활을 동경하는 수험생들로 인하여 포항공대와 의약학계열 학과를 제외하고는 흔히 '지잡대'라 비하되는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신입생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비수도권 대학들의 경우 저조한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들의 수도권 대학으로의 이탈로 인해 그 존재의 존폐문제가 이제 목 밑까지 와 닿고 있다. 2021년을 기점으로 대학 입학연령 인구(만18세)가 입학정원에 미달되기 시작하였고, 금년에만 하여도 대학 입학정원은 54만2천명인데 고교졸업생수는 43만 명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비록 재수하는 수험생들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대학에서 모집 정원을 다 채운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즉 '대학입학 가능 인구' 추계를 보면 2035년이 되면 27만 5901명으로 30만 명이 깨어지고 2039년에는 19만 4371명으로 20만 명이 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현재 대학 입학정원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따라서 각 대학들이 입학정원 대폭 감축이라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서는 전체 대학의 30%는 문을 닫아야 하고, 지방대학들은 반 이상 소멸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현실에서 비수도권의 대학은 그나마 그 지역에 상주인구를 늘려주고 지역 경제의 밑거름이 되는 불씨의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대학이 무너지면 그 지역은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구 인근에서 폐교되거나 다른 곳으로 대학이 이전해간 이후 그 지역들이 어떻게 변모되었는지를 보면 여실히 증명되는 것이다. 또한 지방대학의 몰락은 지방의 인재의 유출과 지역공동화를 발생시켜 결국에는 국가 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입학정원 감축을 필두로 하는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하겠지만, 그 기준을 수도권대학에 유리한 경쟁 논리가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수도권대학을 중심으로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감축 정책을 도입하고, 부실한 비수도권 대학에 대해서는 원활한 통폐합이 가능하도록 활로를 마련해주면서, 정부 정책의 호응도에 상응하여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도 신중히 고려해 볼 때가 되었다. 자율을 존중해야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강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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