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굴속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흰 빛 속을,
누군가 내장을 들어낸 뻥 뚫린 산의 내부를,
기차는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굴이 생겼을 때부터 서 있었던 것처럼
그는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슬프게 돌아보았습니다
흩어진 삽과 괭이는
기차를 타지 못하는 한 그가
영원히 굴을 파먹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기차는 이 많은 사람들을 버리고
불행하고 슬픈 그를 태워줄 수는 없었습니다
기차는 잠이 깨기 시작하는 산의 내부를 급히 지나갔습니다
우릉우릉 마을로 내려갈 산사태를 준비하는
산의 흉몽 속을
◇문성해= 경북 문경 출생. 1998년 매일신문,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입술을 건너간 이름’ 외 다수. 김달진 문학상, 젊은 시인상, 대구시협상을 받음.
<해설> 기차는 기차일까? 길어서 기차일까? 기차는 기차게 달린다. 기어가는 듯 달린다. 시인에게 기차는 기차가 세상에 올수 있는 길을 만드는 사람이며, 산을 뚫고서 달리는. 어떤 제어하기 힘든 커다란 권력의 힘 또한 기차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기차가 다니게 굴을 뚫는 괭이와 삽이 있고 그 삽과 괭이를 들어야 밥을 먹는 사람도 있다. 그 모두를 태워주지 않고 기차는 ‘사람들’이라는 명목을 중시한다. 소외된 감정들이 모이면 흉몽이 되는 것처럼.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