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절대 처벌되지 않는 50억 뇌물
[생활법률] 절대 처벌되지 않는 50억 뇌물
  • 승인 2023.02.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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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곽상도 전 국회의원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것에 대하여 ‘곽상도 아들이 이미 결혼하여 생계를 달리해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라서 곽상도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된 것을 두고 많은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해당 판결이 말도 안 되는 판결인지를 기존의 뇌물죄 판례 등을 비교하면서 살펴보자.

형법상 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일반적인 ‘수뢰죄’(형법제129조)와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요구, 약속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제3자뇌물공여죄’(제130조)가 있다.

일반적인 수뢰죄는 부정한 부탁이 없어도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기만 하면 성립하는 죄로 ① 직무관련성 및 본인의 뇌물 수수가 있어야 한다. 경찰공무원이 건축인허가에 힘을 써주겠다고 돈을 받아도 ‘경찰관 직무’와 건축인허가는 전혀 관련이 없어 수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수뢰죄는 공무원 본인이 받아야 하므로 제3자가 금품을 수수하여도 뇌물죄가 될 수 없다. 인허가 담당 공무원이 가입한 골프회에 기부한 경우에 공무원이 금품을 수수한 것이 아니므로 수뢰죄로 처벌할 수 없다. 생활관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경제적 공동체이므로 공무원 본인이 금품을 수수한 것과 같이 보아 공무원 본인의 수뢰죄가 된다.

곽상도는 대장동 개발 및 그 조사와 관련하여 국회의원으로서 직무관련성은 인정되지만 곽상도가 그 돈을 받지 않았고 독립한 생계를 유지하는 아들이 받았으므로 ‘곽상도는 돈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곽상도를 수뢰죄로 처벌하려면 ① 결혼 후에도 경제적 공동체로 볼 수 있거나 아들이 아버지의 심부름꾼으로 대신하여 돈을 받았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결혼 한 이후에도 곽상도가 아들에게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였다는 증거 또는 퇴직금 50억 원 중 일부가 곽상도에게 흘러들어간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고, 2심에서 검사는 이에 관한 증거를 집중적으로 제출할 듯 보인다.

다음으로 제3자뇌물공여죄로 처벌될 수 있나? ① ‘부정한 청탁’과 공무원 본인이 아닌 제3자가 뇌물을 받아야 한다. 제3자뇌물공여죄는 제3자에게 실제로 금품이 수수되어도 ‘부정한 청탁’ 자체가 없다면 절대 처벌되지 않는다. 곽상도의 경우 제3자뇌물공여죄로 처벌될 여지가 있지만 이 경우 ‘부정한 청탁’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였다면 제3자뇌물공여죄로 처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법원은 제3자뇌물공여죄의 의심이 든다면 검사에게 제3자뇌물공여죄로 공소장변경요구를 해야 되는데 1심에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을 보면 ‘부정한 청탁’의 증거가 없는 것으로 본 듯하다.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고 부정한 청탁 없이 결혼한 아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도록 하는 경우 어떻게 처벌되나’라는 사법시험문제의 정답은 부정한 청탁이 없어 제3자뇌물공여죄로 처벌할 수 없고, 본인이 돈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수뢰죄로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러한 점에 대한 반성적인 차원으로 현재는 청탁금지법 일부 조항으로 처벌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형사재판이 대원칙 중 하나가 ‘무죄추정의 원칙’이고, 위 원칙은 권력자와 힘없는 자를 가리지 않고 유지되어야 하는 점에서 위 판결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 판결인 듯하다(권력자에게 위 원칙을 지켰다고 비난할 바는 못 된다). 법관의 독립은 재판의 공정을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므로 아무리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막무가내식 판사 비판은 자제되어야 한다. 아직도 2,3심이 남아 있다.

‘3년 근무한 일반 직장인의 퇴직금 50억 원은 말도 되지 않는다, 그 아버지가 국회의원이고 대장동 사업 및 조사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아버지를 보고 준 돈이므로 뇌물죄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 국민의 법감정이다. 국민의 법감정과 판례를 고려한 법이론 사이에서 해당 판사는 아주 무채색의 기술법적(技術法的) 판결을 내린 듯하다. 국민들에게 욕을 먹어도 소신을 유지한 판사에게 박수를 보내야할지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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