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2월 21일
1907년 2월 21일
  • 여인호
  • 승인 2023.02.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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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 떠도는 말 중 도저히 믿기지는 않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그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되는 말이 있다.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망하는 나라가 한국이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짧은 기간에 금 모으기 운동과 외화 모으기 운동을 통해 1997년 IMF를 극복하였고, 거슬러 올라가면 국채보상운동으로 위태로운 시기에 국가를 지키려 한 항일민족운동이 있었다. 대구에서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된 국채보상운동에 대해 한 번 더 떠올려보고 자녀들과 함께 전시장이나 역사의 현장을 다녀온다면 얼마나 가치로운 일일까?

대구시는 2월 21일 ‘대구 시민의 날!’을 맞이하여 2023년 2월 21일에서 2월 28일까지, ‘250만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가 다시 힘차게 일어나자’는 슬로건을 걸고 대구 시민과 함께 하는, 대구 시민 주간으로 정하여 대구시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 특히 대구문화예술회관 제6전시실에서 대구경북흥사단에서 주관하는 ‘국채보상운동 116주년 기념 전시회’가 대구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1907년 2월 21일에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의 시민정신을 이어받은 대구 역사의 자랑이자 민족의 자랑으로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물 2,472건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10월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러일전쟁에서의 승리와 을사 5조약 등을 통해 한반도에서 정치·군사적 지배권을 확보한 일본이 한국 경제를 식민지화하기 위해 차관을 강요하기 시작하였고, 식민지 건설 비용조차 모두 한국 정부에 전가시켜 그 결과 1905년부터 1910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일 부채는 4천500만원에 달하였다.

국채보상운동은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하기 위해 정치·군사적 침략과 아울러 경제적 침략을 단행하자 이에 대항해 국민 스스로의 힘으로 부채를 갚아 민족의 생존권을 지키고 경제적인 주도권을 회복하여 국권을 수호하자는 운동이다.

국채보상운동은 담배를 끊어 외채를 갚자는 운동으로 대구 광문사의 김광제와 서상돈을 중심으로 발의되었으며 1907년 2월 21일 대구 군민대회를 통해 국채보상운동의 본격적인 닻을 올리자 전국 각지와 국외에서 그 취지에 찬동하면서 전국적인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남성들은 담배를 끊은 돈으로 국채보상의연금 모집에 동참했고, 여성들은 솔선하여 금은 패물을 처분하여 동참했으며 『대한매일신보』 등 국내 언론들도 국채보상운동을 적극 선전하여 확산시켰다.

따라서 국채보상운동의 의의는 전국적인 애국운동으로 빈부귀천, 남녀노소, 도시농촌, 종교사상을 뛰어넘어 전 국민이 참여하여 애국정신을 크게 고양시켰으며 특히 여성들이 열성적으로 참가하여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켰다는데 있다.

게다가 노동자, 인력거꾼, 기생, 백정 등 하층민들까지도 운동에 참여한 그야말로 범 국민적인 운동이며, 최초의 민간주도 캠페인으로 국난을 극복하려는 민족의식의 산 표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국채 1,300만 원 보상 취지> 원문을 소개해 본다.

(중략)

지금 우리의 국채 1,300만 원은 대한의 존망이 달린 일이라 할지니, 이를 갚지 못하면 나라가 망함은 필연적 추세이라. 지금 국고로는 갚기가 어려운 형편인즉 장차 삼천리 강토는 우리나라의 소유도 우리 국민의 소유도 되지 못할 것이라. - 우리가 어찌 월남 등 멸망한 민족의 꼴을 면할 수 있으리오. - 2천만 동포가 석 달만 담배를 끊어 한 사람이 한 달에 20전 씩만 대금을 모은다면 거의 1,300만 원이 될 것이니.

(중략)

2월은 왠지 공으로 주어진 보너스 달 같은 느낌이 든다. 졸업을 하고, 입학을 준비하고, 상급반으로 혹은 상급학교로 진학을 준비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각자 무엇을 준비하든 간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방학 동안 우리 자녀들과 함께 국채보상운동과 그 정신에 대해 올바로 알 수 있는 전시장을 다녀보며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긍심을 심어주는 기회가 되기를 간곡히 권해본다.(대구광역시 수성구 동원로 1길 5, 대구경북흥사단 2층에 가면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 상 설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어 항시 관람할 수 있다.)



강순화<아동문학가·글로벌교육재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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