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천변에서는 곁눈질 한 번에
치마꼬리 잡지 마라
온몸으로 비비고 나동그라져 매달리면
어쩌라고
눈길 한 번 준 적 없는데
머리 위에 앵기는 뜨건 입김은 또 뭐야!
말 한 마디 섞지 않고
마음 한 번 나눈 적 없는데
철없이 오고 간 애증도 없는데
잠시 눈 맞춤에 얼씨구 봄바람 났구나
겸손 떨다 볼 붉어진 아낙
천변 양지쪽에 다소곳이 앉아
달그락거리는 입술, 신명 들었구나
◇정양자=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세명일보 》신춘문예로 데뷔. 형상시학회 회원.
<해설> 놀라운 의인화다. 결국 시인은 모든 사물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고 있다. 신천변에 핀 산당화를 만나서 자신 내면의 갇혀 열병중인 바람을 산당화에게 덮어씌우는 시적 기교는 절묘하다. 함부로 눈 맞춘 적 없어도 이미 서로를 다 아는 경지, 그게 시인일진데 신천변의 산당화가 식물일수 많은 있겠는가. 행인들 아무도 모르는 사이 얼씨구 신명 들어 치마꼬리는 충분히 가벼워졌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