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대응 방안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대응 방안
  • 승인 2023.03.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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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 간 치열한 관세전쟁에서 출발하여 기술 패권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만성적인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보복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추진과 중국 기업들의 빠른 기술 추격은 미국의 대중국 기술 견제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특히 2015년에 발표된 “중국제조 2025전략”은 2045년까지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제조업 선도국가’ 지위를 확립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2019년 발생한 중국발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등 핵심 자원의 글로벌 공급망 단절은 세계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주었다. 이에 미국은 대중국 기술 견제와 핵심 자원 중의 하나인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우방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6월 「미국 공급망 100일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며,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권고하였다. 2022년 8월에는 반도체 R&D 및 제조 인력양성 등에 대한 지원금과 첨단 시설 장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의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제정하였다. 이 법률은 지원금 수혜기업이 중국을 비롯한 우려국에 향후 10년간 반도체 제조 시설의 확장과 구축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담고 있어 대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10월 7일에는 중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둔 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였으며,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1년간 유예를 받은 상태다. 이 밖에도 반도체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리소그래피)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인 네덜란드 ASML사에 대중국 수출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가하는 등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구조 재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2022년 3월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인 ‘Chip4’를 제안하였다. ‘Chip4’는 미국, 한국, 대만, 일본 4개국 간의 반도체 동맹으로, 동맹국 간 안정적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구축 및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를,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제조 및 생산을, 일본은 반도체 소재 및 장비를 담당하게 된다. ‘Chip4’ 4국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73%, 파운드리의 87%, 설계 및 생산의 91%를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Chip4’ 동맹이 결성되어 잘 유지되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대만과 일본은 가입 의사를 표명하였으며, 한국은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미루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게 되면, 한국이 취약한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분야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시장을 확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고, 중국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도에 우리가 참여하게 된다면 보다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반도체 및 과학법」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이 미국 내 점유율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미국 텍사스주에 11개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며, SK하이닉스도 금년 중에 미국 내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따라서 중·단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구도에 참여하면서 핵심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수급의 안정성을 다지는 한편,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장비 및 소재의 자립도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도 하루 빨리 반도체 등 국가 전략기술 시설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액공제율을 적어도 경쟁국 수준(25%)으로 확대하는 관련법률(일명 ‘K-Chips법’)을 제정하여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메모리 분야에서 우리가 확보한 우위를 계속 유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시스템 반도체 및 소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제고하여 가능한 한 많은 전략적 지렛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할 경우,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우려가 크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미국의 규제로 인해 첨단 반도체 제품으로 더 이상 생산 공정을 전환하지 못하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제2의 사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으며, 중국이 우리 반도체 수입을 제한할 수도 있어 한국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대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떤 경우가 되든지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이나 중국에 대해 끝까지 부득이한 한국의 입장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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