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개인정보 보호 감수성을 높이도록
[교육논단] 개인정보 보호 감수성을 높이도록
  • 승인 2023.03.0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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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지난달 19일, 경기교육청 서버를 통해 작년 11월에 15개 시도 약 27만 명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성적자료 파일이 텔레그램을 통해서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현재 고3 학생들의 이름, 성별, 과목별 성적, 종합 성적, 원점수, 표준점수, 반 등수, 전교 등수, 백분위, 등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란다. 이 유출 자료를 재가공하여 학교별 성적 순위, 교과목 만점자 명단, 연예인 성적 등 각종 추정 자료까지 돌기도 했다. 이 사건이 해킹으로 인한 것인지, 자체 시스템의 문제인지 내부 유출인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단히 큰 사안임이 분명하다. 경기교육청은 개인정보 침해사고 관련 피해대응 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관련 설명회, 사과문 등을 통해 머리를 숙였다. 경기교육청 홈페이지 등에도 이러한 내용이 게재되어 있는데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에 따른 사안 처리로, 천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피해 당사자에게 유출된 개인정보의 항목, 유출 시점과 경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방법, 신고 접수를 위한 담당 부서와 연락처 등에 관한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7일 이상 게재하여야 한다.

한편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련의 사건에 따라 교육부 역시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개인정보위, 평가원 등에서도 이에 대한 조사, 수능 서버 자체 점검 등에 나섰다. 전남과 광주 등 각 시도교육청에서도 2차 피해 등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며, 한 교원단체의 경우 이러한 사태가 결국 일제고사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폐지를 주장하기도 하였다, 피해 당사자인 학생 중 일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 사건의 흐름을 다루고 있는 일련의 기사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다소 부족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뭐 수능 결과도 아닌데, 누가 개인 성적을 신경 쓰나, 이 정도로 소송이라니 너무 예민한 것 아닌가, 이런 식의 반응도 있었다. 아직 우리가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감수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대한 정보로 성명, 주민등록번호,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더불어 해당 정보로는 특정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역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보호 감수성’이란 이러한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인식을 말한다.

나 역시 아직 개인정보 보호 감수성이 높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내 생각을 전환한 사건이 있었다. 8년 전쯤일 거다. 나는 반 아이들과 함께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무엇을 해 볼까, 고민 끝에 감사의 메시지를 영상 편지로 만들었다. 모든 아이의 따뜻한 메시지를 편집하고 유튜브 등에 탑재하여 영상의 링크를 부모님께 보냈었다. 모두에게 따뜻한 기억이었다. 그렇게 잊고 있다가 1년 정도 지난 이후에 문득 그 영상을 지워달라는 한 부모님의 연락을 받고는, ‘아차’하는 마음으로 게시물을 내렸었다. 내가 좋은 의도로 만들었든 말든, 아이가 예쁘게 나왔든 말든, 그걸 많은 사람이 보든 말든, 아이들에게는 당연하게도 ‘잊힐 권리’가 있다는 것을 내가 간과한 것이다.

어찌 되었든 학교 역시 예전보다는 훨씬 개인정보 보호 감수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지만 예전에는 성적 등도 복도에 석차표를 붙여 공개하거나, 석차 순으로 자리를 배치하는 등 개인정보, 혹은 학생 인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였던 때도 있었다. 또한 이전에는 학부모의 직업에서부터 주민등록번호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개인정보를 담임에게 알렸으나 이제는 학생 지도와 무관한 정보는 받지 않고 최소한의 정보만 받도록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는 성적, 이름, 번호 등 여전히 많은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기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 인식과 관리, 교육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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